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심사 기준을 마련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부터 사전동의 요청이 오면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의견을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허가 사전동의 심사계획(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 최재필 기자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 최재필 기자

SK텔레콤은 2015년 12월 정부에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번 인수합병 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미래부, 방통위 등 3개 부처가 맡는다.

먼저, 공정위가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후 이해 당사자에 발송하면 3주간 의견 제출 기간을 거친 뒤,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린다. 공정위는 120일로 잡혀 있는 법정 심사 기한을 이미 넘기고 자료 보정기간을 적용해 143일째 심사를 진행 중이며, 5월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하면 미래부는 60일 이내에 양사 합병과 관련된 최종 심사를 진행하고, 35일간의 방통위 사전동의를 거쳐 양사의 합병은 '허가'또는 '불허가'로 최종 결정된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M&A에 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 때문이다.

M&A 당사자들은 기업 결합에 따른 미래 먹거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 등 반(反) M&A 진영은 덩치가 커진 거대 공룡기업이 지배력을 이용해 시장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전동의 심사위는 총 9명으로 구성… 방송의 '공공성·공익성' 집중 심사

방통위는 양사 합병에 대한 심사기준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공성, 공익성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방송서비스의 접근성 보장 가능성 ▲방송서비스 공급원의 다양성 확보 가능성 ▲시청자(이용자) 권익보호 가능성 ▲(합병법인과 최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의) 공적책임 이행 가능성 등 4개 항목을 마련했다. 이밖에 ▲콘텐츠 공급원의 다양성 확보 가능성 ▲지역채널 운영 계획의 적정성 등도 살펴본다.

심사위원회는 미래부가 방통위에 사전동의를 요청해오면 방통위 상임위원 간 협의를 거쳐 상임위원 또는 관련 단체 등에서 추천받은 외부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다. 미디어, 법률, 회계, 기술, 시청자, 소비자 등 분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4박 5일간 집중적인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위원장 및 심사위원은 방통위원장이 상임위원과 협의해 상임위원 또는 관련 단체 등에서 추천받은 외부전문가 중에서 결정된다. 심사위원장은 최종 의견 채택 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없고, 최종적으로 심사위원간 의견을 정리하는 역할만 맡는다. 여기서 채택된 의견들은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 후 미래부로 전달된다. 이후 미래부가 최종 허가 여부를 발표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신영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 과장은 "(심사위원장이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이유는 )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 결과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미지=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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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심사위원회는 사전동의 심사 기간 중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립한다. 여기에는 이동통신사, 알뜰폰사업자, 지상파, 종편 채널, 케이블TV 등이 포함된다.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해관계자들이기 때문에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의 의견은 지금까지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중심으로 반영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심사위원회 구성 놓고 '눈치싸움' 예상

방통위의 사전동의 심사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관련 당사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심사위원은 비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교수·전문가 등이 민간 심사위원회 구성원이 될 경우 이번 결정에 대한 부담을 평생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T, LG유플러스 등 反SK텔레콤 진영은 2000년 말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까지 거론하며 이번 M&A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양사는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통신 산업의 독과점 역사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되풀이할 수 없다"는 주장했다. 업계에서의 통신 산업의 역사까지 거론하며 반대를 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이 민간 심사위원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심사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형평성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합병건을 발표한 후, 대외적으로 찬성·반대 입장을 펼친 인물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이번 합병건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제시한 학자 또는 전문가가 포함돼서는 안 된다"며 "특히 과거의 발언, 칼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본인의 성향을 밝힌 사람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M&A 허가 승인에 핵심 역할을 하는 미래부, 방통위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또 방통위의 합병 사전동의 심사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을 핵심으로 보고, 미래부는 산업 활성화 측면, 방통위는 가장 핵심인 방송의 공공성을 면밀히 보는데, 35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중요한 사안들을 모두 살펴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기관의 역할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위의 경쟁 제한성 심사가 계속 이슈가 되고 있고, 미래부나 방통위는 논외로 되는 경향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재필 기자 mobile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