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차주경] 중국은 최근 가전, 스마트 디바이스 등 IT 기기 제조 부문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광학기기 제조사들이 디지털 이미징 시장에 가세, 조금씩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디지털 이미징 액세서리 시장에서 중국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디지털 이미징 시장 초기, 중국 제조사들은 삼각대와 가방 등 설계 및 제작이 쉬운 액세서리를 주로 만들었다. 인얀, 용누오 등 중국 제조사들은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디지털 카메라 전용 플래시를 선보였다. 트라이오포와 시루이도 다양한 삼각대 라인업을 가졌다. 이들 제조사는 단순히 유명 제품을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고 제품에 개성을 부여하는 등 기술력을 과시했다.

축소광학계까지 도입한 렌즈 어댑터, 키폰(Kipon) 어댑터(사진=키폰)
축소광학계까지 도입한 렌즈 어댑터, 키폰(Kipon) 어댑터(사진=키폰)

이어 중국 제조사들은 규격이 다른 렌즈와 카메라를 연결하는 ‘렌즈 어댑터’ 부문에 관심을 가졌다.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부흥과 맞물려 렌즈 어댑터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일본 디지털 카메라 및 렌즈 제조사들도 자사 제품용 렌즈 어댑터를 발표했지만, 가격이 높았다. 

중국 제조사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가격은 낮으면서 품질은 우수한 렌즈 어댑터를 다수 선보였다. 중국 렌즈 어댑터는 체결 가능한 렌즈와 카메라 종류 면에서도 일본 제품을 압도했다. 개중에는 축소 광학계를 사용해 초점 거리를 개선해주는 고급 제품도 있다.

F0.95 조리개 지원하는 미러리스 렌즈, 종이옵틱스 스피드마스터(사진=종이옵틱스)
F0.95 조리개 지원하는 미러리스 렌즈, 종이옵틱스 스피드마스터(사진=종이옵틱스)

최근 중국 광학기기 제조사는 교환식 렌즈 제작에도 나섰다. 라이선스 및 기술 문제로 인해 자동초점 기능이 없는 수동 렌즈만 선보였지만, 그럼에도 일취월장한 중국 광학기기 제조사들의 기술력은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나아가 이들은 교환식 렌즈에 밝은 개방 조리개 등 독창적인 개성까지 도입하는 추세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중국 제품에 대해 ‘가격이 낮은 만큼 품질도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광학기기 제조사들은 꾸준히 고품질, 고성능 제품을 출시하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했다. 중국 광학기기 제조사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도 좋다. 중국 내수 디지털 이미징 시장이 최근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온라인 쇼핑 여건이 좋아지면서 글로벌 사용자들이 중국 제품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고도의 광학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필요하다. 반면, 디지털 이미징 액세서리는 카메라 본체보다 적은 기술력으로 만들 수 있고 제품 수요도 많아 단기간에 진입할 수 있다. 튼튼한 내수 시장에서 오는 자금과 높은 생산력, 평균 이상의 품질, 독특한 개성. 이것이 중국 광학기기 제조사들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차주경 기자 reinerr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