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IT 발주제도 확 바뀐다…'분석 설계-구축' 분리발주 검토

박상훈
입력 2014.08.22 15:30 수정 2014.08.22 17:12

 


[IT조선 박상훈]
공공 IT 사업을 진행할 때 분석 설계와 구축을 별도 사업으로 분리해 발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특히 분석 설계 단계에서 요구사항 분석과 화면 설계까지
상세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이 작업에 전체 사업비의 30% 가량을 배정하는 것까지
검토되고 있어 법제화할 경우 5조 원에 달하는 공공 IT 시장 전체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22일 관련 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공공 IT 발주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에 따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의 공공 IT 사업은 구축 범위와 요구조건
등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채 발주돼, 업체는 기간과 인력을 더 투입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발주기관은 구축 후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사업을 수주한
대형 IT 서비스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명분으로 다시 국산 솔루션 업체와 하도급
시스템통합(SI) 업체에 저가 납품을 강요하고 이는 다시 업계 노동자의 삶을 열악하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 때문에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은 반드시 정보화전략계획(ISP)을
통해 구축 범위와 요구조건을 미리 정하는 공공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제도가
마련됐지만, 예산 근거가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공 IT 사업 발주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화면=나라장터)


 


반면 현재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주축이 돼 마련하고 있는 새 IT 발주제도는 현재 공공은 물론 민간 건설 업계에 일반화된
'설계'와 ‘시공’ 분리 발주를 IT 사업에도 '설계'와 '구축'으로 비슷하게 적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특정 IT 사업이 있으면 일단 설계 단계의 사업을 발주하고, 그 결과물을
근거로 구축 사업을 다시 발주하는 식이다. 단, 설계 사업의 경우 기존의 ISP처럼
추상적인 개념 설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요구사항 분석과 화면 설계까지 사실상
구축 바로 직전 단계까지를 진행하게 된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은 “기존의 ISP는 예산은 작으면서 할일이 많아 관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를 ‘분석 설계'로 역할을 확대하고 예산을 충분히 배정하면 IT 사업
전체를 더 짜임새 있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IT 사업을 분석해
보니 전체 예산의 30% 정도가 ISP, 요구사항 분석, 설계 단계에 투입됐었다”며 “이 정도 역할을 ‘분석 설계’ 사업으로 분리발주하고 전체 사업비의 30% 정도를
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000억
원 정도 규모의 정보화 사업이라면 300억 원 규모 분석 설계 사업과 700억 원 규모
구축 사업으로 각각 단계별로 발주하는 것이다.


 


특히 새 발주 제도에서는
분석 설계와 구축 사이에 별도 위원회를 두고 분석 설계 결과물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서 설계의 타당성부터 솔루션 선정의 공정성, 구축
사업의 규모까지도 논의된다. 김 소장은 "불필요하게 고가의 외산 솔루션을
쓰는 것은 아닌지, 이미 민간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상용화된 것을  중복
개발하는 것은 아닌지 등도 검토할 수 있다”며 "논의 결과에 따라 효용성 등에
문제가 있다면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새로운
IT 사업 발주제도가 시행되면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분석 설계
사업비가 현실화돼 컨설팅 업체를 포함한 더 많은 전문업체가 공공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전체 정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아키텍트와 같은 고급 소프트웨어 수요가
늘면서 이와 관련된 취업과 교육 분야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전망이다. 또한 구축
사업은 분석 설계 결과에 따라 요건에 맞춰 정확히 구현하는 것이어서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 중소중견기업들의 공공 사업 진출 문턱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단, 우려되는 점들도
있다. 공공 IT 사업이 분석 설계와 구축 등 2단계 진행되면 그만큼 전체 사업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담당 실무자 입장에서는 당장 일이 2배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전문성과
업무량을 놓고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높다. 공공사업 문턱이 낮아진다는 것은 글로벌
아웃소싱 업체들의 진입 가능성도 의미하는 것이어서 자칫 다단계 하도급을 수주해
기업을 운영해 온 중소 SI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새 IT 발주제도 초안을 이르면 이달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김 소장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해
제도 개선안을 만들고 있다”며 “기존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 상당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면 시행 과정에서 큰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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