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와 미팅을 하던 날이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기자는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어제 받은 애플리케이션(이하 어플)과 페이스북의 글을 확인한다. 업체 관계자가 도착하기까지의 10여분 동안 기자는 꼭 필요하지도 않은 글을 읽고, 검색을 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명함을 주고 받고 이야기를 나눈 지 1시간이 지났을 무렵, 화장실을 가겠다며 업체 관계자가 일어선다. 상대방이 자리를 비운 잠깐의 시간에 또 다시 기자는 페이스북을 열어 댓글을 확인하고 어떠한 어플이 새롭게 올라왔는지 검색을 한다.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카카오톡과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어색한 분위기를 피할 때도 스마트폰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워크샵 장소에 신입 직원들이 모여 있을 때다. 테이블 당 6명이 앉은 자리는 그야말로 뻘줌했다. 한 두번 마주친 직원이 앞에 앉아 있었지만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주 앉은 두 직원은 모두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고, 눈이 마주쳐 인사를 하고 나서도 이내 대화가 끊기면 또 다시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렸다.

몇 년 전 방영된 한 프로그램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볼 수 있었다. MBC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어색해하는 하하와 정형돈을 친밀한 사이로 만들어주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그 둘은 첫 만남에서 대화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어색한 공간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스마트폰을 두고 대부분은 삶을 바꿔놓은 혁명적 기기라고 말한다. 내 행동 하나하나에 효율성을 더해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였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사색을 하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교감의 시간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버스 어플로 정류장에 서 있는 시간은 최소화됐지만 짬짬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줄어들었다. 고향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는 사색 대신 스마트폰에 있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으로, 어색한 사람과 함께한 자리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며 풀어나가려는 노력보다 페이스북이나 뉴스를 검색하는 것으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삶을 효율적으로 바꿔놓았지만,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삶의 질을 높였는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삶의 형태를 바꾼 혁명적 기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기기인지는 의문을 거둘 수 없다.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 이용 실태란 이름의 설문조사 내용을 실시, 4000명 중 76.4%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전반적으로 생활이 편리해졌다” 답했다고 전했다. 또 67.4%가 특별한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고, 60.4%가 친구와 가족 등 지인과 함께 있을 때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이 삶의 형태를 바꿔 놓았다고 여기면서도 사람과의 관계가 피상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에서도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수 많은 웹페이지와 어플이 생겨날 것이고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갉아먹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IT조선 정소라 기자 ssora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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