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생아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가한 한 간호조무사의 그릇된 행동이 웹을 뜨겁게 달군 일이 있다. 또 다른 간호조무사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발기부전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신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해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앞서 한 여성 사용자는 페이스북에 남성의 군 입대 문제를 장난스럽게 올렸다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결국 공개사과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이하 SNS)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에 누리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그들의 그릇된 도덕관과, 이를 만인에게 열려있는 SNS 공간에 가감없이 공개하는 대범함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사건으로 귀결된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런 무개념 사용자들의 ‘신상털기’에 도전해 그들의 신상정보를 온라인에 고스란히 공개하기도 하는 것. 문제는 그릇된 행동에 잘못을 느끼지 못하고 이를 당당하게 공개하는 측이나, 그에 분노해 당사자의 신상을 파헤치는 행동이나 모두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있다.

 

 

◆ 1촌끼리 수다 떠는 ‘싸이월드’가 아닙니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가 SNS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비교적 급격하게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디바이스를 받아들인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그저 이미 만들어진 플랫폼과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데만 급급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대다수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도 SNS를 그저 일촌이 파도를 타는 ‘싸이월드’ 쯤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지인들끼리 관계를 맺고, 그들만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싸이월드가 ‘폐쇄형’ 플랫폼이라면, 자신의 말 한마디, 글 한줄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SNS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이 민감한 차이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저 싸이월드를 조금 확장한 것쯤으로 SNS를 인식한 사용자들은 개개인의 신변잡기에서 중요한 신상정보까지 가감없이 공개해 버리는 크나큰 실수를 범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SNS는 범죄 대상의 물색이나 일부 누리꾼들이 어떤 개인의 신상정보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몇몇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그 자체로 비판 받아야 마땅한 일이나, 그렇다고 해서 SNS 등을 이용해 개인의 신상을 확보해 무차별적으로 온라인에 유포하는 행위 역시 지탄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는 불법의 소지가 오히려 크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안이 발생하면 분노한 일부 누리꾼은 상대방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기 위해 자신의 불법적 행위는 “그럴 만하다”는 논리로 무시해 버린다.

 

 

◆ SNS에 신상정보 넘쳐

 

앞서 언급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 그리고 그를 파파라치처럼 따라다니며 집요하게 신상정보를 캐내는 행위는 물론 둘 다 잘못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내 개인정보는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SNS에서 벌어지는 공방은 공방이되, 내 신상정보를 지키는 것은 다름아닌 내 문제이기 때문이다.

 

[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와 사진 등이 SNS에 그대로 공개되고 있다 ]

 

SNS에는 사용자들의 예상보다 더 많은 개인의 정보들이 흘러 다닌다. 누군지도 모르는 페이스북 사용자의 정보를 훑어보면, 생년월일과 출신학교, 개인의 사진까지 고스란히 공개한 사용자를 너무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사용자 대부분은 아직도 SNS를 ‘개인의 공간’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작은 실수라도 저지르는 순간, 사태를 수습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신상정보가 온 웹에 유포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고스란히 내재하고 있음에도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그들만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장난, 또는 약간의 심한 행동이 불특정다수에게 공개되는 경우, 타인들에게는 이들의 행동이 무개념, 무원칙, 부도덕의 상징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앞서 설명한 사례에서, 그들이 적어도 자신들과 친한 사람들만을 범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면 그저 웃고 지나갈 해프닝으로 끝나거나, 때론 지인들의 따끔한 충고로 사태가 수습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개념’ 시리즈의 속출과 이어지는 신상털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은 아직도 많은 사용자들이 SNS의 특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불과 며칠 전엔 연천 지역에서 북한과 국지전이 발발했다는 유언비어를 SNS에 올렸다며 애꿎은 여학생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됐고, 아무 관계도 없던 학생은 엄청난 협박문자를 받고 견디지 못해 결국 경찰에 신고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SNS 상의 신상털기는 그 자체로도 크나큰 사회문제를 야기하며, 위 사례에서 보듯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당사자가 아님에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SNS의 특성에 대한 인식과 주의 필요

 

기존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지인’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인적 네트워크였다면, 현재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만인에게 열려있는 채널이라 보아야 한다. 싸이월드가 친한 친구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던데 비해 지금의 SNS는 수많은 군중이 밀집한 광장에서 소리치는 격이다.

 

나와 네트워크로 이어진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와 SNS를 통해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사람들과 역시 SNS를 통해 이어져 있다. 이런 개방된 공간에서 정제되지 못한 격한 감정의 표현이나,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 공개는 반드시 자제해야만 한다.

 

예컨대, 이번 주말에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글을 기대감에 부풀어 SNS에 올렸다고 가정하자. 이 글은 나와 SNS로 연결된 누군가가 읽게 될 것이고,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그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퍼트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자신이 조금이라도 유명하다면, 그 전파속도는 더욱 빠를 것이 자명하다. 그렇게 그 글을 읽은 SNS 사용자 중 도둑이 있다면, 이는 마치 “주말에 집이 비니 도둑질 해 주세요” 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각 SNS 서비스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정보의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많은 인맥을 확보하는 것보다 스스로의 정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면, 정보의 공개 범위를 조금은 폐쇄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글을 등록할 때에도 필요 이상의 정보가 담기지 않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SNS의 빠른 파급력과 자정능력은 분명 정보 흐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 새로운 대안은 그 자체로 하나의 권력으로, 소비자, 소시민, 약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는 창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그릇된 정보에 대한 자정능력도 높아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피해를 입으면 그 상처는 돌이킬 수 없다는 데 있다. SNS의 엄청난 전파속도는 미처 오류를 바로잡을 새도 없이 누군가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는 그러한 사례를 이미 보아왔다.

 

SNS가 익숙해졌다면, 이제 그 위험성과 부작용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너무 빠른 속도로 인해 돌발적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SNS의 맹점이라면,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이제 자신의 SNS의 공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어떤 글을 올렸는지 다시 살펴보자.

 

오국환 기자 sadcaf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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