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재필] 이통3사가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 시행 후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9600억원에 달하는 마케팅비를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의 단말기 지원금 지급을 엄격히 제한하는 단통법이 또 한 번 '단언컨대 통신사만 배불리는 법'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2015년 연간 마케팅비 7조8619억원을 지출했다.

이미지=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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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별로 살펴보면, SK텔레콤은 작년 한 해 동안 마케팅 비용으로 3조550억 원을 썼다. 이는 2014년 지출한 마케팅비 3조5750억원보다 14.5% 감소한 수치로, 총 5200억원을 아꼈다.

KT는 작년 2조 8132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다. 2014년 마케팅비 3조1528억 원에 비해 10.8% 감소했으며, 총 3396억 원의 마케팅비 지출을 줄였다.

LG유플러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5년 마케팅 비용으로 1조9987억 원을 썼으며, 이는 전년 2조962억원보다 4.7% 감소한 수치다. 총 975억원을 아꼈다는 계산이다.

이통3사는 마케팅비 감소 요인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시장이 과열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현행 33만원 내에서만 단말기 지원금으로 지급할 수 있게 돼, 상대적으로 지원금을 많이 투입했던 2014년보다 마케팅비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25만원에서 35만원까지 6개월마다 조정할 수 있는 지원금 상한액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말기유통법이 '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법'이라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작년 4월 초 지원금 상한액을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후, 지금까지 재조정을 하고 있지 않다.

휴대폰 유통점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이통사는 마케팅 비용을 아꼈지만, 유통점들의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소비자들이 중저가폰으로 몰리는 이유도 그만큼 프리미엄 단말기 구매에 대한 부담이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을 높여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