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온다습한 날씨와 장마가 지속되면서 제습기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업체들은 대형가전 불경기 때 판매량이 폭증한 제습기 인기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소비자들은 유명 스타들의 TV CF와 전력대란 뉴스를 보며 에어컨 대신 ‘선풍기+제습기’ 조합의 효과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제습기에 불편한 진실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제습기의 불편한 진실

 

제습기 켜면 습도는 줄고 온도는 오른다?

 

▲ 제습기가 작동되면 주변에서 더운 바람이 배출된다.

 

제습기는 압축기(컴프레서)를 사용해 냉매를 압축, 팽창시켜 공기 속 수분을 흡수해 액체로 바꿔 모은다. 쉽게 말하면 에어컨과 실외기가 한 몸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제습기의 컴프레서가 작동하면서 제습기 주변에 고온으로 가열된 공기를 배출한다. 문을 닫고 있으면 좁은 공간의 온도가 올라가고, 열기를 빼기 위해 문을 열면 습한 공기가 들어오는 것. 제습기를 사용해도 불쾌지수가 크게 내려가지 않으니 제습기 때문에 시원해졌다는 것은 그다지 과학적이지 못하다.

 

 

누군가에는 거슬리는 제습기 작동 소음

 

▲ 제습기의 소음은 제품에 따라 30dB 내외지만 가끔 60dB 수준의 작동음을 내기도 한다.

 

제습기 사용자들 중 일부는 작동 소음이 거슬린다며 불편을 토로하곤 한다. 컴프레서가 작동하면 기계음이 커지는데 제품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략 30dB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킨다. 이 정도 소음은 속삭이는 소리, 도서관의 일반 소음, 프로젝터 팬 소음과 볼륨이 비슷해 민감하지 않은 이라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겠지만 소음에 민감한 사람은 제습기 근처에서 잠을 잘 못 이룰 수도 있다.

 

 

대형 TV보다 전기 많이 먹는 하마

 

전력수급 비상으로 매일 ‘절전’을 부르짖는 뉴스를 보게 되는 상황에서 제습기는 누진세의 복병이 될 수 있다. 제습기는 에어컨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탓에 전기 소모량이 꽤 많다. 가정용 제습기의 1시간 소비 전력량은 약 230~260W 수준. 이는 55인치 대형 TV보다 전력소모가 높은 정도다. 뽀송한 수면을 위해 매일 틀었다가는 감당하기 힘든 전기료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외부 충격으로 가스 새면 가스 충전비용 발생

 

▲ 에어콘과 원리가 유사해 냉매가 사용되는 제습기(※ 이미지 출처 : 위닉스 홈페이지)

 

제습기 컴프레서에 냉매로 사용되는 가스는 냉장고와 마찬가지로 밀봉돼 반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외부 충격으로 가스가 새나간다면 가스 충전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L사에 물어본 결과 제습기 가스 충전 비용은 5만 5000원. 15kg 내외의 제습기를 들다 떨어뜨렸다가는 생각지도 못한 비용을 추가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상품 전단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용량은 10리터, 물통 크기는 5리터?

 

제습기 스펙표 상단에 써 있는 용량은 1일 제습량이며, 내부 물통은 그 절반에 못 미쳐 자주 물을 비워야 한다. 특히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물통과 필터 등을 자주 청소해야 한다.

 

제습기 상품 설명을 보면 가정용 제습기의 제습량이 대개 10~11리터 선이다. 그런데 제습기 물통의 용량은 4.5~5리터 수준. 알고 보니 제습량은 하루 동안 제습기가 빨아들일 수 있는 제습량을 나타내는 것일 뿐 실제 물통의 용량과 2배 이상 차이 나 습한 날씨에는 하루에 2~3번씩 물을 비워야만 한다. 제습량만 표기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은근히 제습량과 물통 용량을 혼동하기 쉽다.

 

 

제습기 인기 업고 판매가 매년 증가

 

습한 여름철에 주로 활약하는 가정용 제습기의 판매 가격은 대략 30~40만원 선. 공기청정기나 성에 제거 등 부가기능이 있더라도 몇 달 안 쓰는 것에 비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런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비싸지 않았다. 제습기 인기가 광풍처럼 몰아치자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고 매일 공중파 CF를 하더니 비싸졌다. 확실히 한국은 비쌀수록 잘 팔리는 신기한 나라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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