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5~7%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보안 등 신기술이 확산되면서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인데, 이에 따라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 채용을 늘릴 예정이다. 반면 대기업들은 인력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보여 일자리 창출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회장 조현정)는 11일 국내 348개 SW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실적 전망치를 발표했다. 기업들은 올해 매출과 영업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5.6%, 7.7%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으로 나눠보면, 매출의 경우 대기업이 +2.3%, 중소중견기업이 +13.1%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고, 영업이익은 대기업 +6.9%, 중소중견기업 +9.1% 이었다. 전반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기대치가 더 높았다.

SW 기업의 올해 예상 실적과 투자 (표=SW산업협회)
SW 기업의 올해 예상 실적과 투자 (표=SW산업협회)
R&D와 인력 채용 규모를 보면 지난해 대비 각각 4.3%, 3.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대기업의 경우 R&D 투자비를 +2.0%, 인력 운영 규모를 +0.7%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중소중견기업은 각각 +7.2%, +7.7%로 대기업보다 더 공격적으로 R&D와 인력 투자를 늘릴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SW 부문 종사자 수는 지난해보다 5000여 명 늘어난 16만 100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력 채용 의사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분야를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는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았다. 대기업은 기술인력 외에 연구직, 마케팅/영업직, 일반사무/기획 순이었고, 중소중견기업은 마케팅/영업직, 일반사무/기획, 기타, 연구직 순이었다.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신기술 관련 전문가를 선호하는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당장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마케팅이나 영업직 인력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SW 시장 전망이 이처럼 긍정적인 것은 기업들이 신기술 확산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협회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금융과 유통 분야를 중심으로 보안과 핀테크 등 다양한 호재가 있고, 자체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국내 영업도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보안 등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수요와 공공 시장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W 기업의 올해 채용 분야 (표=SW산업협회)
SW 기업의 올해 채용 분야 (표=SW산업협회)
반면 시장 상황이 호전되는 것에 비해 인력 채용, 특히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들은 올해 인력 운영 규모를 지난해보다 0.7% 늘릴 것이라고 답했는데, 협회는 사실상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인력은 그대로지만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6.9%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포레스터리서치가 발표한 최근 3년간 SW 시장의 성장률인 3~5%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이번 조사는 올해 경영 목표를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설문 결과만 보면 대기업들은 신기술로 만들어지는 시장을 새 매출원으로 활용하면서 신규 채용은 최소화할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신규 채용 없이 기존 인력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국내 SW 산업의 병폐로 지적되던 인건비 중심의 수익 구조를 답습할 것임을 의미한다. 대기업이 인건비를 낮추는 대표적인 방법이 하도급이고, 다단계 하도급은 SW 산업 종사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이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김문수 한국SW산업협회 정책연구실 수석은 "대기업의 고용 효과가 중소중견기업보다 크게 낮은 것은 맞지만, 정년 연장이나 공공사업 참여 제한 등으로 업무 전환이 가능한 직원들이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며 "올해가 첫 조사여서 아직 추세를 단정하기는 이르고 앞으로 매년 조사를 통해 대기업의 고용 효과에 대해 더 상세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