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새는 복지 예산, 소프트웨어로 잡자”

박상훈
입력 2014.10.29 17:29 수정 2014.10.29 17:52

 


[IT조선 박상훈]
115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복지 예산을 둘러싼 부정수급을 줄이고 사용자 중심의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소프트웨어(SW)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8일 저녁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소장 김진형)가
주최한 ‘제10회 SPRi 포럼’이 열렸다. 포럼의 주제는 '맞춤형 복지정책 구현, 현재
정보시스템으로 가능한가’였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지역사회연구센터 센터장은 현재의 복지서비스 상당수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고, SW가 이런 취약 분야에서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분당의 어느 저소득층 가정에는 한 달에 김치가 10통, 쌀 10포대가
와 이 중 가장 좋을 것만 먹는다는 사례가 있다”며 “노인복지회관 서비스 등 지자체가 시행하는 상당수 복지 서비스가 사실상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의 복지
서비스를
처리하는 핵심 시스템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다. 복지부 담당자가 주로
사용하는 '행복e음’과 정부 내 17개 부처가 사용하는 ‘범정부’ 등으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을 통해 360여 개 복지사업, 한해에만 총 13조 원가량이 집행된다. 이 사업의
혜택을 받는 인원만 2700만 명, 우리 국민의 절반이다. 복지 서비스의 시작은 대상자를
추려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대한 데이터가 이 시스템으로 모이는데, 가구당 재산, 부채, 소득 등 20개 부처,
45개 기관의 정보 552종에 달한다.


 




28일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SPRi 포럼이 열린 가운데 궁한경 SPRi 초빙연구원이
발표하고 있다.


 


함영진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정책지원연구부 부연구위원은 “김대중 정부 이후 사회보장
서비스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사업 수와 사업
대상자가 늘어났다”며 “사회보장기본법이라는 법적 근거에 따라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시스템 운영을
담당하는 브이티더블유의 조미리애 대표는 가장 큰 문제로 시스템 자체가 너무 방대해 졌다는
점을 들었다. 새로운 복지서비스가 나오면 이를 바로 지원하기 위해 짧은 기간에
구축하기를 반복하면서 기능과 구조가 복잡해지고 업무 표준화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시스템 특성상 장애가 발생하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 아키텍처와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애초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요건이 안되는 사람들이 복지 혜택을 받는 일명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개발됐다. 조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0만 명, 1조8000억 원 가량이 부정수급으로 적발됐다.
이 시스템을 통해 배분되는 전체 예산 13조 원 중 14% 가까이 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전체 복지예산 115조 중 15조 원이 넘는 금액이 부정수급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궁한경
SPRi 초빙연구원은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을 이용하면 부정수급을 줄이고 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이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수급자를 적발하거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되면 이를 유형화해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현재
160개 정도의 룰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사례 관리 분야도
SW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로 지목됐다. 사례관리란 개인별로 복지 서비스를
이용한 내역과 그 성과를 추적 관찰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개인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김 센터장은 “선진국의 경우
복지사례 관리가 ‘사회복지의 꽃’으로 대접받지만 우리는 임시직이 수기로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업무를 지원하는 SW를 개발해 활용하면 국내 복지서비스
전반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복지와 SW의
접목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특히 복지 부문에서
SW의 역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경제적인 관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 부연구위원은 “부정수급이란 기준이 안
되는 사람이 복지혜택을 받는 것인데, 실제 사례를 보면 의도하지 않았거나 행정
실수 때문인 경우도 상당수”라며 “부정수급 전체를 ‘도덕적 해이’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 역시 “올 초 송파구 세모녀 자살사건은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 허점을 잘 보여줬지만, 현행 규정대로라면 설사 지원을 받았다고 해도 부정수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복지
분야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복지 서비스가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처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개인이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선택해 요청하면 정부가 요건에 가장 근접한 인력과 자원을 지원한다. 김 센터장은
“우리 복지 예산이 연간 100조 원이 넘지만, 국민 만족도가 평균 20점 정도인 것도
이런 차이 때문”이라며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로 전환하는 데 있어 SW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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