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강점은 단연 ‘속도’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전기적 신호를 통해 데이터를 읽고 쓰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회전하는 디스크 기반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보다 빠른 속도로 주목을 받아왔다. 다만, 동일 용량 대비 가격은 SSD가 여전히 HDD보다 비싸지만, 최근 128GB 용량 기준으로 6만~7만원대에 구입 가능한 SSD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가격 문턱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SSD와 HDD는 각각 속도와 용량을 내세워 PC 저장장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SSD와 HDD는 각각 속도와 용량을 내세워 PC 저장장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렇듯 일반 소비자용 PC 시장에서 SSD가 대중화되면서 속도와 가격 외에 ‘수명’도 SSD의 성능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빠르고 저렴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안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데이터를 보관하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자제품은 ‘뽑기 운’이라고들 하지만, 제조사들은 엄정한 기준을 두고 제품이 어느 정도까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를 판단한다. 저장장치에서는 MTBF(평균무고장시간)가 주로 사용되는데, HDD의 MTBF는 제품에 따라 약 50만~70만 시간, SSD의 MTBF는 약 100만~200만 시간 수준이다. 다만, MTBF는 수명을 의미하기보다는 해당 제품의 불량률이 얼마나 낮은지를 가늠하는 정도로만 참고할 만하다.

SSD의 수명은 낸드플래시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기록되는지가 기준이 된다. 즉, SSD에 데이터를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수명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낸드플래시의 최소 기록 단위를 셀(cell)이라고 하는데, 이 셀에 데이터가 비트(bit) 단위로 저장된다. 낸드플래시의 종류를 말할 때 SLC, MLC, TLC라고 하는 것도 각각 하나의 셀에 1비트, 2비트, 3비트를 저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SSD에서는 TBW(TeraByte Written)라는 단위가 사용되는데, 일례로 특정 SSD가 150TBW의 수명을 보장한다면 이는 총 150TB의 데이터를 기록했을 때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150TB면 매일 100GB씩 4년을 쉬지 않고 데이터를 기록해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반면, 읽기의 경우에는 SSD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토렌트와 같이 대량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P2P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SSD의 수명도 그만큼 빨리 단축되기 때문에 SSD 대신 HDD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그렇지 못하다. 하루에 수 TB씩 데이터를 내려받는 헤비유저라면 단기간에 SSD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하루 100GB 정도의 일반적인 수준이라면 P2P 프로그램 사용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SSD의 용량이 커질수록 TBW도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SSD 가격이 더 낮아지고, 고용량 SSD가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게 되면 수명에 대한 걱정도 그만큼 덜 해도 될 전망이다. 단, TBW는 제조사가 명시한 보증기간과는 별개로 간주되기 때문에 보증기간 내라도 수명이 다하면 AS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래도 사용 중인 SSD의 수명이 걱정된다면 제조사별로 제공하는 유틸리티를 통해 내 SSD의 수명을 수시로 확인하고, 최적화 기능을 활성화시켜두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기존 HDD에서 조금이라도 더 성능을 높이기 위해 수행했던 조각모음의 경우 SSD에서는 성능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수명만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SSD의 수명에 대한 이슈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민감한 사안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SSD의 수명과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그보다는 SSD에 데이터를 가득 채우지 말고, 10~15% 정도 비워두는 등 기본적인 관리에만 신경 써주면 쾌적한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