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10’이 오는 7월 29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운영체제에 거는 PC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침체일로의 최근 PC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는 울트라 슬림 노트북과 투인원(2-in-1) PC의 성장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피스 3(사진= MS)
서피스 3(사진= MS)

지난 1분기 전 세계 PC 시장은 전년동기 대비 5.2% 감소한 717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MS가 윈도 XP 지원을 종료함에 따라 교체 수요가 발생하면서 PC 시장이 반짝 특수를 누렸으나, 이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특히 기업용 데스크톱 PC의 출하량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반등 효과가 길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울트라 슬림 노트북과 투인원 PC는 지난해에 비해 출하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가트너는 올해 태블릿과 키보드가 결합한 투인원과 분리형 및 컨버터블 투인원 PC의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70% 증가한 21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모바일 PC 판매량의 12% 수준으로, 가트너는 이 수치가 오는 2019년 26%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한 투인원 PC는 당시만 해도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PC 제조사들은 투인원 PC가 노트북과 태블릿의 휴대성과 생산성을 모두 갖춘 제품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각기 따로 쓰는 것이 사용자경험 측면에서 더 낫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국내의 경우 윈도 중심의 PC와 안드로이드 중심의 태블릿으로 운영체제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 투인원 PC 보급의 걸림돌이 됐다.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윈도와 안드로이드 듀얼 운영체제 기반의 태블릿이나 투인원 제품을 기대했으나, 실제로 구매 가능한 제품은 거의 없었다. 기업 시장은 투인원 PC가 파고들 틈이 더욱 좁다.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요 애플리케이션의 호환성 문제로 윈도 7 환경에서 PC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윈도 10이 투인원 PC 시장을 확대시킬 촉매제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MS는 윈도 10을 공개하면서 다양한 화면 크기와 폼팩터 종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윈도 10에 새로이 도입된 컴티뉴엄 모드는 사용자가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할 것인지, 또는 터치만으로 기기를 사용할 것인지를 스스로 감지하고, 그에 최적화된 모드를 제공한다.

MS는 윈도 10이 다양한 화면 크기와 기기 종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사진= MS)
MS는 윈도 10이 다양한 화면 크기와 기기 종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사진= MS)

기존에는 기기 종류별로 파편화돼 있었던 앱도 유니버설 윈도 앱으로 통합된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용, 태블릿용, PC용 앱과 같은 구분 없이 각각의 앱들을 모든 기기에서 일관성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앞서 듀얼 운영체제 기반의 태블릿이나 투인원 PC를 기대했던 사용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투인원 PC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업체는 에이수스다. 에이수스는 지난해 310만대의 투인원 PC를 출하하며 4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에이수스의 모바일 PC 출하량의 15%에 해당한다. 특히 에이수스는 13인치 이하 소형 투인원 제품군 라인업을 강화했고, 여기에 공격적인 가격 정책도 함께 가져갔다.

글로벌 PC 시장 선두인 레노버는 지난해 190만대의 투인원 PC를 출하했다. 지난해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투인원 PC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던 레노버는 2013년 불과 6%에 불과했던 투인원 PC 시장 점유율도 31%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HP도 투인원 PC 제품 라인업을 대폭 확장하며, 20만원대에서 200만원이 넘는 폭넓은 가격대로 일반 소비자 시장을 공략했다. 이를 통해 2013년 전 세계 투인원 PC 출하량 7위에 머물렀던 HP는 지난해 8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투인원 PC 시장 3위 업체로 등극했다.

한편, 대표적인 투인원 PC 중 하나인 ‘서피스’ 시리즈를 공급하고 있는 MS도 윈도 10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피스는 키보드 역할을 하는 타입 커버가 옵션이기 때문에 시장조사기관이 태블릿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를 투인원으로 간주할 경우 MS의 시장점유율은 에이수스, 레노버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MS가 윈도 10과 함께 차세대 서피스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윈도 10의 등장으로 인해 투인원이 하반기 PC 시장에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