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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 김형원] 30~40대 남자라면 누구나 ‘오락실’에 대한 추억을 가슴 한 켠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 추억을 다시 눈앞에 재생시키려면 지금은 거의 없어진 오락실을 찾아내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운 좋게 오락실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청춘을 불태웠던 그 게임’은 다시 보기 힘들다.

 

남은 방법은 자신이 직접 오락실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중고장터를 뒤져 게임 기판과 캐비닛을 구입하는 방법, 에뮬레이터와 캐비닛을 결합하는 방법 등 나만의 오락실을 만드는 법은 많다.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게임 기판 + 브라운관 캐비닛’

 

옛날 오락실 게임을 완벽한 형태로 즐기려면 수고스럽지만 ‘게임 기판’을 구해야 한다. PC용 클래식 게임 에뮬레이터도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게임을 재현해 내지만 ‘버블시스템 기판’을 사용한 그라디우스 초기작 등 몇몇 특수 기판의 경우 오리지널 기판과 게임 에뮬레이터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 코나미 버블시스템 기판 (이미지=goo블로그)

 

그렇다 하더라도 20~30년전 게임 기판을 손에 넣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기판이 고장 나 있을 확률도 높다. 하지만 정말 가지고 싶은 기판이 있다면 설령 고장난 기판을 손에 넣더라도 전문가의 힘을 빌어 수리해서 사용하면 된다.

 

기판을 손에 넣는 방법은 거의 대부분 ‘해외직구’를 활용해야 한다. 1980~90년대 게임 전성기를 이끌었던 일본 중고시장을 검색해 구입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대표적인 중고 시장은 야후재팬의 ‘야후옥션’ 서비스다. 오락실 기판부터 캐비닛(본체)까지 다양한 중고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이외에도 오락실 관련 물품들도 매물로 출품되고 있다.

 

▲ 세가 시스템 기판을 사용하는 '아웃런' (이미지=야후재팬옥션)

 

 

현실적인 선택은 ‘에뮬레이터’

 

사실 게임 기판을 구입하고 오락실용 캐비닛을 구입해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작업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우선 큰 문제는 ‘공간’이다. 커다란 오락실 캐비닛을 둘 공간이 없다면 오락실 추억 찾기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다양한 ‘어른들의 사정’으로 오락실 캐비닛을 집에 들여다 놓지 못한다면 컴퓨터(PC)용 게임 에뮬레이터를 활용하자. 보통 오락실용 게임은 ‘MAME’(Multiple Arcade Machine Emulator)라 불리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재현해 낼 수 있다. 게임 재현도가 뛰어나며 여러 가지 편리한 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춰 환경을 설정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MAME 인터페이스 스크린샷

 

이외에도 세가 MODEL3 등 전용 기판 에뮬레이터도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이 즐기고자 하는 게임이 MAME를 통해 구동되지 않는다면 그 게임의 기판 정보를 알아내 해당 기판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하면 된다.

 

 

에뮬레이터와 브라운관 캐비닛의 결합

 

자택에 오락실용 캐비닛을 설치할 공간이 있다면 오락실 캐비닛과 에뮬레이터를 결합해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일일이 게임 기판을 구입해야 될 수고를 덜 수 있고 다른 게임을 하기 위해 일일이 기판을 교체해야 할 불편함도 없앨 수 있다.

 

에뮬레이터 기기는 오락실 캐비닛에 RGB컨버터를 이용해 PC를 직접 연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구형 오락실 캐비닛에 꽂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에뮬레이터 기기를 구입해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 오락실용 에뮬레이터 기기는 주로 중국에서 만들어져 유통되며 기기 내부는 모바일용 프로세서(SoC)에 SD메모리등을 넣어 MAME 애플리케이션 실행시킬 수 있도록 제작돼 있다.

 

▲ MAME 에뮬레이터 기반의 게임 기판 (이미지=야후재팬옥션)

 

▲ 게임은 이런 화면을 통해 선택해 플레이 한다. (이미지=야후재팬옥션)

 

오락실용 에뮬레이터 기기가 마련됐다면 남은 것은 오락실용 기기 본체인 캐비닛을 구해야 한다. 오락실 캐비닛은 인터넷을 통해 실제 오락실에서 사용되던 중고품이 거래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캐비닛을 제작해 주는 업자들도 있다.

 

미니PC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캐비닛을 제작해 주는 곳도 있다. 집안 공간이 여의치 않고 중고품이 싫은 소비자들에겐 이 방법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책상형 PC케이스 + 대형 모니터

 

국내에는 판매되고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철제책상처럼 생긴 PC케이스가 판매되고 있다. 이들 특수 PC케이스와 대형TV 혹은 모니터를 사용하면 아주 손쉽게 에뮬레이터를 사용하는 오락실 머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PC케이스와 대형TV로 구성할 경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4’(PS4) 등 가정용 게임기 연결 설치도 쉽다.’

 

RGB, PCB기판 간이 수리 등 전기전자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오히려 특수 PC케이스에 대형TV를 이용해 나만의 오락실 머신을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 방법이다.

 

▲ 리안리가 만든 데스크 타입 PC케이스 (이미지=리안리)

 

 

옛 향수를 찾아 떠나는 오락실 여행

 

일본은 1970~90년대 게임 르네상스를 일으켰으며 게임 문화를 이끌었다. 이 시대 일본에 살았던 아이들은 이제 한 사회를 이끄는 어엿한 성인이 된 상태다. 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중 일부는 게임 마니아로서 아직도 옛 오락실 향수를 찾아 클래식 게임으로 구성돼 있는 오락실을 찾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 게임 마니아들을 타깃으로 넓은 공간에 과거 명작 게임으로 가득 채운 오락실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물론 오락실 점주 또한 게임 마니아여서 클래식 게임 전용 오락실을 만들 수 있다. 이유는 옛날 게임 기판을 모으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기판을 수리하려면 전기전자 지식도 풍부해야 한다.

 

사실 클래식 게임만으로 운영되는 오락실은 운영하기 매우 힘들다.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장소를 마련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들 오락실을 찾는 사람들도 거의 게임마니아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억여행’을 테마로 옛 오락실 게임을 채운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클래식 게임에 특화된 오락실의 존폐는 점주와 손님과의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했던 일본 사이타마에 위치한 한 오락실은 손님들이 직접 점주에게 게임기판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은 집에서 즐기는 것보다 자신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클래식 게임에 특화된 오락실은 생명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게임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의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1970~90년대 게임 추억을 공유하던 세대들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오락실 역시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김형원 기자 aki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