삼성전자에서 편광 방식 3D TV를 출시할까?

올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의 기술을 두고 감정 대립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셔터글라스 방식이 온전한 풀 HD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LG전자의 FPR 편광방식 3D TV는 구세대 기술이라고 폄하했다. 이에 질세라 LG전자 또한 자사의 기술은 인터텍 등 외부 기관의 공인을 받은 풀 HD 해상도이며, 오히려 깜박임이 없고 안경 또한 가볍고 작아 이용이 편리한 최고의 3D TV라고 주장했다.

▲ 삼성LCD가 2011 한국전자전에서 공개한 셔터 내장 편광 TV의 모습.
하단의 편광 안경을 사용해 풀 HD 해상도의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양 사의 상반된 주장은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안겨줬지만 결국 편리성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LG전자의 3D TV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고무된 LG전자는 IFA, 한국전자전 등 국내외 전시회장에서 '3D로 한 판 더 붙자!'란 슬로건으로 삼성전자를 자극하는 한편, 3D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 '옵티머스 3D'와 3D 노트북, 3D 모니터, 3D TV를 아우르는 3D 풀 라인업으로 3D 영상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편 올해 중반부터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편광 방식 3D TV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삼성전자는 그간 화질, 입체감의 우위성을 내세우며 셔터글라스 방식 3D TV를 고수해 왔으나 시장의 흐름이 편광 방식으로 집중된다면 3D 영상 재생 방식을 변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 LA에서 개막한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편광 안경을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기기를 공개했다.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2011 한국전자전에서도 삼성은 LCD 패널에 셔터를 내장한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240Hz 풀 HD급 해상도를 지원하며, 액티브 셔터 패널과 패시브 편광 유리가 결합되었다. 따라서 LG전자 제품과 마찬가지로 셔터 안경을 착용할 필요 없이 가볍고 저렴한 편광 안경으로 고화질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셔터 내장 편광 패널은 삼성전자의 셔터글라스 방식과 LG전자의 편광 안경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방식인 만큼 정식으로 양산될 경우 다시 한 번 TV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패널에 대해 "무안경 3D 방식 이전 안경식 3D TV의 종착점"이라고까지 극찬했다. 그만큼 새로운 패널은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셔터 내장 편광 패널은 1/240초마다 왼쪽 눈 영상과 오른쪽 눈 영상을 풀 HD로 재생하게 되며 편광 안경을 통해 1/240초마다 한 쪽 눈으로 들어오는 풀 HD 영상 정보를 좌우 교대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풀 HD 영상과 가볍고 편안한 안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셔터 내장 편광 패널의 적용 시점에 대해 "당사 로드맵에 대한 것은 영업 비밀이므로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2012년형 신제품에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LG전자가 편광 안경 하나로 3D 노트북, 3D 모니터, 3D TV뿐만 아니라 주요 3D 상영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3D TV는 제품별로 전용 안경을 달리 해야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010년 첫선을 보인 3D TV는 셔터 안경과 IR(적외선) 방식으로 싱크를 맞췄다. 그런데 이 방식은 실내 조명이나 시청 각도에 따라 종종 싱크 신호가 끊기는 문제점을 야기했다. 2011년에는 IR 방식의 단점을 개선·보완한 블루투스 싱크 셔터 안경을 선보였다. 블루투스 방식은 실내 조도나 시청 각도에 따라 싱크가 끊어지는 일이 없다. 이때쯤 삼성전자는 안경의 무게도 대폭 개선해 가격과 충전이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셔터글라스 방식의 단점을 대부분 극복한 듯 보였다.

그런데 TV의 뒤를 이어 출시된 삼성전자 3D 모니터는 여전히 IR 방식을 사용한다. 게다가 삼성전자 기존 3D TV의 IR 방식과 주파수 대역이 달라 상호 호환이 안 된다. 만약 삼성전자의 2010년형 3D TV를 거실에, 그리고 2011년형 3D TV를 안방에 두고, 서재에 3D 모니터를 갖춘다면 1인당 3개의 안경이 필요한 셈이다. 이런 불편함과 불이익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삼성전자로서는 좀 더 편안하고 일률적인 3D 안경에 대해 고심해야 했고, 가장 현실적인 3D 안경은 편광 안경밖에 없다.

삼성LCD의 한 관계자는 "셔터를 내장한 편광 패널일지라도 기본적으로 셔터글라스 기술이 필요하다. 풀 HD 해상도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간 분할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셔터 내장 패널도 공간 분할 방식이 아닌 시간 분할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편리성에 맞춰 변화를 준 제품인 만큼 삼성전자가 셔터글라스를 버리고 편광 방식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셔터 구조를 패널에 입혀버린 3D TV는 구동 방식과 영상 표현 방식상 셔터글라스 3D TV에 더 가깝다.

3D TV가 출시된 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3D의 대중화는 멀고 먼 미래의 이야기 같다. 여전히 양질의 3D 콘텐츠가 부족하고 또 3D TV의 가격이 비싸다. 거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자기네 기술이 좋다고 주장하니 선뜻 구입하기 꺼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두 패널의 장점을 흡수한 셔터 내장 편광 패널을 사용한 3D TV가 출시된다면 3D TV 시장은 현재보다 좀 더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상품전문 뉴스채널 <IT조선(i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