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정치연] 쌍용자동차 플래그십 대형 세단인 '체어맨W'의 판매량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2008년 출시된 체어맨W는 현대차 에쿠스와 함께 국산 최고의 플래그십 세단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지만, 지금은 가장 안 팔리는 국산차 중 하나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실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체어맨W는 915대가 팔리는 데 그치며 한 달에 겨우 100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모델 변경 주기가 지났음에도 후속 신차의 투입이 늦어지면서 상품성 개선을 이루지 못한 점이 판매 저조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모델 노후화로 시장에서 고전 중인 '체어맨W' (사진=쌍용차)
모델 노후화로 시장에서 고전 중인 '체어맨W' (사진=쌍용차)
 

체어맨W 후속 모델 출시는 여전히 '불투명'

체어맨W가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쌍용차는 여전히 체어맨 후속 모델의 출시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평균 수천억 원에 육박하는 신차 개발 비용을 최고급 세단에 투입하기에는 현재 회사 사정상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유일 쌍용차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체어맨 W를 지금처럼 세단으로 개발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시장의 수요에 맞게 플랫폼을 변형해 고급 SUV를 개발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발전적인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는 "체어맨을 단종하겠단 것이 아니라 체어맨 브랜드의 발전적인 방향을 고민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후속 모델 개발에 최소 4~5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쌍용차는 체어맨W 후속 모델 대신 글로벌 시장 수요가 많은 SUV 쪽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렉스턴W 후속을 엿볼 수 있는 'LIV-1 컨셉카' (사진=쌍용차)
렉스턴W 후속을 엿볼 수 있는 'LIV-1 컨셉카' (사진=쌍용차)
 

렉스턴W 후속 Y400, 플래그십 자리 대신할까

쌍용차가 향후 내놓을 신차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으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은 렉스턴W 후속(프로젝트명 Y400)이다.

대형 SUV인 렉스턴W는 2000년 출시 이후 수차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와 풀체인지를 거쳤지만, 디자인과 상품성 면에서 1세대 모델의 큰 틀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2016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렉스턴W 후속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세 제원을 밝히진 않았지만, 기존 렉스턴W의 강점인 단단한 프레임 바디를 채택하고 2013년 공개한 LIV-1 컨셉카의 디자인 요소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렉스턴W 후속을 엿볼 수 있는 'LIV-1 컨셉카' (사진=쌍용차)
렉스턴W 후속을 엿볼 수 있는 'LIV-1 컨셉카' (사진=쌍용차)
 
아울러 신차의 브랜드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쌍용차는 렉스턴W 후속에 렉스턴이 아닌 체어맨 브랜드를 계승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쌍용차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 자리는 렉스턴W 후속이 물려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소형 SUV 티볼리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수익성 면에서 쌍용차의 캐시카우가 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수익성이 뛰어난 렉스턴이나 체어맨 등이 판매를 이끌어야 회사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