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지역 관광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무원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조성한 ‘동화마을’이 유명 캐릭터 디자인을 허락 없이 사용해 저작권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장소는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옆에 위치한 ‘동화마을’로, 중구청이 2013년에 지역 주민들과 함께 조성했다. 이 곳에는 안데르센 동화를 비롯한 세계 명작동화들 속 캐릭터들이 벽화로, 조각상으로 곳곳에 장식돼 인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이미 관광명소화 됐다. 

문제는 그 그려지고 조각된 캐릭터들에 있다. 동화마을을 유심히 살펴보면 상당히 낯익은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아기사슴 밤비, 알라딘, 자스민 공주 등 많은 캐릭터들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꼭 닮았다.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을 월트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는데 버젓이 벽화와 조각이 만들어진 것이다. 

해당 캐릭터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중구청에 문의하자 중구청 관계자는 “동화마을의 벽화 디자인은 미술작가와 협의를 통해 그린 것이며, 어릴 때부터 봐왔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너무 유명하다 보니 비슷하게 그려진 것 같다”고 답했다. 

중구청 예산으로 세운 동화마을 저작권 위반... 동일성유지권 위반도 의심

월트 디즈니의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주인공 아리엘을 닮은 벽화
월트 디즈니의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주인공 아리엘을 닮은 벽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닐스의 모험' 캐릭터를 꼭 닮은 벽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닐스의 모험' 캐릭터를 꼭 닮은 벽화
 
역시 월트 디즈니의 '피노키오'를 닮은 조각상
역시 월트 디즈니의 '피노키오'를 닮은 조각상
 
월트 디즈니의 1992년 작 '알라딘' 캐릭터와 닮은 그림
월트 디즈니의 1992년 작 '알라딘' 캐릭터와 닮은 그림
 
MGM의 인기 캐릭터 '톰'과 '제리', 그리고 로비오의 인기 게임 캐릭터 '앵그리 버드'도 볼 수 있다.
MGM의 인기 캐릭터 '톰'과 '제리', 그리고 로비오의 인기 게임 캐릭터 '앵그리 버드'도 볼 수 있다.
 
곳곳에 그려진 디즈니 인기 캐릭터 벽화
곳곳에 그려진 디즈니 인기 캐릭터 벽화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 캐릭터. 외모와 의상 등이 똑같다.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 캐릭터. 외모와 의상 등이 똑같다.
 
상점 벽에 그려진 월트 디즈니의 1991년 작 '미녀와 야수' 주요 캐릭터 벽화
상점 벽에 그려진 월트 디즈니의 1991년 작 '미녀와 야수' 주요 캐릭터 벽화
 
1942년에 개봉한 월트 디즈니의 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밤비'의 주인공. 포스터 이미지와 구도가 동일하다.
1942년에 개봉한 월트 디즈니의 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밤비'의 주인공. 포스터 이미지와 구도가 동일하다.


이 동화마을 구상은 인천광역시 중구청이 주도해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이뤄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구청 관계자 누구도 캐릭터 저작권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미술작가들이 그린 작품에 대해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방문객들이 저작권에 대해 문의를 하기 시작했으나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차이나타운과 함께 중구 관광지 개발을 위해 막대한 구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불구하고 기초적인 법률 검토도 하지 않은 셈이다. 

현재 동화마을의 몇몇 가게들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캐릭터를 사용해 벽화를 그리고 내부 인테리어를 꾸몄다. 타사의 캐릭터로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캐릭터들은 오리지널 캐릭터와 머리스타일이나 색상 등 미술가의 실력에 따라 약간 차이를 보인다. 오리지널 캐릭터의 원형을 훼손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는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자에게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복제권, 배포권, 전시권 등의 저작재산권이 부여되므로 권리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복제, 배포, 전시 등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저작자에게는 저작재산권 외에 동일성유지권 등의 저작인격권도 부여되므로, 권리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변형하여 이용할 경우 동일성유지권 침해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중구청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동화마을을 만들기 전 저작권위원회에 따로 연락을 취한 적이 있다. 이 캐릭터들을 공공 목적으로 활용한 것일 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혹 문제된다면 9월에 재 도장할 때 전면적으로 없앨 것”이라고 해명했다. 

디즈니, 자사 캐릭터 무단 사용 인지도 못해

한편 디즈니코리아는 이에 대해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저작권 관련해서 접수나 문의가 있지 않았다며 동화마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너무 광범위하게 캐릭터가 사용되고 있어 일일이 확인하고 단속하기는 어렵지만 구청까지 소매를 걷어 올리고 만든 테마 마을에 대해 2년 가까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베른협약 등 저작권 관련 국제조약에 가입돼 있다. 이로 인해 외국 저작물도 국내 저작물과 동일하게 보호받게 된다. 디즈니 사의 저작물 등도 국내 저작물과 동일하게 보호받고 있으므로, 이를 벽화 등에 그리기 위해서는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구청에서는 디즈니 측에 연락을 취한 적도 없고 전혀 상관 없는 저작권위원회에만 연락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해왔다. 문제가 되면 차후에 없앤다는 ‘사후약방문’이 중구청이 꺼낸 해결책이다. 

현행 저작권법상 보호기간은 자연인 사후 70년 및 업무상저작물 공표 후 7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저작물에 따라 창작·공표·사망 시점 등에 따라 종전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각 저작물별 보호기간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참고적으로 1957년 시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자연인 사후 30년 및 단체명의 저작물 발행 또는 공연한 날로부터 30년간 규정하고 있으며 1987년 시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자연인 사후 50년 및 단체명의 저작물 공표 후 5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