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슬람 테러리스트나 적국에 대응하려면 해커를 형사처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채용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영국 일간 신문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존 아킬라 미 해군대학원 교수의 말을 빌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로켓 과학자들을 고용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해커들을 채용해 국가를 위해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보도했다.

아킬라 교수는 미국이 사이버전 경쟁에서 뒤졌기 때문에 컴퓨터 도사들과 암호 해독 전문가들이 모인 '새로운 암호 해독 센터'(new Bletchley Park)를 설립하는 것을 권고했다.

'블레처리 파크'는 2차 대전 당시 영국이 독일의 잠수함 암호 등 전략적 암호를 전문적으로 해독하던 비밀 센터가 위치한 곳의 지명이다.

그는 이런 전문가들이 모인 센터에서 이슬람 테러리스트 등 적들의 통신 내용을 파악해 추적하고 방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킬라는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면, 테러와의 전쟁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미 20년 전에 '사이버전'(cyberwarfar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미국 정부가 소수의 전문 해커를 채용했지만, 체계적인 사이버전 수행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채용 인원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해커는 장난삼아 불법 또는 의도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지만, 미국 정부는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최특급 과학자로 훗날 미국에서 로켓과 우주 개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로 일약 영웅으로 부상한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의 전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아킬라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해킹 혐의로 기소된 해커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것은 정부와 해커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밖에 없다면서 이를 비난했다. 아킬라는 이어 '솔로'(Solo)라는 암호명을 이용해 "가장 큰 규모의 군사적 해킹"을 한 혐의로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영국의 시스템 관리자 개리 매키논을 인도하려는 시도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1차 걸프전 당시 노먼 슈워츠코프 다국적군 총사령관을, 2차 걸프전 당시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을 각각 보좌한 아킬라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초고수' 해커들이 100명가량 되며, 이들은 대부분 아시아와 러시아에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아킬라는 이런 해커들이 가진 재능을 "거대한 인간 자본"(huge human capital)이라면서,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 보안기관들이 이를 활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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