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진, 최재필]최근 국내에 출시되는 휴대폰 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갤럭시S5', LG전자 'G3', 팬택 '베가 아이언2' (이미지=각사)

 

문병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2일 미래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3년 OECD 주요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 자료를 인용해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격이 OECD 주요국 중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문병호 의원은 "2012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2만2670 달러로 OECD 34개국 중 25위 수준인 우리나라 단말기 공급가가 1위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단말기 공급가에 거품이 많고 단말기 제조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조사 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가트너'의 자료를 인용해 국내 스마트폰 가격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올해 3월 발표된 자료이며 최근 발표된 9월 자료에서 한국은 16위였다"고 밝혔다.

 

갤럭시 S5의 국내외 출고가를 보면 ▲AT&T(미국) 74만원 ▲차이나유니콤(중국) 89만9000원 ▲O2(영국) 92만6000원 ▲SFR(프랑스) 90만9000원 ▲SK텔레콤(한국) 86만 6800원이다.

 


▲자료=각사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미국에 비해 약 12만원 정도 비싼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보다 출고가 높은 이유가) 국내 단말기는 32GB 메모리, 배터리 2개, 충전기를 제공하고 DMB 등 고사양을 탑재한 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단말기는 16GB 메모리, 배터리 1개에 충전기가 제공되지 않고 DMB 기능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만약 80만원의 휴대폰 원가를 놓고 어떤 국가에서 특정 부품이 들어가는 걸 원하지 않을 경우 그 값을 제외하고 가격을 산출할 수 밖에 없다"며 "그 부품이 빠지고 하는 게 재료비인데 재료비 환산할 때 환율 계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가별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스마트폰 가격이 다른 이유로 국내 이통사들의 약정 정책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통사의 ‘갤럭시노트4’ 출고가는 79만6000원인데 비해 미국 출고가는 32만원인 경우도 있다”며 “이는 미국의 경우 보조금 규제가 없고 통신요금도 자유경쟁체제여서 이통사가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무제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출고가는 제조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통사가 정한 가격이며, 국내 이통사도 보조금을 확대해 미국처럼 단말기를 소비자에게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우상호 미방위 소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미래부 국정감사에서 이통사와 휴대전화 제조사가 결탁해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린 정황을 엿볼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 네트가 21만9200원에 대리점 마진 5만 원을 더해 소비자가격을 25만9200원으로 책정하고, 여기에 장려금과 보조금을 합해 출고가를 91만3300원으로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말기 공급가격 결정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단순 시뮬레이션 자료인데, 이통업계에서 사용하는 ‘네트가’라는 용어를 제조사의 단말기 공급가격으로 임의로 잘못 해석하면서 발생한 오해"라고 반박했다.

 

실제 네트가는 'net'라는 단어 때문에 최초가격, 순원가 등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는 제조사의 공급가격이 아니라 이통사가 통신요금 패키지에 따라 최대 보조금을 지불했을 경우 소비자에게 판매 가능한 가상의 최저가격을 의미하는 용어다.

 

이 관계자는 "네트가를 제조사의 공급가로 해석하면 과거 이통사들이 소비자에게 공짜폰을 지급한 것은 제조사가 휴대폰을 손해를 보고 이통사에 공급한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제조사 공급가(네트가)에 대리점 마진을 더한 것이 소비자가격이라면 공짜폰의 경우 소비자가격이 0원인데, 대리점 마진이 5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제조사가 이통사에 마이너스 5만원(네트가)에 단말기를 공급했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해석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평균 단말기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하는데, 이는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대로 세계에서 제일 높고 소비자들이 주로 최고급 사양의 프리미엄 단말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말기 가격의 국제 비교가 가능하려면 스마트폰의 사양을 통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큰 배기량을 가진 대형 승용차와 경차를 비교하는 꼴이 된다”고 전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 /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