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내수 PC 시장, 대만이 극복한 ‘비결’은?

최용석 기자
입력 2015.11.11 18:30 수정 2015.11.13 08:02

[IT조선 최용석] 연말이 다가오면서 유통업계의 분위기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성탄절을 전후로 하는 연말 시즌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가 가장 큰 ‘대목’이기 때문이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물 건너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을 중심으로 대다수 유통 업체들이 거의 한 달 가까이 상품들의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중국에서도 매년 11월 11일 ‘광군제’라는 이름으로 국내외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대대적인 할인 판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서도 지난 추석을 전후로 정부 주도 하에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진행된 바 있으며, 11월로 접어들면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을 중심으로 한 연말 이벤트성 판촉 행사들이 유통 시장을 달구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의류나 잡화, 화장품, 생필품, 가전, 가구, 자동차 등 ‘사고파는 것’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연말 특수 마케팅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런 연말 특수의 훈풍에서 빗겨난 곳이 있다. 바로 PC 시장이다. 국내 PC시장은 한때 용산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라 불릴 정도로 활성화됐었다. 하지만 온라인쇼핑 시대가 열리면서 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줄었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대두로 시장 규모 차체도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잠시 중단된 용산 재개발 움직임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PC 시장의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 PC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오프라인 전시회, 즉 전시와 판매를 겸한 형태의 행사가 주목받고 있다.

 

침체된 내수 PC 시장, 대만의 극복 방법은 '전시+판매'

대표적인 예로 PC 하드웨어와 관련해 세계적인 업체들이 대거 모여있어 ‘PC 강국’으로 통하는 대만이 있다.

현지 시장에 정통한 대만계 PC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대만 역시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PC 강국’이라는 이미지에 매년 여름 ‘컴퓨텍스’라는 세계적인 규모의 전시 행사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내수 PC 시장 규모가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만의 PC 관련 업체들은 전시회와 제품 판매가 결합된 일종의 오프라인 판촉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만회하기 시작했다. PC 사용자 외에는 관심 없던 일반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컴퓨텍스 못지않은 규모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전시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를 가진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보다 유리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단순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소비’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서도 다양한 IT 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있지만, 적극적인 현장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만 내 주요 IT전시회 '資訊月'의 일정표. 타이페이 외에도 타이중과 타이난, 까오슝 등 지방 도시에서 연이어 개최될 예정이다. (출처=資訊月 홈페이지)
 

물론 대만에서도 초기에는 업체들의 참여도 적었고 소비자들의 호응도 약했다. 그러나 정기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방문객 수가 늘어나면서 규모도 커지면서 인기 행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PC 외 IT 관련 기업들도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종합 IT 전시 및 판매 행사로 거듭난 상태다.

최근에는 수도인 타이페이 외에도 주요 도시인 타이난과 타이중, 까오슝 등 지방 도시에서도 연이어 개최됨으로써 대만 내수 시장 및 관련 업체들의 매출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기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참여 업체들이 일부 이윤을 포기하면서까지 십시일반 힘을 더하면서 관련 행사 활성화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대만의 사례를 소개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열린 다양한 '전시회'는 참여하는 기업 입장에서 브랜드 홍보 외에는 딱히 메리트가 없었으며, 참관하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도 일시적인 '눈요기'에 그칠 뿐이었다"며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천편일률적인 온라인 마케팅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일반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접하도록 함으로써 소비 욕구를 촉진하고, 즉석에서 구매로 연결되어 참가하는 업체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PC를 포함한 IT 시장의 규모는 한국이 대만보다 큰 만큼 전시와 판매가 결합된 형태의 오프라인 행사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남은 것은 국내 PC 관련 업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국내에서 이처럼 전시와 판매가 결합된 오프라인 행사가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전국 각지에서 수시로 열리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유아용품 전시회다.

‘전시회’라는 딱지가 붙어있지만, 대부분은 전시와 동시에 판매까지 이뤄지는 판촉 행사를 겸하고 있으며, 관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번 행사가 열리면 그 기간 동안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높은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수 마니아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각종 '키덜트' 관련 분야도 전시와 판매가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음지에서 양지로 떠오르고,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규모와 관심이 대폭 줄었다고는 하지만 PC는 여전히 가구당 한 대쯤은 있는 것이 당연한 ‘필수가전’의 하나다. 특히 인터넷 검색이나 디지털 문서 업무 등 전통적인 목적 외에도 일반 가정에서의 IoT(사물 인터넷)의 도입과 클라우드 환경 구축, 고품질의 AR(증강현실) 및 VR(가상현실) 콘텐츠를 공급하고 활용하는데 있어 PC에 중요한 허브(HUB)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차세대 문화산업인 게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옮겨간 사이 PC쪽은 '필요는 하지만 잘 모르는 분야'가 되어버렸다. '지스타'처럼 잘 모르지만 관심이 있는 다수의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다름 아닌 국내 PC 관련 업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다. 대만의 사례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의 규모를 키우고 활성화시키는 것은 참여하는 업체들에 달려있다.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매출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시장 자체를 살리기 위한 업계의 과감한 결단과 도전이 필요한 때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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