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본격적인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둔 금융권이 신규 고객 확보 보다 기존 고객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금융연구원
출처=금융연구원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시중은행들은 자산 성장이나 건전성보다는 비이자영업을 통한 수익성제고와 수익구조 개선에 주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상반기 국내 시중은행의 영업점 평가지표(이하 KPI)를 살펴보면, 총여신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0.6%p 상승하는데 그쳤고, 건전성 비중도 은행별로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이거나 일부에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평가지표 중 수익성은 평균 34.8%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시중은행의 경우에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평균 3.2%p 증가했다. 또한 수익성지표 중에서도 교차판매 등 비이자이익 지표에 대한 배점을 대부분의 은행에서 상향 조정했다.

사실상 국내 시중은행들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에서 신규 고객을 더 확보하기 위해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기존 우량고객과의 관계심화를 통해 자행에 대한 고객의 거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단계적인 계좌이동제 시행에 대비해 기존 고객에 대한 급여나 연금 등의 자동이체 가입 등을 적극 추진해 저원가성 수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으로의 고객 이탈을 우려해 저원가성 수신의 평가배점을 더 높인 상태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유출사태 이후 그룹 내 정보공유가 제한되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 활동이 위축됐고,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은 여전히 저위험·저수익 대출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례로, 2012년 국내 시중은행들은 중신용자 대출 비중은 19.8%를 기록했지만, 2013년 18.3%로 줄었고, 지난해인 2014년에는 15.7%로 축소됐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중위험·중수익 대출을 확대할 필요가 크다”며 “특히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신규 고객 발굴과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 강화 등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위험·중수익 시장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관련 시장에 대한 데이터 및 분석 능력을 축적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신규 고객 발굴이 미래 성장을 위한 초석인 만큼, 당장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고객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