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작년까지 세탁기 시장의 트렌드는 냉장고처럼 ‘대형화’였다. 세탁기 용량은 13kg, 15kg, 17kg, 19kg, 21kg 등으로 꾸준히 커졌다. 실제 소비자들은 여러 번 나눠 세탁하기보다는 한 번에 많은 옷감을 세탁하거나 이불세탁도 하기를 원했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큰 용량의 세탁기가 유리하다. 

그런데 용량이 계속 커지자 제조사들은 “과연 가정집에서 21kg 이상 대용량 세탁기가 의미가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정된 세탁기 설치공간 하에서 무조건 용량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1인가구, 핵가족 수요가 증가하면서 예전처럼 대용량 세탁기를 선호하는 이가 많지 않게 됐다. 

소비자들은 또 용량이 커진 데에 따른 물 소비량 증가와 전기 사용량 증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세탁 횟수에 따른 물·전기 소비량이 직접적으로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증가하다 보니 전기료에 대한 고민은 해마다 느는 추세다. 

세탁용량보다는 효율적인 세탁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자 LG전자는 2대의 세탁기를 하나로 결합시킨 '트윈워시'를 출시했다.
세탁용량보다는 효율적인 세탁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자 LG전자는 2대의 세탁기를 하나로 결합시킨 '트윈워시'를 출시했다.


이에 LG전자는 이런 여러 소비자들의 요구사항들을 종합해 ‘트윈워시’ 세탁기를 최근 출시했다. 우선 출시한 제품은 21kg 용량. 위쪽에 드럼세탁기를, 아래쪽에 크기를 줄인 전자동세탁기를 설치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설치공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세탁 공간을 분리함으로써 전기료와 물 사용량에 대한 고민도 덜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중국의 가전회사 하이얼(Haier)도 세탁기 상하에 드럼세탁기를 탑재한 ‘듀얼드럼 세탁기’를 5월에 처음 공개했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세탁용량의 무조건적인 증가보다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른 분리세탁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이얼의 듀얼드럼 세탁기가 LG전자의 트윈워시 세탁기를 모방한 제품이라는 의혹을 보이고 있다. 

하이얼이 공개한 듀얼드럼 세탁기(사진=pocket-lint)
하이얼이 공개한 듀얼드럼 세탁기(사진=pocket-lint)
전시문 LG전자 세탁기 사업부장은 “회전하는 2개의 세탁통을 설치하면 진동과 소음을 잡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팽이를 예로 들면, 빠르게 회전하는 팽이를 더 세게 회전시키면 회전운동 하는 팽이의 균형이 무너져 옆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이얼 제품의 경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상하 동시 세탁은 가능하지만 동시 탈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트윈워시 하단에 장착되는 3.5kg 용량의 미니워시 세탁기
트윈워시 하단에 장착되는 3.5kg 용량의 미니워시 세탁기
이어 그는 “트윈워시는 상하 동시 세탁과 동시 탈수가 모두 가능할 뿐만 아니라 17kg 용량 이상의 기존 드럼세탁기에 추가 장착이 가능해 품질과 활용도 면에서 모두 앞선 제품”이라고 트윈워시의 장점을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 옷과 어른 옷, 남자 옷과 여자 옷 등을 분리 세탁하는 가구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공간이 넓어 2대의 세탁기를 둘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아파트 구조에서는 세탁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밖에 없다. LG전자의 트윈워시 세탁기는 좁은 공간에서 2대의 세탁조를 두고 세탁물이 적을 경우에는 하단 3.5kg 용량의 미니워시를, 세탁물이 많을 경우에는 17kg/19kg/21kg으로 출시되는 상단 드럼세탁기에서 빨래할 수 있어 여러모로 유용하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