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진] "이통사의 공짜 방송이라는 포장이 콘텐츠 산업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윤두현, 이하 KCTA)는 23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통3사의 공짜마케팅이 미디어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공식 석상에 처음 참석한 윤두현 회장은 현재 통신 및 방송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통3사의 결합상품 판매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23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CTA 주요 관계자들이 결합판매 제도개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3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CTA 주요 관계자들이 결합판매 제도개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5월 2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공짜, 인터넷 공짜 등 허위·과장 광고를 한 이통3사에 대해 제재를 했지만 여전히 이같은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가 주장했다.

KCTA가 구상하는 결합상품 할인은 구성 요소에 대한 동등한 비율의 할인을 포함하고 있다. 가령 이통서비스와 방송을 할인해줄 때 둘의 가격을 합한 후 총액 기준으로 할인해주는 방식 대신, 각 요소별 할인 비율을 같게 조정해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통신이 4만원, 방송이 1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종전에는 결합상품 할인 시 통신 1만원, 방송 1000원 등의 방법으로 할인이 가능했다. 

KCTA 측은 종전 방식 대신 각 상품별 할인율을 동등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합상품 할인을 해줄 때 개별 할인료 산정 방식 대신 각각을 같은 할인율로 적용해야 영역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통신, 방송 등이 결합한 상품을 판매할 때 이들에 대한 동등한 비율의 할인을 해주는 것이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이를 규제함으로써 공정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이동전화나 초고속인터넷 등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에 대한 결합상품 구성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2007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SK텔콤과 KT의 결합상품 경쟁을 본격 허용했다.

이로 인해 2008년 37.8%에 달하던 케이블TV사업자의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이 2013년 17.9%로 급격히 떨어졌다. 반면 통신사업자의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을 2013년 82.1% 수준으로 증가했고, 최근에는 이동통신 상품 가입 회선 수에 따라 할인해주는 등 이동통신 중심의 결합상품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2014년 1월 발표한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수 및 점유율 현황표.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2014년 1월 발표한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수 및 점유율 현황표.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이동전화를 포함한 유료방송 결합상품 비중은 2011년 11.5%에서 2014년 36.5%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상황에 따라 점유율이 늘어나는 것은 괜찮지만, 이통사들이 결합상품을 구성하면서 케이블TV 등 중소통신사업자들의 주력상품인 초고속인터넷이나 유료방송 상품을 공짜로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윤두현 회장은 "방송은 문화상품으로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산업인데 이동통신과 결합하면 공짜라는 식의 허위·과장 마케팅으로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까지 병들어 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정경쟁을 유도해 방송통신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것이 이용자 후생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