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차가 뜬다] ① 쿠페형 세단의 새로운 시대를 연 '4도어 쿠페'

김준혁
입력 2015.01.06 14:00 수정 2015.01.07 00:00

자동차 업계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세그먼트의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기존의 틀에 박힌 자동차 대신 두 가지 이상의 세그먼트를 결합한 ‘크로스오버(Crossover)’ 자동차가 주목을 받고 있다. 크로스오버 자동차를 특정 세그먼트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지만, 현재 쿠페와 세단이 결합한 ‘4도어 쿠페’, SUV에 쿠페 스타일이 더해진 ‘쿠페형 SUV’, 왜건·SUV의 장점을 섞은 ‘크로스컨트리 왜건’, 왜건·해치백·쿠페의 스타일이 뒤섞인 ‘슈팅브레이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새로운 자동차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크로스오버 자동차의 특징과 종류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IT조선 김준혁] 자동차 중 가장 평범하고 재미없는 세그먼트를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세단을 꼽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세단의 본질적인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두루 잘 팔려야 하는 세단의 특성상, 개성있는 디자인보다는 무난한 디자인의 적용이 시장에서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단의 일반적인 특성은 10여 년 전 등장한 한 대의 컨셉카로 인해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컨셉카는 기존 세단의 틀을 크게 뒤흔드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었고, 이는 평범함을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웠던 전통적인 세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쿠페와 세단이 결합한 최초의 모델, 비전 CLS 컨셉카의 등장


200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현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컨셉카는 바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비전 CLS(Vision CLS)’ 컨셉카였다. 비전 CLS는 본넷과 실내공간, 트렁크 등 전형적인 3박스의 세단 형태를 갖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은 마치 쿠페를 연상시키게 하는 날렵함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인 컨셉카였다.


 

2003년 등장해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최초의 4도어 쿠페 모델 벤츠 비전 CLS 컨셉카(사진=메르세데스-벤츠)

 


특히 비전 CLS가 갖고 있던 활처럼 휠 루프 라인은 기존 쿠페의 루프보다 더 쿠페스러운 역동성을 자랑했다. 동시에 매우 좁게 설계된 그린하우스는 그 전까지 넓은 그린하우스만이 세단에 어울리는 최고의 디자인으로만 여겼던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인 실루엣이 쿠페를 지향하면서 비전 CLS의 전/후면 디자인은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었던 날렵함을 자랑했고 도어 또한 쿠페의 전유물이라고만 여겨졌던 프레임리스 방식이 더해졌다.


 

CLS의 디자인 스케치를 보면 양산형 CLS-클래스의 디자인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잘 알 수 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비전 CLS가 만들어낸 세단과 쿠페가 뒤섞인 완전히 새로운 크로스오버 디자인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고 그 누구도 쉽게 벤츠가 만든 새로운 자동차를 어느 특정 세그먼트로 규정짓지 못했다.



새로운 쿠페형 세단의 세그먼트 명은 4도어 쿠페


이후 2004년 비전 CLS가 양산형 모델인 CLS-클래스로 등장하자 대다수 언론에서는 이 새로운 세단을 ‘4도어 쿠페’로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CLS-클래스의 특징을 정확히 규정짓기는 어려운 용어였다.


 

양산차와 큰 차이 없이 세상에 나온 CLS-클래스는 완전히 새로운 세단의 디자인을 보여줬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쿠페는 본래 2개의 도어와 스포티한 디자인을 지닌 자동차이고, 세단은 앞서 언급한 3박스 형태의 차체에 4개의 문을 가진 게 일반적인 형태였기 때문에 CLS-클래스는 쿠페와 세단 어느 한 쪽으로 정확히 분류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은 CLS-클래스를 4개의 도어를 갖고 있는 쿠페라는 뜻의 4도어 쿠페로 부르기 시작했다.


CLS-클래스가 새롭게 개척한 4도어 쿠페 세그먼트는 이후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크로스오버 자동차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세단 특유의 실용성을 잘 유지하면서도 기존 세단과 크게 차별화되는 스포티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4도어 쿠페가 순식간에 자동차 업계의 주류로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CLS-클래스는 쿠페의 특징인 프레임리스 도어를 적용했으며, 꽤 실용적인 실내를 갖추고 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실제로 2004년 시장에 나온 CLS-클래스는 3세대 E-클래스(W211)을 베이스로 개발돼 E-클래스와 동일한 2855mm의 휠베이스 길이를 갖고 있었고 그만큼 매우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했다. 트렁크 공간 또한 470리터로 꽤 넉넉했기에 세단 특유의 실용성도 잘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쿠페 실루엣을 적용한 탓에 차체 높이가 낮고 뒷좌석 구조가 2인승으로 설계된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쿠페의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세단의 실용성을 모두 보유한 CLS-클래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장점 덕분에 CLS-클래스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내고 큰 성공을 거뒀고, 2010년 2세대 모델로 진화하기에 이른다.


 

1세대의 성공에 힘입어 출시된 2세대 CLS-클래스는 여전히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CLS-클래스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자 전세계 자동차 업계는 너나 할 것 없이 CLS-클래스와 유사한 4도어 쿠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중형 4도어 쿠페 모델 폭스바겐 CC


CLS-클래스 이후 4도어 쿠페 영역에 뛰어든 모델로는 2008년 등장한 폭스바겐 ‘파사트 CC’를 들 수 있다. 6세대 파사트(B6)를 베이스로 개발된 파사트 CC는 전형적이고 평범한 세단 디자인을 갖고 있던 파사트의 디자인을 크게 바꿔 쿠페 형태의 날렵한 실루엣을 더한 것이 특징이었다. 파사트 CC는 기본형 파사트와 비교해 실루엣뿐만 아니라 전/후면 디자인을 보다 날카롭게 다듬었는데, 이 때문에 완전히 다른 차라고 해도 손색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형적인 세단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디자인을 갖고 있는 6세대 파사트(사진=폭스바겐)

 

파사트 CC는 기본형 파사트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디자인은 완전히 다르다.(사진=폭스바겐)

 


파사트 CC는 프리미엄 4도어 쿠페를 지향하는 CLS-클래스와 달리 기본형 파사트와 큰 차이 없는 가격과 연료효율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빠르게 중저가 4도어 쿠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갔다. 이후 파사트 CC는 2012년 등장한 파사트 B7 모델의 날카로운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리스타일링 모델을 선보였고, 이후부터는 파사트 CC라는 이름 대신 ‘CC’라는 하나의 독립적인 라인업으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어진 4도어 쿠페 열풍


4도어 쿠페의 등장은 비단 외국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어져 전세계적인 4도어 쿠페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국산 4도어 쿠페의 시작은 2009년 등장한 5세대 ‘YF 쏘나타’였다. 1세대부터 4세대 모델까지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난함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웠던 쏘나타가 5세대 모델에서 파격적인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하자 많은 자동차 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4도어 쿠페 열풍을 발빠르게 이어간 YF 쏘나타는 파격적인 디자인이 다소 과했다.(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이전 세대 쏘나타와 큰 차이를 보여준 새로운 스타일의 적용과 통일감이 떨어지는 전면 디자인으로 인해 YF 쏘나타는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논란과 관계없이 YF 쏘나타는 이전 세대 쏘나타를 뛰어 넘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많은 현대자동차 세단에도 쿠페형 디자인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YF 쏘나타의 성공 이후 현대자동차는 6세대 ‘LF 쏘나타’에서도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YF 때와 달리 LF 쏘나타는 파격적인 디자인 요소를 크게 줄여 디자인의 통일감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도어 쿠페의 유행은 프리미엄 자동차를 중심으로 진행 중


벤츠의 비전 CLS 컨셉카 등장 이후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4도어 쿠페의 유행은 새로운 디자인 적용에 대한 자유도가 높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가 CLS-클래스의 출시로 큰 성공을 거두자, 같은 독일 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BMW와 아우디도 발빠르게 4도어 쿠페를 출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BMW만의 4도어 쿠페 디자인을 제시한 컨셉 CS(사진=BMW)

 


BMW는 2007년 상하이 오토쇼에서 공개된 ‘컨셉 CS’를 통해 4도어 쿠페 모델의 등장을 암시했다. 그로부터 약 5년 뒤인 2012년 BMW는 3세대 6시리즈 쿠페를 바탕으로 개발한 4도어 쿠페 ‘6시리즈 그란 쿠페’를 출시했다. BMW 6시리즈 그란 쿠페는 4도어 쿠페를 표방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CLS-클래스 만큼의 파격보다는 세단의 모습을 한 쿠페로 정의할 수 있다. 실제로 6시리즈 그란 쿠페의 디자인은 6시리즈 쿠페에 뒷문을 추가하고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를 늘린 모습을 갖고 있다.


 

 
6시리즈 쿠페(위)와 비교했을 때 6시리즈 그란 쿠페(아래)는 뒷문을 더한 쿠페의 모습을 하고 있다.(사진=BMW)

 


아우디 역시 컨셉카를 통해 아우디만의 4도어 쿠페 디자인을 제시했다. 아우디 최초의 4도어 쿠페 컨셉은 2009년 북미국제오토쇼에 등장한 ‘스포트백 컨셉카’에 의해 제시됐으며, 최초의 양산형 모델은 A5 쿠페를 기본으로 개발돼 2009년 등장한 ‘A5 스포트백’이다. 아우디 스포트백 컨셉카는 이후 2010년에 등장한 ‘A7 스포트백’의 밑바탕이 되었다.


 

 
아우디 A7 스포트백(아래)은 스포트백 컨셉카(위)의 독특한 실루엣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사진=아우디)

 


A5 스포트백과 A7 스포트백을 포함한 아우디 4도어 쿠페만의 특징은 타사 4도어 쿠페와 달리 트렁크가 리드뿐만 아니라 뒷유리까지 포함해 함께 열리는 패스트백 스타일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우디의 4도어 쿠페 모델은 루프의 정점부터 뒷유리, 트렁크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완만한 라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프리미엄 4도어 쿠페 시장에서의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해내고 있다.


 

A7 스포트백과 사진 속 A5 스포트백은 패스트백 스타일의 트렁크를 갖춘 4도어 쿠페다.(사진=아우디)

 


최초의 4도어 쿠페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의 비전 CLS 컨셉카가 등장한지 어느덧 13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4도어 쿠페의 열풍은 끝나지 않고 있다. 물론 현시점에서 본격적인 4도어 쿠페의 등장이 일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로 한정돼 있어 크로스오버 자동차의 다양성이 약회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거의 모든 세단이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 스타일의 루프 라인을 적용해 기존 세단의 밋밋함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4도어 쿠페의 열풍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재규어 XE와 같은 일반적인 세단 조차도 쿠페 스타일의 루프를 적용해 4도어 쿠페의 열풍을 잇고 있다.(사진=재규어)


김준혁 기자 innova33@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