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기자] 여름철 관객들을 노리는 국산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연달아 출시돼 관객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게 됐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영화화하고 최민식, 류승룡이 주연을 맡은 전쟁영화 ‘명량’, 손예진과 김남길이 주연을 맡은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하정우와 강동원 두 미남배우의 대결이 눈길을 끄는 ‘군도 :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는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고,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160~180억 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작이다.

 

 

웨스턴 음악과 쇼브라더스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찬 '군도'

 

▲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 포스터(사진=쇼박스)

 

이 세 편의 영화 중 ‘군도’가 7월 23일 개봉으로 스타트를 끊는다. ‘군도’는 ‘범죄와의 전쟁’으로 스타 감독이 된 윤종빈 감독의 연출작으로,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시기에는 관리들의 부정부패뿐 아니라 기근과 자연재해까지 더해지면서 민초들의 고통이 극에 달했는데, 특히 나주 지방은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이자 조선 최고 무관 출신인 조윤의 횡포로 그 상황이 유독 나빴다. 영화는 이 조윤을 악의 축으로 놓고, 관리들의 수탈을 견디지 못해 흩어진 민초들 중 의적이 된 무리 ‘추설’과의 한 판 대결을 그렸다.

 

영화의 최대 볼거리는 단연 화려한 무협 액션. 그 중 연기력이 특출한 하정우가 삭발 투혼으로 만든 백정 캐릭터 ‘돌무치’와 여자보다 예쁜 남자 강동원이 분한 ‘조윤’의 대나무 밭에서의 일대일 칼싸움은 영화의 백미다. 하지만 그 외에도 군도는 의적떼 추설의 차분한 두목 이성민의 연기와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땡추 역 이경영, 엄청난 괴력을 자랑하며 쇠공으로 사정없이 적을 난타하는 천보 역의 마동석, 주로 깡패 옅을 맡았던 것과 달리 추설의 모사꾼으로 변신해 재미를 더하는 조진웅과 한국 영화의 명품 조연인 주진모, 김병옥, 김해숙, 김성균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이 영화는 196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차 있다. 일부러 의도한 듯, 영화는 당시 쇼브라더스 스튜디오 영화들처럼 석양을 배경으로 말을 타고 광야를 가로지르는 신을 곳곳에 삽입했다. 친숙한 웨스턴 영화의 BGM이 흐르고 요즘 영화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내레이션도 등장한다.

 

‘퀵 줌’이라 불리는 촬영기법도 쇼브라더스에 대한 오마주라 볼 수 있다. 주요 장면에서 빠르게 캐릭터를 줌인 하거나 눈가만을 클로즈업해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당시 홍콩영화의 전매특허였다. 여기에 철저히 흑과 백으로 양분된 캐릭터 설정과 비장함을 품고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홍콩 무협영화의 성공 키워드였으니 30~40대 이상의 관객이라면 ‘군도’를 보는 중간 중간 어린 시절 재미있게 봤던 영화 몇 편이 떠오를 만하다.

 

 

바람소리,흙소리가 공간을 휘감는 '돌비 애트모스' 믹싱

 

▲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된 '군도'의 사운드는 배경음의 악기를 따로따로 믹싱하고 칼이 부딪치는 소리와 흙소리, 바람소리 등을 자연스럽게 재현해 사실감과 몰입감을 높였다.(사진=쇼박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쯤에서 생략하고 사운드로 넘어가 보자. ‘군도’는 영화관용 최신 서라운드 사운드 포맷인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된 3번째 한국 영화다. 이 돌비 애트모스는 5.1채널, 7.1채널로 구분되는 영화관 서라운드 사운드와 달리 천장에도 스피커 채널을 추가하고 수평과 수직의 사운드 조화로 입체감과 높이감을 강조한 기술이다. ‘그래비티’, ‘호빗’, ‘퍼시픽 림’, ‘스타트랙 : 다크니스’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로 믹싱돼 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줬다.

 

‘군도’의 경우에도 하늘에서 화살이 쏟아지는 장면, 도적들이 계곡에서 밧줄을 타고 하강하는 장면 등에서 높이감이 두드러진다. 소리의 궤적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만큼 보다 사실적이다.

 

높이감의 강조 외에도 소리의 명확한 분리도 ‘군도’ 사운드의 특징이다. 칼과 칼, 검과 검이 맞부딪치면서 내는 금속음이 상당히 많은데 이 소리를 또렷하게 잡아내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동음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흙소리, 바람소리가 묻히지 않게 들려준다.

 

▲ 조선 최고의 무사 '조윤'으로 분해 그에 걸맞은 액션을 보여주는 강동원(사진=쇼박스)

 

실제 ‘군도’의 사운드 믹싱을 담당한 모노사운드 김창섭 대표도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만들기 위해 바람소리, 비 소리, 천둥소리 같은 자연소리와 캐릭터들의 동선이 주변소리로 더 잘 느껴질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돌비 애트모스는 믹싱된 음원 파일을 받는 게 아니라 악기별로 믹싱된 파일을 받아서 각 악기별 위치를 잡아 들려줄 수 있었다. 5.1채널 사운드보다 음악이 주는 느낌이 훨씬 깊고, 풍성하고, 다양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군도’의 사운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저음이 가득한 폭발음과 굉음이 강조되진 않았지만 섬세하게 믹싱돼 캐릭터의 심경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전달하는데 일조한다.

 

‘군도’는 액션 장면이 풍성하지만 오락영화의 필수 흥행요소인 코믹함도 빠뜨리지 않았다. 진지함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대사와 동작이기에 더 웃기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을 ‘18세’라고 주장하고, 적의 상투를 얄궂게 베어 모으는 빡빡머리 하정우의 모습을 보면 웃음을 참기 힘들 것이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