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의 IT정담] 테슬라모터스, 오해와 이해 사이

박철완 박사
입력 2016.07.09 11:48
2011년 어느 여름날, 차를 몰고 현충원 앞을 지나치는데 2톤 쯤 되는 화물차 화물칸에 눈에 익은 파란색 경차 한대가 실려 가고 있었다. 그 차는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블루온 배터리 전기차였다. 정부보급차량이 더운 날씨에 괜히 나왔다가 방전돼 차가 퍼진 모양이었다. 그즈음, 미국 땅에는 테슬라모터스의 로드스터와 닛산자동차의 리프가 캘리포니아 도로를 문제 없이 달리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 시도한 저속 전기차 보급은 담당부처 보급팀의 무능력으로 정책적으로 실패했고, 발상의 독특함을 제외하고는 시체나 다름 없었던 온라인 전기차 'OLEV' 개발도 어김 없이 실패로 끝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차전지와 배터리 전기차의 '수준급' 전문가는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니 보급과 개발 실패는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자동차는 종합예술이라 할만한 것이라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들도 배터리 전기차 사업에 진입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EV1으로 이미 배터리 전기차 사업 경험을 가졌던 GM 조차도 혀를 내두르는 상황이었다.

독창적이고도 독특한 캘리포니아의 테슬라모터스는 배터리 전기차 제작사 중 기괴함으로 손 꼽을 때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성공한 축에 들어간다. 사실, 테슬라모터스는 초기부터 말초적인 관심만 받던 소문만의 회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벤처투자자인 엘런 머스크가 페이팔 성공한데 이어 테슬라에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했긴 하지만 2010년 경에만 하더라도 테슬라모터스는 성공 가능성이 요원한 '듣보잡' 배터리 전기차 제작사였다. 회사 초기에 창업자가 나가며 경영이 위태로운 적도 있었고 피스커 오토모티브와의 어이 없는 특허 분쟁도 있었고 말이다. 어찌 보면 '저러다 망하겠지'의 전형적 예가 될 뻔 한 회사였다.

그런 탓에 2010년 경에는 배터리 전기차 세미나나 배터리 전기차 보급 활성방안 토론회에서 테슬라 모터스가 종국에서는 성공할 것이란 전망을 견지하는 전문가는 필자말고는 찾아 보기 힘들 정도였다. A사를 배터리 전기차용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의 세계 1위 업체라 맹신하는, 'A사 교' 신자들이 가득했던 '희망찬' 시기였기도 하다(참고로 A사는 배터리 전지차 쪽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세계 4위권이며 언제나 '내년 세계 1위'를 외치는 회사다).

2008 ~ 2010년 경엔 소위 전문가 집단에 속한다는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면
"테슬라 모터스는 안 되요" 이렇게 전제하고 논의가 진행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2014 ~ 2016년 경에는 바로 그 사람들이 모이면 이제 이런다.
"테슬라 모터스는 제2의 애플이어요! 엘런은 천재여요. 천재! 스페이스 X(모델 X가 아닌)도 '환타스틱'합니다! " 이렇게라도 개종했으니 다행스럽기는 하다(다음엔 어디로 개종할 지 흥미진진 하다).

테슬라모터스의 성공 요인을 사후약방문식으로 우상화한 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테슬라모터스는 로드스터를 거쳐 모델 S에 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아직은 '핫한 아이템'인 테슬라모터스의 어제와 오늘 중 오해를 많이 받는 이슈 중심으로 리튬이온 이차전지 측면 2가지(랩톱 컴퓨터용 18650을 쓴 이유, 기가팩토리의 우려)와 차량 전자화 측면 1가지(자율주행모드의 문제)를 이번에 간략하게 훑어 보고자 한다.(테슬라모터스는 앞으로도 할 게 워낙 많기 때문에 시의성이 발생할 때 마다 이야기를 풀 예정이다.)

1. 랩톱 컴퓨터용 18650을 쓴 이유: 가까이 있는 파랑새를 찾았다
테슬라모터스의 성공 요인은 형번 18650인 원통형 리튬이온 이차전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A사 교' 신자들은 과거부터 잘라 이야기한다.

"원통형 18650(직경 18 mm, 길이 65 mm 크기의 원통형을 의미)은 랩톱 컴퓨터용이라 배터리 전기차에 못 써요. 배터리 전기차는 장착 '용량'도 크고 해서 위험하기 때문에 '전용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뭐, 그럴 듯한 먹혀 드는 이야기다. 적어도 문외한이나 자동차 제작사 쪽엔 말이다. 이런 이들에겐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형번 중에서 '전동공구'에 가장 먼저 채용된 게 원통형, 각형(금속 캔 케이스형) 그리고 파우치형 중 어느 것인지 확인해보라고 하면 순간 당황한다. 여기에 더해 근거리 통근형 전기차, 전기 자전거에도 얼마나 많은 원통형 18650이 보급됐었는지에 관해 조사, 연구해보라고 하면 다 당황하게 될거다. 세계 최초의 리튬이온이차전지가 원통형 18650이다.

이는 랩톱 컴퓨터용으로 엄청나게 많이 보급되었던 역사가 있다. 한데, 이 제품은 코어셀 등 설계 변형을 통해 모터 구동용으로 가장 먼저 채용됐던 형번이기도 하다. 그래서 테슬라모터스가 사용한 원통형 18650은 랩톱 컴퓨터에 들어간 것과 조금 설계가 다르다.

테슬라모터스가 원통형 18650을 쓴 근원적 이유는 신생 배터리 전기차 제작사가 갖는 딜레마에 기인한다. 자동차 제작사로서 배터리 제조사에게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원통형 18650은 상기의 장점 이외에 리튬이온 이차전지 중 단셀간 직병렬로 하여 팩을 구성하는데 많이 쓰인 장점 또한 있으며 최초의 리튬이온 이차전지인만큼 제조 공정이 무르익을대로 익어 대량 공급에 가장 적합한 리튬이온계 이차전지이기 때문이다.

원통형 18650 이후에 원통형 20700, 21700, 20650 등도 시도되고 있다. 테슬라모터스 초기와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가 2011년에 나에게 세미나 요청과 조언을 구한 곳이 국내 P사였다. P사는 당시 신생 배터리 전기차 제조사로 믿을만한 배터리 제조사를 찾지 못하다가 필자가 저술한 책 '그린카 콘서트'를 읽고 만나길 청하였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원통형 21700이 채택된 P사의 '예쁘자나 R2'였다. 특히 보드 등 설계 능력을 갖춘 배터리 전기차 제작사에겐 최상의 선택이 원통형 모델이었다. 만일 P사가 전용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 수급에 집착했다면 원통형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채용한 배터리 전기차를 출시할 수 없었을 것이고, 2011년이 아닌, 적어도 2014년은 되어서야 테슬라모터스 방식 검토가 시작됐을 것이다.

2. 기가팩토리의 우려: 예견된 성공

결론부터 미리 이야기하면 기가팩토리는 성공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일단,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양산 규모가 어마 어마해도 이미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성공한 공정이다. '그건 알 수 없는 거 아니냐?'라는 레토릭을 쓰는 이가 있다면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모른다고 단정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남은 문제는 테슬라모터스가 금융 문제에 봉착했을 때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을 뿐이다.

테슬라 모터스를 볼 때 혁신의 상징처럼 볼 수도 있지만, 테슬라 모터스는 파워트레인 구성 때 전통적인 공식을 따랐다고 할 수 있다. 최초의 리튬이온 이차전지로, 가장 완성된 조립 공정인 원통형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선택했다. 그리고 양산 능력이 가장 좋은 형번을 선택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테슬라모터스 모델 3는 역설적으로 테슬라모터스 역사상 '가장 혁신이 없는 모델'이다. 이미 검증된 기술로만 만드는 차란 말이다.

거기에 더해 배터리 전기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1회 충전당 주행 가능 거리'도 충분히 좋다. 테슬라모터스가 원통형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쓰는 한,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가장 셀간 편차가 작아 품질관리가 용이하여 배터리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이 기가팩토리이기도 하다. 아직 기가팩토리가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파나소닉은 배터리 전기차 시장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파나소닉은 세계 최고의 리튬이온 이차전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더욱더 믿음직하다 할 수 있다.

3. 자율주행모드의 문제: 더 기대되는 미래

얼마 전에 테슬라모터스 모델 S를 자율주행모드로 몰던 사람이 사망하면서 테슬라모터스의 '자율주행모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구글의 '자율주행차'와 테슬라모터스의 '자율주행모드'는 근간이 다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완전히 새로 개발되고 있는 자율주행 전용 자동차인 반면에 테슬라모터스의 '자율주행모드'는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즉 ADAS이다.

Mobileye사 제품에 기본하여 주행 보조용으로 개발된 기술을 테슬라모터스가 급진적으로 활용하는 바람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인데, 자동차 제작사 대부분은 이를 보수적으로 채용하여 벤츠, BMW, 아우디, 볼보 등은 원래 용도대로 쓰고 있다. 이미 유명 아이폰 해커였던 지오핫에게 테슬라모터스가 쓸 인하우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의뢰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로 엘런 머스크의 '자율주행모드' 개선 의지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고를 기화로 테슬라모터스는 ADAS를 자체적으로 더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고 그 때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배터리 전기차계의 애플, 테슬라모터스, 원래 이 표현은 2010년 경부터 필자 즐겨 쓰던 표현이었다. 기괴한 모습으로 다가와 사람들의 의심을 샀던 테슬라모터스는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으며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뚜벅뚜벅 가고 있다. 특히 소형 원통형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배터리 전기차의 주요 에너지 저장 장치로 선택하고 기가팩토리를 짓는 혜안은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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