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파문 여파…EU 개인정보 수집때 판사승인 의무화

 

세계 각국을 망라하는 미국의 첩보감시망의 실체가 최근 폭로되면서 유럽에서 미국의 첩보수집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럽의회의 최대 당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인민당(EPP)은 미국이 유럽연합(EU) 시민의 전화·인터넷 통신자료를 수집할 때 꼭 현지 판사나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반(反) 네트워크 도청 조항'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PP는 유럽의회 754석 중 269석을 갖고 있다. 제2당은 190석을 보유한 사회당 그룹(S&D)으로 역시 자국민의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는 당론을 갖고 있다. EPP와 S&D의 의석수는 전체의 60.9%에 이르는 만큼 이번 법안이 법제화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보호법안 42조'로도 불리는 이 조항은 과거에도 사회당과 녹색당 등 진보 정당이 도입을 추진했으나 작년 1월 EU 집행위원회는 '실효성이 없다'면서 법제화를 무산시켰다.

 

그러나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외주업체 직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29)이 이번 달 미국의 세계 감청망에 관한 기밀을 언론에 폭로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미국 정보당국이 '프리즘'(Prism)이란 프로그램으로 적성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이메일과 동영상 전송 현황 등을 감시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유럽에서 '감청 공포'가 커진 것이다.

 

애초 시민 사생활 보호에 소극적이던 EPP도 견해를 바꿔 반 도청 조항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EPP의 악셀 포스 유럽의회 의원(독일)은 "유럽 현지법의 명확한 근거 없이 제3국이 통신 자료를 수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로 시민을 위한 핵심 보호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도청 조항이 법제화되려면 의회에서 다수 지지를 얻는 동시에 각 회원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앞서 FT는 지난주 "반 도청 조항의 도입이 무산된 작년 1월 미국의 고위 정부 관리들이 법제화를 막으려고 여러 명의 EU 집행위원에게 로비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로 통상 협력관계 등이 나빠질 수 있다면서 EU에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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