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게 먹는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비만위험도가 80% 이상 높은 등 짜게 먹을수록 비만(체질량지수 25㎏/㎡이상)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나트륨 2,400㎎(소금 6g) 증가할 때마다 관상동맥 심장질환 사망률이 56% 증가한다.' '짜게 먹는 식습관으로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률이 2007년 24.6%에서 2011년 30.8%로 느는 등 30세 이상 한국인 10명 중 3명은 고혈압 환자다.'

 

소금(나트륨) 과다 섭취를 경고하며 최근 쏟아져 나오는 연구결과물 설명이다. 소금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자아낼수 있을 정도이다. 이제 소금은 모든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궁지에 몰려 가장 멀리해야 할 경계 대상이 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소금섭취를 획기적으로 낮추고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식품 안전당국까지 나서 각종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소금이 이렇게까지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 만큼 나쁜 물질일까?

 

12일 목포대학교 식품공학과 함경식 교수의 '현명한 소금섭취에 대한 고찰'이란 연구보고서를 보면, 소금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대체재도 없다. 사람이 음식을 먹지 않고 오래 버틸 수는 있지만, 소금과 물을 먹지 않고는 얼마 견디지 못한다.

 

소금은 세포막 전위차 유지, 체액의 삼투압 유지,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영양소 흡수 등 생체의 다양한 기능 유지에 관계하고 있어 소금의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일은 인간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소금 섭취를 너무 제한해도 건강상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지난 5월 세계의학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중 하나인 미국의학학술원(IOM)은 2005년 내놓은 자체 나트륨 저감화 가이드라인을 뒤집는 새로운 보고서를 냈다. IOM은 이 보고서에서 이전까지만 해도 하루 나트륨 2,300㎎(소금 5.8g) 이하 섭취를 권했지만, 지금은 이런 권고치가 건강에 좋은지 과학적 근거라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소금을 너무 적게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2년에 나온 미국 고혈압학회지 논문에 따르면, 하루 8.7g 이상의 소금을 섭취한 그룹과 6.9g 이하의 소금을 섭취한 그룹의 혈압을 비교한 결과, 소금을 적게 먹은 그룹이 혈압은 약간 낮았지만, 중성지질, 콜레스테롤, 알도스테론 등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키는 인자들은 도리어 증가했다.

 

또 2011년에 보고된 미국 의학협회지 논문을 보면, 미국인 3천681명을 소금을 많이 먹는 그룹(하루 소금 14.6g)과 중간그룹(하루 소금 9.65), 적게 먹는 그룹(하루 소금 6.2g)으로 나눠 약 8년간 조사해보니,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소금을 적게 먹는 그룹이 가장 높았고, 소금을 많이 먹는 그룹이 가장 낮았다.

 

함경식 교수는 "현재 상황은 소금을 적게 먹어도 문제가 되고 많이 먹어도 문제가 되는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하루 평균 13g의 한국인 소금 섭취량은 좀 많은 만큼 소금섭취를 줄이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되, 천일염 등 미네랄 함량이 높고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는 소금을 먹도록 권장하는 방안을 병행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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