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 마니아라면 삼성 프로젝터를 아는 이가 적지 않을 듯하다. 홈씨어터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는 일본 브랜드 일색인 영상기기 시장에서 DLP 프로젝션 TV와 파브 브랜드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영상에 자신감이 붙은 삼성전자는 또 다른 일본 브랜드의 텃밭인 프로젝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담 팀을 꾸렸고, 미국 최고의 비디오 스페셜리스트 조 케인(Joe Kane)과 협업해 레퍼런스급 DLP 프로젝터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AV 평론가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삼성전자의 프로젝터 사업이 사라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10만 세트 이하로 판매되는 사업을 정리하면서 높은 완성도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 판매량이 많지 않았던 프로젝터 사업도 함께 정리했다고 한다.

 

삼성의 프로젝터 사업 철수 이후 LG전자의 프로젝터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SP-H800이나 SP-A800B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LG전자는 LCD TV의 저가격화, 대중화에 맞춰 ‘초소형 LED 프로젝터’로 컨셉을 변경하고, TV 튜너를 내장해 디지털 HD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수 있게 하는 등 프로젝터 시장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 그 결과 LG전자의 프로젝터들은 파나소닉, 벤큐, 옵토마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중저가 프로젝터 시장에서 단시일 내에 1위 제품에 올라설 수 있었다.

 

 

LG와 소니가 제시한 미래의 프로젝터 모습

 

▲ 2013년 LG전자가 출시한 초단초점 프로젝터 TV '시네마빔 TV'(사진=LG전자)

 

2013년에는 LG전자가 프로젝터와 TV의 장점을 모두 갖춘 초단초점 시네마빔 TV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벽에서 불과 14cm 떨어진 거리에서 100인치 대화면을 왜곡 없이 보여주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당시 이 제품을 개발했던 연구원은 근거리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영상 왜곡을 없애기 위해 총 14개의 렌즈를 투입해 단거리에서 영상을 확대시키는 동시에, 비구면 렌즈와 비구면 미러를 사용해 스크린 각 영역에 투사되는 영상이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등의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시네마빔 TV는 밝기가 상당해 밝은 주광 아래서도 TV를 감상할 수 있고, 벽에 밀착시키는 형태 덕분에 프로젝터 설치가 간편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전용 스크린 포함 900만 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는지 실제 판매량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아직 국내 발매 계획이 없는 소니 초단초점 프로젝터(사진=소니)

 

  소니는 지난 1월 LG전자의 시네마빔 TV와 같은 컨셉인 초단초점 프로젝터를 CES 2014에서 공개했다. LG전자가 큰 재미를 못 본 컨셉이지만 이번 소니의 프로젝터는 4K(4096x2160) 해상도로 차별화를 뒀고 최소 66인치부터 최대 147인치까지 화면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LG 시네마빔 TV가 100인치로 고정됐던 것에 비하면 설치 자유도가 높은 제품이다.

 

LG전자와 소니가 선보인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장점이 많다. 프로젝터를 벽에 가까이 설치함으로써 램프의 빛 때문에 눈부실 일이 없다. 소니 제품의 경우 프로젝터 좌우에 같은 재질과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스피커와 캐비닛까지 놓을 수 있어, 음향과 인테리어 부분까지 고려됐다. 게다가 4K 해상도까지 지원하니 밝기만 충분하다면 고선명 디스플레이 기기로 큰 불만이 없을 듯하다.

 

소니의 초단초점 프로젝터의 가격은 4만 달러(약 4000만 원)이다. 상당히 비싼 제품이다. 그래서인지 4K 프로젝터를 출시하고 있는 소니코리아에서 이 초단초점 프로젝터의 국내 출시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 초단초점 프로젝터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은 떨어지고 부족한 화질은 향상되게 돼 있다.

 

TV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부피에 따른 불편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을 듯하다. 화면이 커지면 운반이 불편하고, 무엇보다 디스플레이 부가 외부 충격에 많이 노출된다. 하지만 프로젝터는 그런 단점들에서 좀 더 자유롭다. 과거 2000~3000시간에 불과했던 프로젝터 램프 수명도 LED 램프가 등장하면서 2~3만시간 정도로 넉넉해져 사실상 제품을 버릴 때까지 램프를 교체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TV가 커지고 저렴해지면서 프로젝터의 판매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사업을 정리하고 LG전자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 소니의 프로젝터가 다시금 프로젝터 명가로 우뚝 서기 시작했다. 일본 업체의 움직임만 바라보지 말고 LG전자 등 국내업체도 소니제품 못지 않은 국산 고급 프로젝터를 출시해 국산 프로젝트의 부활에 나서는 건 어떨까.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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