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와 고해상도를 중심으로 진화를 거듭해온 모니터 업계가 새로운 기능에 눈을 돌리며 활로 모색에 나선다.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시장에서 더이상 하드웨어만을 강조해서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모니터 시장은 CRT에서 LCD, LED, 최근에는 OLED에 이르기까지 디스플레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왔다. 그 와중에도 2010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대형화가 진행된 모니터는 이후 스펙과 디자인 중심의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패널에서 셀을 분리한 형태의 제조가 주를 이루면서 삼성, LG 등이 모니터용 패널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고, 이는 곧 기존 패널 중심 시장의 양분화 현상으로 이어졌다. 저렴한 OEM 제품군이 쏟아져 나오면서 마진은 나날이 줄어갔고, 아예 일부 업체는 고사양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는 현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큐닉스, 아치바, 바이텍, 크로스오버 등 고해상도 모니터 전문 업체들의 해외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현명한 소비를 지향하는 사용자들이 아마존, 이베이 등을 통해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 있는 국내 제품 직구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해당 경로를 통한 이들 업체들의 해외 판매량이 월 6000~7000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아가 모니터와 TV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실제로 TV 역할을 흡수하는 형태의 모니터도 등장하고 있다. 큐닉스가 이달 정식 출시 예정인 ‘스마트 모니터’도 그 중 하나다. 큐닉스 스마트 모니터는 자체적으로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모니터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사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모니터가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아니다. 앞서 여러 제조사들이 비슷한 시도를 했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묻혀버린 바 있다. 이에 큐닉스는 단순히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것이 차별화 포인트가 아니라, 이것으로 얼마나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임을 강조했다.

 

그 해답으로 큐닉스는 콘텐츠 플랫폼 업체인 팬더미디어와 손을 잡았다. 팬더미디어는 다양한 기기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OTT(Over the Top) 스마트박스를 공급하는 업체다. 큐닉스 스마트 모니터는 팬더미디어의 콘텐츠 플랫폼을 안드로이드에 올려 마치 TV 셋톱박스를 내장한 듯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 제품은 마치 하나의 스마트 TV처럼 동작한다. 팬더미디어가 제작한 자체 런처는 160개 무료 채널의 에브리온 TV와 일부 실시간 TV 채널들, VOD, 교육, 게임 등의 콘텐츠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리모콘을 사용하거나 PC용 키보드, 마우스를 USB로 연결해 앱을 활용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삼보컴퓨터의 ‘TG 빅 디스플레이 70’은 불필요한 기능은 과감히 제하고 모니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콘셉트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70인치의 대화면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대기업 TV 대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이끌어냈다.

 

그렇다고 TG 빅 디스플레이가 크기와 가격만을 앞세운 제품은 아니다. 삼보컴퓨터는 앞서 지난해 콘텐츠 오픈마켓 플랫폼 ‘TG튠즈’를 오픈하고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의 영상물은 물론 전자책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내려받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삼보컴퓨터에 따르면 TG 빅 디스플레이는 온라인 예약판매만으로 초기물량 400대가 단시간에 매진되고 현재까지 판매량 1000대를 넘어설 정도로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하드웨어가 갖출 수 있는 기본기는 모두 소화하면서도, 그 하드웨어로 즐길만한 콘텐츠 플랫폼 확보에 모니터 업계의 전략이 모아질 전망이다. 향후 모니터 업계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연계 상품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차충환 경성글로벌코리아 이사는 “경기 악화로 특정 제조 업체들이 덤핑으로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모니터 시장이 일부 붕괴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성능은 물론 콘텐츠까지 끌어안는 전략이 새롭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2014년에는 QHD, 대형 디스플레이, 스마트 모니터 등이 모니터 업계의 차별화 포인트이자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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