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자식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은 소금장수 아들이 걱정됐고, 맑은 날이면 우산장수 아들의 장사가 안 될까 마음 졸였다. 이래저래 어머니는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올해 스포츠&레저 업계의 심정이 두 아들을 둔 어머니마음 같지 않았을까? 지진과 장마 등 '자연재해'라는 인간이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도 스포츠&레저 업계는 매출 증대라는 쾌거를 이뤘다.

 

등산

극한의 아웃도어 환경에서 전문산악인을 위해 만들어진 아웃도어가 산에서 내려와 이제는 일반인도 좋다고 알아봤다. 지난해 3조원대에서 올해 30%이상 고속성장하며 4조원대 고지에 우뚝 섰다. 잠자는 사자였던 제일모직까지 가세해 아웃도어 격전지에 뛰어들면서 브랜드간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큰형님 격인 노스페이스는 ‘패딩 계급도’까지 등장하며 부모 등골이 빠질 만큼 힘들게 한다는 ‘등골브레이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십대들의 높은 충성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뒤를 이어 토종브랜드인 코오롱 스포츠와 K2는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TV만 틀면 쟁쟁한 톱스타가 나오던 아웃도어브랜드 광고가 친숙해질 정도였다. 노스페이스는 빅뱅과 이연희를, 코오롱 스포츠는 이승기와 이민정을, K2는 현빈과 원빈을, 블랙야크는 조인성을 모델로 내세우면서 중장년층에 이어 10~20대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하지만 영원한 부귀영화는 없는 걸까? 지난 16일 거침없이 잘나가던 아웃도어 시장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시민모임의 아웃도어 재킷 품질검사 결과에 철퇴를 맞았다. 아웃도어 의류의 얼굴마담 격인 고가의 고어텍스 재킷이 몇 번 빨면 방수가 잘 안돼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문제가 드러난 것. 진작부터 명품 못지않은 고가 마케팅으로 지적 받던 아웃도어 업계였지만, 고가를 찾는 과잉 된 소비심리도 한 몫 거든 셈이다. 내년 5조원대로 더욱 판을 키울 예정인 아웃도어 업계가 이번 조사로 과연 거품이 가라앉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웃도어

대세는 아웃도어인가? 올 해 들어 메이저 스포츠 브랜드들이 아웃도어에 유독 큰 관심을 보였다. 나이키는 자신들의 주무기인 에어(AIR)를 삽입한 등산화를 출시했으며, 아디다스는 테렉스라는 이름으로 아웃도어 관련 재킷과 등산화 라인의 판매를 시작했다. 휠라 역시 등산객들이 입기 좋은 구스다운 재킷으로 GD마크를 획득했다. 르까프는 3 IN 1이라는 주제로 고어텍스가 가미된 기능성 재킷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아웃도어 브랜드에 많은 스포츠업체가 진출했지만 아직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NO.1 스포츠 업체인 나이키의 경우를 보면 나이키는 전체 신발매출 대비 등산화 매출이 1%미만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여는데 실패했다. 아디다스는 나이키보다 조금 사정이 낫다지만 큰 차이는 없다. 아디다스 테렉스 라인업은 아디다스 전체 매출의 1.7%로 약 315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역시 성공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날씨

여름내 지치지 않고 내린 장마 때문에 등산용품 매출이 하락했고, 대신 아쿠아 슈즈, 레인보우 부츠 같은 방수제품으로 재미를 봤다. 여름장사를 만회하기 위해 일찌감치 비장의 카드로 꺼내든  구스다운 패딩은 8월부터 사전판매와 할인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일찍 일어난 새처럼 다운시장의 호조를 기대했지만 올 겨울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 탓에 다운점퍼 매출은 오히려 다운(↓)됐다. 겨울 외투시장 매출 80%이상을 책임지는 다운점퍼가 예상 밖으로 매출이 저조하자 좀처럼 세일하지 않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지난 11월 중순부터 일찌감치 다운점퍼의 브랜드 세일에 적극 동참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지난 11월 25일부터 12월 11일까지 전년보다 일주일간 늘린 최장 17일간 송년 세일행사를 벌였다. 최근 몇 년간 명품과 함께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던 유명 아웃도어브랜드가 자존심을 굽힌 모습이다.

 

워킹화

올해 워킹화는 그 정점을 찍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복의 이지톤을 필두로 아식스 G1, 뉴발란스 트루발란스, 르까프의 밸런스 핏 등 다양한 워킹화가 출시 됐다. 서로 내세우는 효과도 다양했다. 이지톤과 트루발란스는 걷기만 해도 다리 라인과 힙 라인이 살아나는 자체 기능을 부각시켰으며, 아식스 G1은 부담 없이 여자가 걷기에 좋은 신발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뉴발란스 트루발란스

 

하지만 최고의 워킹화는 르까프의 더 핏이었다. 르까프의 더 핏은 국제첨단기능신발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최고로 인정받은 더 원(The One)이 되었다.

 

달리기

달리기 열풍은 올 해에도 계속 되었다. 나이키는 이런 열풍에 힘 입어 여성들만 참가 가능한 ‘위 런 서울’을 개최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 나이키 사이트는 이미 다운됐고 단 1시간만에 3만명 마감이 모두 끝났다. 상황은 아디다스가 개최한 ‘에너자이저 나이트레이스’도 마찬가지였다. 총 8천명 참가를 목표로 한 아디다스 마라톤 대회는 결국 인원을 늘려 1만명 참가로 변경했다.
 


뉴발란스는 올 해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총 5천명 규모의 NB레이스는 다양한 미션 이벤트로 참가자뿐 아니라 참가자를 응원하러 온 가족들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자전거

 

국내 자전거 인구가 500만명 시대를 넘어서며 자전거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가 박차를 가한 한 해였다. 4월 서울시는 ‘2011년 서울시 업그레이드 자전거 정책'을 발표했고, 11월에는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금강을 따라 이어진 총 1,692㎞의 4대강 자전거길이 완공됐다. 코레일관광개발과 LS네트웍스의 바이클로는 자전거와 연계한 ‘녹색자전거열차’ 상품으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발표한 업그레이드 자전거 정책에서 일부 구간의 안전펜스와 연석, 차로 규제봉 등 돌출형 분리시설을 제거해 오히려 자전거 이용을 꺼리게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지난 7월에는 대형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자전거보험의 약관에 ‘대인·대물 배상책임담보’ 부분이 삭제되면서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전거 도로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한 해였다.

 

평창


 

삼세판이라는 말을 아는가? 지난 7월 6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의원회 투표에서 총 95표중 63표를 얻은 평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개최권을 획득했다.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은 단순한 개최 이상의 의미가 있다. 88년 서울 올림픽 02년 월드컵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란 우리나라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인해 세계 4대스포츠 행사를 모두 치른 ‘그랜드 슬램’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얻어지는 효과도 엄청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림픽 관련 투자 및 소비 지출 등 직간접적으로 누리게 될 경제효과는 무려 21조원이다.

 

컴백

 

올 해 스포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컴백이다. 야구에서 박찬호, 이승엽, 김태균이 ‘백 투 코리아’를 선언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일본생활을 마치고 원 소속구단인 삼성과 한화으로 컴백했으며, 박찬호는 ‘박찬호 특별법’이라는 새로운 조항으로 지역연고 한화에 입단했다.

농구계에서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던 농구선수 김승현이 극적으로 컴백했다. 김승현과 오리온스 구단은 이면계약으로 1년 넘게 법정 싸움을 벌여왔는데 김승현 측에서 먼저 고개를 숙이고 이면계약금 미지급분을 포기할 테니 뛰게 해달라고 요청해 복귀가 성사되었다.

 

축구에서는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신영록이 정확히 44일만에 깨어났다. 현재 근육량이 현저히 떨어져 재활중인 신영록은 아직 그라운드로 컴백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재활에 땀을 쏟고 있다.

 

승부조작

2011년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긴 해다. 지난 5월 창원지검 특수부가 일부 프로축구선수들이 브로커에게서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브로커 2명을 구속하고 현역 축구선수 2명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한 것이 이 사건의 시작이다. 이 사건이 급진적으로 진행된 계기는 바로 프로축구선수 윤기원의 자살. 이 충격적인 자살로 인해 승부조작관련 선수들이 하나 둘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검찰에 연행 되었다. 이 승부조작에 관련된 축구선수는 총 40명. 이들에게는 영구 제명이라는 처벌이 가해졌고 프로축구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일본대지진

지난 3월 마치 재난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초대형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를 강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유출된 방사선으로 일본 열도는 물론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일본 역사상 최악의 재해 중 하나로 평가 된 이번 대지진의 여파로 국내외 관광 업계는 손쓸 틈도 없이 직격탄을 맞았다. 봄·여름철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여행, 호텔, 항공 업계 전반에 걸쳐 예약 취소 사태가 잇따랐고 일부 유럽과 동남아 국가 관광객들이 일본은 물론 한국 방문까지 기피하는 악재가 겹쳤다.

 


△한진관광 KAL투어 상품

 

가만히 손 놓고만 있을 수 없었던 여행사들은 돌파구로 후쿠오카 자유여행(9,900원), 일본 나가사키 항공권(6만9,000원)에 판매하는 등 다양한 초저가 상품을 내놓았고 원전피해와 거리가 먼 지역을 적극 홍보했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4월 일본여행 예약률은 지난해 대비 3%대 수준으로 저조했지만 10~11월 40%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일본 지진 쇼크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히말라야


故박영석, 강기석, 신동민, 김형일, 장지명

 

지난 가을 ‘신(神)의 영역’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에서 잇따라 날아든 비보는 침통했다. 10월 안나푸르나를 코리안 루트 개척 위해 등정 중이던 노스페이스의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대원, 강기석 대원이 실종된 데 이어 11월 네팔 촐라체 북벽을 등반하던 K2 소속 김형일 대장과 장지명 대원이 정상이 멀지 않은 6,000m 지점에서 추락해 숨졌다. 특히, 김형일 대장은 박대장 일행의 실종 당시 1차 구조활동에도 참여해 주변을 더 안타깝게 했다. 이들의 죽음은 산악계는 물론 국민적 애도 정서로 이어졌다.

 

IT조선 홍효정 기자 honghong@chosunbiz.com
선우윤 기자 su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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