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만으로도 개인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연을 통해 드러났다.

 

인권위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아셈(ASEM) 인권세미나' 사전회의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해 포털사이트에서 '신상털기'를 하는 모습을 직접 펼쳐보였다.

 

시연에 나선 인권위 관계자는 중국의 한 사이트에 접속해 국내 대학의 입학 자료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 및 주민등록번호 목록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이 자료를 통해 개인의 사진과 주소는 물론 이메일, 학과, 취미 동아리 활동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학생으로부터 사전에 신상정보공개 동의를 구한 뒤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수집될 수 있는지를 회의 석상에서 시연을 해보였다.

 

개인정보 수집을 쉽게 하도록 각종 검색사이트를 모아 놓은 '코글'(cogle) 검색창에 신상정보를 입력하자 첫 페이지에 그의 페이스북 주소가 나왔다.

 

페이스북에서는 그의 사진, 혈액형, 취미, 좋아하는 야구팀 등을 알 수 있었다. 이어 포털과 뉴스 댓글, 카페, 블로그 검색을 통해 온라인 활동이 다각도로 노출됐다.

 

수집한 정보에는 주소와 학교, 출신지, 경력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부터 학번, 과축제 활동, 장학금 수혜 여부, 강좌 수강현황, 취업박람회 참가 기록까지 대학 생활 전반이 포함됐다.

 

중ㆍ고교 시절 카페 활동과 상품구매 후기 등 개인 취향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식별번호를 부여하는 국가는 여럿 있지만, 우리처럼 행정기관과 민간영역에서 두루 사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앞서 제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 대한 권고에서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의 폐기 또는 재정비를 촉구한 바 있다.

 

이날 신상털기 시연에 이어 아셈 인권세미나 사전회의에서는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민영 가톨릭대 법학부 교수가 각각 정보 프라이버시권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아셈 인권세미나 본회의는 아시아와 유럽 48개국의 정부기관, 학계, 비정부기구 인권 전문가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9일까지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권 ▲정보격차 ▲인터넷상의 문화향유권을 논의한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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