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전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상반기에 국내 출시된 피쳐폰은 고작 2종에 불과하다.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일반 피처폰을 구분 짓는 일이 무의미할 정도다. 제품 트렌드를 살펴보면, 제조사마다 프리미엄 라인업을 중심으로 단말기 고급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펙 경쟁이 심화돼, 성능이나 디자인 모두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양은 물론 통신망의 고도화도 눈 여겨 볼만 하다. 이번 상반기에도 LTE는 빼놓을 수 없는 화제였다. 이동통신3사 모두 전국망 구축을 완료하며, 가입자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바람 잘날 없었던 2012년 상반기의 통신 시장을 되짚어 보았다.

 

삼성전자의 독주 심화, 외산폰은 모두 실종?

 

 

최근 6개월간의 휴대폰 판매 현황을 살펴보자. 구태여 분석하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료한 결과다. 삼성전자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으며, 외산 휴대폰은 전멸했다.

 

삼성전자의 누적 점유율은 약 65% 수준이다. 휴대폰이 10대 팔리면 그 중 6대는 갤럭시였다는 뜻이다. 이 같은 독점체제는 상반기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봐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삼성전자의 제품이 차지한 것.

 

일등공신은 갤럭시 노트다. 상반기에만 250만대가 판매되며 1위에 올랐다. 이어 갤럭시S2의 인기가 올해까지 이어져 125만대가 판매됐으며, 갤럭시S2 HD역시 120만대의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삼성이 먹고 남겨놓은 파이는 LG전자와 팬택이 나눠가졌다. 연초까지는 LG전자가 팬택에 2위 자리를 내주는 듯싶더니,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결국 앞섰다. 출시된 제품의 숫자에서 LG전자가 우세했으며, LG유플러스에서 주력 모델로 내세운 옵티머스 LTE가 올해만 70만대 판매된 덕분이다. 팬택은 상반기 60만대 이상 판매된 베가 LTE를 등에 업고 아쉬운 3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해외 제조사다. 국내 주요 제조3사가 나눠먹은 시장을 제외하고 나면, 남은 몫은 ‘부스러기’에 불과했다. 2012년 들어 국내에 출시된 외산 휴대폰이 전무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애플 역시 아직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으며, 지난해 가을 출시된 아이폰4S는 전작에 비해 인상적인 결과를 낳지 못했다. HTC, RIM, 모토로라모빌리티,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등 세계 주요 제조사들도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바람에 신제품 출시에 몸을 사리게 됐다.

 

여기에, 하반기에도 갤럭시S3를 앞세운 삼성전자의 독주가 예상되는 만큼 외산 휴대폰의 돌파구는 까마득하다. 7월 중으로 출시되는 갤럭시S3의 LTE모델은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65%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LG전자와 팬택 역시 하반기에 쿼드코어 LTE폰을 준비하고 있어, 2012년까지는 국내 제조3사에 중심의 시장 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점점 커지네?” 스마트폰 스펙 전쟁

 

지난해 5.3인치 대형디스플레이를 갖춘 갤럭시 노트가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이전까지는 4인치 디스플레이의 아이폰이 기준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년 사이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들은 부쩍 커졌다. LG전자가 갤럭시 노트를 겨냥한 5인치 스마트폰 옵티머스 뷰를 출시하더니, 디스플레이의 대형화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국내 제조3사 모두 플래그십 모델에 4인치 후반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

 

삼성전자와 팬택은 갤럭시S3와 베가레이서2를 4.8인치 디스플레이로 출시했다. LG전자의 옵티머스LTE2 역시 4.7인치다. 디스플레이는 확대됐지만, 좌우 베젤을 최소화해 제품의 크기는 슬림하게 제작한 점이 세 제품의 공통점이다.

 

CPU 전쟁도 치열하다. LG전자와 팬택은 퀄컴의 듀얼코어 원칩 솔루션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삼성전자 역시 신제품인 갤럭시R스타일에 같은 원칩을 적용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통신칩을 합친 형태로, 전력 소모가 적고 속도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갤럭시S3에 자사 프로세서인 쿼드코어 엑시노스를 탑재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옵티머스LTE2와 갤럭시S3 LTE가 2GB RAM을 채용해 스마트폰의 구동력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양에 가장 민감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내 제조사들의 치열한 경쟁구조와 발 빠른 대응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더욱 높이고 있는 셈이다. 하반기에는 LG전자와 팬택 역시 쿼드코어 LTE폰을 선보일 예정으로, 별들의 전쟁이 예상된다.

 

LTE 경쟁 피 튀기네, 연내 1600만명 돌파하나

 

3G 통신망보다 5배 빠르다는 LTE가 1주년을 맞이했다. 첫돌이라고 하기엔 몸집이 제법 거대하다. 이통3사를 통틀어 74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전체 시장에서도 이미 주류로 자리잡았다. 지난 상반기, 국내 휴대폰 시장의 전체 규모는 1200만대 수준으로 집계되는데, 삼성전자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이 중 LTE폰이 752만대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절반을 훨씬 넘어서는 비율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이 올해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의 대부분이 LTE모델로 출시됐으며, 이통사의 마케팅 역시 LTE에 치중돼 있다. 막대한 망 투자 비용이 발생한 만큼, 4G LTE 시장을 선점하려는 통신 사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며, 출고가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에 휴대폰이 판매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3월 휴대폰 가격 관련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국내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에 4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고작 1년 만에 740만명의 고지에 이르렀으니, 시장의 대세가 된 것은 분명하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업자는 역시 LG유플러스다. 만년 3위 사업자의 꼬리표를 벗어나기 위해 발 빠르게 LTE 공략을 시작한 결과, 가장 먼저 전국 84개 도시에 전국망을 구축했다. 가입자 몰이가 순조롭자 당초 400만명이던 연내 가입자 목표를 500만명으로 늘리는 대담함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의 LTE 가입자는 260만명 수준이다.

 

SK텔레콤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LTE 가입자 수 340만을 돌파하며, 미국 버라이즌에 이어 세계 2위의 LTE 사업자 자리를 차지했다.

 

다소 부진한 행보를 보인 곳은, 올해 1월에야 LTE 서비스를 시작한 KT다. LG유플러스의 절반 수준인 130만명의 가입자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2분기를 지나며 연초의 부진을 딛고, 가입자 상승세에 속도를 내고 있는 참이다.

 

LTE 시장 초반에야 단순 커버리지 전쟁이 주를 이뤘다면, 이통3사가 동일한 수준으로 전국망을 갖춘 지금부터는 품질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7월 1일을 기점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두 개 이상의 주파수를 사용해 데이터 혼잡을 줄이는 ‘멀티캐리어’ 기술을 적용했다. KT 역시 하반기 안에 상용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통3사의 연내 가입자 목표를 합하면 160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국민 3명중 1명은 LTE폰을 사용하게 된다는 셈이 나온다. 이통사들이 단단히 마음먹고 덤벼들고 있는 이상, 연말까지 통신세대의 이동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VoLTE 상용화 앞두고…

 

지난 6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서비스인 ‘보이스톡’을 시작하며, 통신업계에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SK텔레콤은 통신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서비스라며 ‘무임승차’ 논리를 앞세워 강경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이통사들이 보이스톡의 등장에 치를 떤 이유는 단순히 ‘망 과부하’ 때문은 아니다. 엄청난 투자를 감행한 VoLTE(Voice over LTE)의 상용화를 앞두고, 보이스톡을 포함한 mVoIP가 암초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VoLTE란 3G망을 통해 음성을 전달했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LTE망을 통해 음성통화를 구현하는 서비스다. 이론적으로는 보이스톡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한다. 음성을 데이터로 변환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통사가 서비스하는 VoLTE와 특정 애플리케이션이 제공하는 mVoIP의 통화 품질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품질 문제를 뒤로 하더라도, 같은 원리의 서비스를 카카오가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통사는 골치 아픈 논란거리를 하나 안게 된 셈이다.

 

이에 이통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VoLTE의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SK텔레콤이 ‘HD 보이스’로 제일 먼저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HD 보이스는 3G 음성통화에 비해 2.2배 넓어진 주파수 대역폭에 고음질 음성코덱을 사용해 HD급 음질을 제공한다. 특히 통화 연결시간이 0.25초~2.5초 미만으로 3G 음성통화 대비 2배에서 20배 가량 빠르다고 알려졌다.

 

음성통화 중 영상통화로 전환이 가능하며 사진, 영상, 내 위치 등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SK텔레콤 측은 “VoLTE는 단말기 제조 과정부터 최적화를 거쳐 출시되지만, mVoIP는 다운로드 방식이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HD 보이스는 당초 프리미엄 서비스로 출시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기존 음성통화의 요금체계와 동일하게 제공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이르면 오는 9월 VoLTE 서비스를 시작한다. LG유플러스와 KT 역시 올해 말까지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이통3사가 함께 제공하는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RCS(Rich Communication Suite)’ 역시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LTE 1주년을 맞이한 통신 사업자들이 무료 서비스와 경쟁하기 하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기술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하경화 기자 h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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