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독일 제조사가 독식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선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플립형 모니터를 지닌 콤팩트 카메라, APS-C 센서를 지닌 미러리스 카메라는 삼성전자가 최초로 선보였지요.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실험적인 콘셉트의 제품을 다수 선보여왔는데요, 이들이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을 이룬 근간이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개성 강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삼성테크윈 Pro 815

 

2005년 삼성전자, 아니 삼성테크윈(그 당시 디지털 카메라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던 부서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테크윈이었습니다)은 고배율 줌 카메라 1종을 공개합니다. 이 제품의 이름은 Pro 815. 삼성테크윈 Pro 815는 당시 삼성이 선보인 첫 하이엔드급 디지털 카메라였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이 제품은 2/3인치 800만 화소급 이미지 센서에 광학 15배 줌 렌즈를 장착했습니다. 특히, 이 렌즈는 35mm 환산 28-420mm 초점 거리를 지원하는 슈나이더 줌 렌즈였지요. 조리개도 F2.2~4.6으로 오늘날 고배율 줌 카메라의 렌즈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성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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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삼성테크윈 Pro 815는 당시 최대 크기인 3.5인치 23만 화소 모니터를 장착했습니다. 그 모니터 옆으로 1.44인치 23만 화소 전자식 뷰 파인더도 장착됐는데, 그 당시에는 아주 드문 스펙이었습니다. 그 밖에 삼성테크윈 Pro 815는 강력한 본체 성능과 각종 촬영 편의 기능, 수동 기능을 지원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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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제품의 인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치명적인 것은, 이 제품이 고배율 줌 카메라였음에도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형 모니터를 장착한 만큼 이해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본체 크기가 크다는 점도 매력을 반감시켰고, 동영상 촬영 기능도 다소 약한 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제품은 삼성테크윈-삼성전자 최초의 하이엔드급 모델이라는 의의를 지닙니다.

 

삼성전자 Vuke(SDC-K65)

 

초기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는 MP3 & PMP 기능을 지닌, 이른바 컨버전스 디지털 카메라가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이 부문의 선구자는 MP3 재생 기능을 지닌 카시오 엑실림 EX 시리즈였습니다. 하지만, 카시오의 발상을 한층 뛰어넘어 PMP에 DMB(!)를 카메라에 넣은 제조사가 있었으니……바로 삼성전자입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와 삼성테크윈 모두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는데요, 삼성테크윈의 대표 브랜드가 케녹스 시리즈였습니다. 여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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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06년 발표한 SDC-K65는 ‘Vuke’라는 모델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제품은 외관부터 무척 독특한데요, 휴대 시에는 렌즈부를 카메라 본체 안에 집어넣고 있다가 사용 시에는 렌즈부를 슬라이딩 조작으로 여는 방식이었습니다. 매끄러운 디자인과 슬라이딩 방식 본체는 휴대성을 가져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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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의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DMB를 지원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SDC-K65는 3인치 와이드 모니터를 장착했습니다. 물론, 동영상 재생 및 MP3 재생도 가능했습니다. 여기에 컴퓨터에 연결하면 캠 카메라로도 쓸 수 있었습니다. 즉, 이 기기 한 대는 MP3 + PMP + PC 캠 카메라 + 디지털 카메라, 1인 4역을 하는 제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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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제품의 전신은 ‘미니캣’이라고 불리우는 MP3 + PMP 내장 디지털 카메라였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SDC-K65 이후 컨버전스 카메라를 내놓지 않지요. 이 카메라의 단점은 고용량 메모리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 배터리 용량이 작아 불과 1시간 가량 DMB 방송을 보면 배터리가 떨어졌다는 점 등입니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삼성전자의 시도는 오늘날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 뒷면에 하나씩 모니터를 배치해 셀프 카메라 촬영 편의성을 높인 듀얼 뷰 카메라, 플립형 모니터를 장착한 삼성전자 MV 시리즈, 그리고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디지털 카메라인 갤럭시 카메라 & 갤럭시 NX 등이 삼성전자의 작품이자 세계 최초로 출시된 제품들입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카메라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광학 기술 등의 응용 기술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기발한 시도를 계속한다면, 디지털 카메라 시장 선도 제조사로 거듭나는 것도 꿈은 아닐 듯합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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