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에 위치한 A업체는 오는 3월 오라클 라이선스 실사를 대비해 시스템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오라클과의 라이선스 계약 조건이 바뀌면서 라이선스 비용 폭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라이선스 대금이 한 서버 당 하나의 라이선스였던 것에 반해 개정된 계약에서는 DB 개수와 코어까지 모두 라이선스 비용에 포함됐다. 때문에 한 서버 안에 두 개의 DB가 있는 경우, 이를 하나의 DB로 통합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업체 담당자는 “계약이 바뀌면서 유지보수 비용은 기존보다 낮아지기는 했지만, 서버 당 DB 수와 코어 수에까지 라이선스 비용이 적용되니 아무래도 비용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용산에 소재한 B사는 지난해 초 자회사의 DB를 모두 오라클에서 알티베이스로 교체했다. 오라클의 라이선스 비용에 대한 부담이 이유였다. 이 업체는 이어 지난 9월에는 본사의 대 고객용 DB 역시 모두 알티베이스로 교체했다.

 

오라클 라이선스 비용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대안 솔루션으로 이동하거나 편법을 적용하는 등의 사례가 많이 늘고 있다. 오라클의 무차별적인 라이선스 단속과 더불어 갈수록 늘어가는 라이선스 비용에 부담을 큰 느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무어의 법칙 대신 '오라클의 법칙'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무어의 법칙은 1965년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내 놓은 말로서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 또는 컴퓨터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오라클의 라이선스 비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는 말을 빗댄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고 일어나면 오라클 라이선스 비용이 올라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오라클에서 탈피하는 것도 힘겹다고 토로한다. LMS(License Management Service)를 앞세워 오라클에서 타 제품으로 교체하려 하면 고객의 약점을 악용해 막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LMS는 고객의 소프트웨어 자산을 분석해 라이선스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LMS는 관리가 아닌 감시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고객사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초기 충분한 설명이나 고지 없이 제품의 옵션기능을 모두 열어놓아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이 기능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놓고 고객이 이 기능을 사용한 뒤 비용이나 기타 이유로 제품을 교체하려 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라클은 LMS로 고객의 사용 내용을 감시하고 추후 이슈가 발생하면 이 내용으로 협박아닌 협박을 한다”며 “벌금과 같은 라이선스 비용 폭탄이 무서워 오라클에서 타 제품으로 교체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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