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기자] 기업은 창업보다 수성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새로 기업을 창업해 성장시키고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속 가능성’이 이 시대 기업들의 공통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부침이 심한 IT 업계에서 10년, 2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은 더욱 드물다. 그래서 제이씨현시스템의 창립 30주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수많은 IT 기업들이 명멸해온 지난 30년간 제이씨현시스템이 걸어온 발자취는 관련 업계에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84년 제이씨현시스템의 전신인 현컴퓨터를 세운 이후 30년간 한국 IT 산업의 산증인으로 활약해 온 차현배 제이씨현시스템 회장을 만났다. 그는 제이씨현시스템의 30년을 말하면서 결코 ‘성공’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 속에서 그가 일궈온 경영철학은 이제 100년을 향한 밑돌을 찾고 있다.

 

제이씨현시스템 “고객과 함께 한 30년”

 

▲차현배 제이씨현시스템 회장.

 

“IT 산업은 변화가 빠른 만큼 성장하는 사업에 안주할 수도 없고, 사업 검토를 위해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고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제이씨현시스템 30주년을 맞아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데 부응해준 임직원들에게 먼저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이씨현시스템은 줄곧 ‘고객에게 기쁨을, 함께 일하는 보람을, 주주와 사회에 공헌을’이라는 경영이념을 내걸어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기업 활동에 있어 ‘핵심가치’ 준수와 전 임직원의 ‘신조(Credo)’ 실천을 내걸고 굳건한 IT 마케팅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30주년을 맞아 제이씨현시스템이 새로이 내건 슬로건도 ‘고객과 함께한 30년, Thanks & All new Challenge’ 이다.

 

차 회장은 “기업을 세우고 차근차근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가면서, 무엇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고객의 믿음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고객들이 제이씨현시스템에 믿음을 갖게 되고, 회사는 그 고객의 믿음에 부응할 때 만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지금의 경영이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고객은 제이씨현시스템과 거래하는 협력사, 제품을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자, 그리고 함께 일하는 내부 임직원과 외부의 주주 등을 모두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것이 경영자만의 경영론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경영철학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차 회장은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차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온 것이 ‘정도경영’이다. 현재와 같이 세금계산서 발행이 일반화돼 있지 않았던 1980년대 후반, 제이씨현시스템이 용산전자상가에 진입하면서 세금계산서 발행을 고집했던 에피소드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거래처들은 제이씨현시스템만 왜 유독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하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자연스레 제이씨현시스템의 매출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 회장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업해야 오래 살아남는다는 신념으로 세금계산서 발행을 고집했다. 그러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던 업체 대부분은 오래 전에 모두 사라졌다. 제이씨현시스템이 현재 용산전자상가의 세금계산서 발행을 일반화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 그는 여전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

 

기업 생존의 법칙, 이제 ‘한 우물 파기’는 옛말

 

 

“지금까지의 경영학은 ‘집중’을 모토로 내건 전략을 강조해 왔습니다. 물론 이는 전통적인 산업에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입니다. 하지만 IT와 같이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산업에서는 얘기가 다릅니다. 한 분야에만 집중했다가는 금세 뒤쳐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어떻게 새로운 기회로 만드느냐에 대한 신중하면서도 균형있는 시각이 필요한 때입니다.”

 

제이씨현시스템은 지난 30년간 37개의 사업을 펼쳤다. 평균적으로 매년 1개 이상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셈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판매업으로 기반을 다지고, PC 관련 부품과 주변기기 유통으로 입지를 굳힌 후 다양한 관련 사업으로 다각화를 시도했다. 크게 성공한 사업도 있고, 쓰디쓴 실패를 수업료로 지불한 사업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제이씨현시스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사업을 다각화할 것인지에 대한 교훈을 쌓을 수 있었다.

 

차 회장은 “37개의 사업을 수행하면서 크던 작던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업은 8개 정도였는데,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꼼꼼히 따져보니 얼마나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는지가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다”며 “한 가지로 잘 나가다가도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는 것이 IT 기업인만큼, 한 우물 파기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몇 년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IT 산업이지만, 분명 성장하는 시장이 있고,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맞춰 항상 변화하는 살아있는 기업도 있기 마련이다. 제이씨현시스템은 현재 PC를 근간으로 한 개인용 IT 사업과 정보보안, 지능형 빌딩관리, 카 인포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차량용 IT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모든 사물을 연결해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사물인터넷(IoT)’ 트렌드에 발맞춰 각 사업부문별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제이씨현시스템의 30주년을 맞아 차 회장은 그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체득한 경험을 술회한 책 <생존의 법칙>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한 성공 키워드로 ‘필라(PILLAR, 기둥·대들보) 경영’을 제시하면서, 반대로 ‘피비린내(PBILLN)’를 지워야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PILLAR는 Passion(열정), Insight(통찰력), Leader's Initiative(리더의 솔선수범), Level of Quality(품질 수준), Abundant Cash Flow(현금흐름), Reward(보상)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세상의 흐름을 알고 미래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과, 그 흐름을 따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개척하는 열정을 모든 조직 내 구성원 모두에게 전파하고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가 말하는 기업의 피비린내는 Pursue money only(월급만큼한 일하고 돈만 추구하는 조직), Blind leading blind(기술의 발전과 트렌드에 대한 무지), Incompetence in marketing, brand(독자 브랜드와 마케팅 능력의 부재), Lavish expenditures(주인의식 결여), Lack of execution(실행력 결여), Neglect to control(방만 경영)으로 요약된다.

 

 

차 회장은 “지금까지 해온 여러 사업들 중에서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 성공했다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고, 향후 젊은 사업가들이 이를 교훈 삼아 나와 같이 여러 번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더욱 성장하는 회사로 키우기를 바란다”며 “제이씨현시스템 역시 이러한 핵심가치를 잊지 않고 앞으로 60년, 100년을 지속적으로 성장, 고객의 믿음에 충실히 부응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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