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현대차 아반떼 투어링, 대우 누비라 스패건, 기아 크레도스2 파크타운을 기억하는가. 대표적인 국산 왜건 모델말이다. 이들은 소리소문 없이 우리들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 당시 5도어라 부르던 해치백 모델과 비슷한 비인기 모델이었으니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한 때 국내 시장에서 저주받은 플랫폼으로 낙인 찍혔던 해치백은 이제 성공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스바겐 골프 시리즈로 시작된 해치백 플랫폼의 인기는 현대차 i30으로 고스란히 이어졌고 최근 2세대 모델로 멋지게 환골탈태해 성공 반열에 올랐음을 세상에 당당히 알렸으니까.

원래 왜건의 어원은 네바퀴가 달린 '마차'란 뜻이다.

그런데 주5일제와 레저 생활이 발달하면서 해치백만큼이나 인기가 없었던 왜건(Wagon) 차량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바로 현대차 i40의 등장이 그것. 현대 i40은 아반떼 투어링 이후로 16년 만에 출시한 왜건 차량이다.

왜건은 세단의 트렁크 부분(C필러 이후)을 길게 뽑아 낸 다음 1.5 박스카 형태로 꾸민 차량 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왜건의 장점은 일반적인 가족수인 4~5명이 넉넉히 탈 정도의 중형 플랫폼에 세단형 트렁크 보다 널찍한 적재 공간에 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주저 없이 왜건을 패밀리카 1순위로 꼽는다.

 

패밀리카 종주국 유럽

그렇다면 수입차 왜건은 어떨까. 패밀리카의 대명사인 왜건은 특히 북유럽의 자동차 브랜드가 강세다. 볼보(VOLVO) XC70, V50, V60, V70를 비롯해 사브 9-3 / 9-5 스포츠 콤비 등이 유명하다.

이 밖에 푸조 SW(스포츠 왜건), 폭스바겐 바리안트, 아우디 아반트, 메르세데스-벤츠 에스테이트, BMW 투어링 등 브랜드 마다 왜건을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저마다 왜건을 뜻하는 독특한 이름을 붙이고 기존 모델과는 조금 다른 일종의 애칭을 붙인 것. 그들의 왜건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폭스바겐 파사트 바리안트 

국내에서 그나마(?) 성공한 수입 왜건 모델로는 폭스바겐 파사트 바리안트를 손에 꼽는다. 물론 왜건이 가진 실용성 보다는 TDI라는 디젤 엔진이 갖고 있는 매력에서 기인한 결과다.

현대에서 공공연하게 밝혔듯이 폭스바겐 파사트(엄밀하게 따지자면 파사트의 왜건형 라인업인 바리안트다)를 벤치마킹 했다. 폭스바겐 파사트 바리안트(Passat Variant)는 지난 1974년에 처음 선보였다(파사트 세단은 1973년).

공식적으로 3번의 페이스 리프트와 7번의 플랫폼 진화를 거쳐 2010년 출시한 모델은 올해부터 북미 지역과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판매 중이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플랫폼이 왜건인 만큼 패밀리카와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모델이다. 트렁크 입구가 높아 짐을 싣고 내리기 쉽고 해치 게이트는 버튼으로 여닫는 전동식이다. 뒷좌석(2열 시트) 폴딩은 기본. 트렁크 양쪽에는 짐을 고정하기 위한 러기지 레일이 있다. 가장 중요한 트렁크 공간은 603~1731리터. 현재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6세대 모델. 국내에 7세대 모델은 현재 미출시 상태다.

 

현대차의 야심작, 유러피언 프리미엄 i40

일단 이 녀석의 족보부터 따져보자. 플랫폼은 현재 쏘나타 YF에 사용중인 N 플랫폼을 공유한다. 개발 코드명 역시 쏘나타는 YF였지만 i40은 VF였다. 다른 수입 브랜드들이 처음부터 세단과 왜건을 개발하는데 비해 아예 다른 가족으로 분류한 것. 개발 초기부터 제품 개발을 함께해 세단과 왜건을 동시에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반면에 쏘나타와 i40은 처음 시작부터 달랐다.

참고로 i30은 아반떼와 같은 뼈대를 쓴다. 물론 등급 구분을 위해 파워트레인에는 차등을 뒀다. 쏘나타 왜건이 아닌 i40이 된 또 다른 이유다. 유럽 시장 공략을 목표로 만든 모델인 만큼 ‘i 시리즈’를 고수해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현대차 i40 

엔진은 준중형에 가깝지만 자동 6단 변속기는 그대로 탑재했다. 현재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했는데 i40 가솔린 2.0 GDI(178마력, 13.1km/l), 디젤 1.7 VGT(140마력, 18km/l) 엔진이 i40에 장착된다.

생김새만 보면 얼핏 쏘나타 보다 커 보이는게 사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장은 5mm, 전폭은 20mm가 좁다. 전동으로 작동하는 해치 게이트를 열면 기본 553리터의 적재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또한 2열 시트를 접어 적재 공간을 극대화 할 경우 최대 1,719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자칫 ‘화물차’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i40은 패밀리카를 지향한다. 물론 현대에서는 왜건이라는 플랫폼 대신 ‘유러피안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냈지만. 패밀리카라면 응당 뒷자리에 애들을 태워야 할 테니 파노라마 선루프는 기본. 작은 물건을 여러 개 싣기 편하도록 러기지 레일 시스템을 적재 공간에 적용했다.

IT조선 김재희 기자 wasabi@chosunbiz.com
상품전문 뉴스채널 <IT조선(it.chosun.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