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트북 시장에서 가볍고 휴대하기 좋은 '울트라북' 및 '투인원(2 in 1)' 제품과 더불어 시장을 이끄는 제품은 데스크톱 못지않은 게임 성능을 제공하는 '게이밍 노트북' 제품들이다.

일반 노트북과 게임에 특화된 게이밍 노트북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게임의 3D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별도의 그래픽 칩셋(GPU)이 장착된 것이다. GPU의 소비전력이 높아서 배터리 사용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고, 높은 발열을 식히기 위해 노트북의 부피도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차세대 인터페이스중 하나인 ‘썬더볼트 3’은 게이밍 노트북의 콘셉트를 바꿀 전망이다. / 인텔 제공
차세대 인터페이스중 하나인 ‘썬더볼트 3’은 게이밍 노트북의 콘셉트를 바꿀 전망이다. / 인텔 제공
물론 기술의 발달로 게이밍 노트북과 일반 노트북의 크기와 사용 시간 등의 격차는 갈수록 줄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의 게이밍 노트북의 형태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차세대 인터페이스 중 하나인 '썬더볼트 3'가 기존 게이밍 노트북의 콘셉트 자체를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 썬더볼트 3의 등장으로 실현된 '외장형 그래픽카드'

'썬더볼트(Thunderbolt)' 인터페이스는 CPU로 잘 알려진 인텔이 애플과 함께 개발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빠른 전송 속도를 요구하는 각종 외부 주변기기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1년 처음 도입된 초창기 썬더볼트의 속도는 최대 10Gbps로, USB 3.0의 5Gbps에 비해서도 2배가량 빠른 당대 최고의 전송속도를 제공했다. 그러나 풀HD급 이상의 고화질 콘텐츠가 일반화되면서 고용량 데이터의 더욱 빠른 전송이 필요해졌고, 썬더볼트 인터페이스의 전송속도도 금세 한계에 달했다.

2013년 등장한 2세대 '썬더볼트 2'는 초기 버전 대비 두 배인 20Gbps의 속도에 도달했으며, 2016년부터 도입된 3세대 '썬더볼트3'에 이르러서는 2세대의 2배인 최대 40Gbps의 전송속도가 실현됐다.

썬더볼트는 기존의 외장형 인터페이스에 비해 매우 빠른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것이 장점이다. / 인텔 제공
썬더볼트는 기존의 외장형 인터페이스에 비해 매우 빠른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것이 장점이다. / 인텔 제공
썬더볼트 3은 이전 세대 썬더볼트와 많은 면이 달라졌다. 디스플레이 포트(DP)와 공유하던 커넥터 모양이 차세대 USB 3.1에도 도입된 '타입-C(Type-C)' 커넥터로 바뀌었으며, 더욱 빠른 전송속도와 대역폭으로 단순 데이터 외에 그래픽 신호와 디지털 사운드, 네트워크 신호 등 더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썬더볼트 3이 도입되면서 그동안 실험 단계와 콘셉트 제품에 머물렀던 '외장형 그래픽(eGPU)' 기술이 본격적인 실용화 단계에 도달하게 됐다. 썬더볼트 3의 전송 속도와 대역폭이 기존 데스크톱 PC의 그래픽카드용 인터페이스인 'PCI 익스프레스(PCIe)'에 근접하게 됐기 때문이다.

인텔은 컴퓨텍스 2016에서 썬더볼트 3 기술을 이용해 노트북에 일반 그래픽카드를 연결하는 외장 그래픽 기술을 시연해 보였다. / 최용석 기자
인텔은 컴퓨텍스 2016에서 썬더볼트 3 기술을 이용해 노트북에 일반 그래픽카드를 연결하는 외장 그래픽 기술을 시연해 보였다. / 최용석 기자
실제로 인텔은 지난 2016년 6월 대만서 열린 컴퓨텍스 2016에서 썬더볼트 3 기술을 활용한 외장형 그래픽카드 기술을 시연했다. 기존 데스크톱용 그래픽카드를 전용 어댑터와 썬더볼트 3 으로 노트북에 연결한 것이 핵심으로, 고성능 GPU가 없는 일반 노트북에서도 게이밍 데스크톱 PC에 버금가는 그래픽 성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상용화도 됐다. 게이밍 기어 전문 브랜드 레이저(Razer)가 썬더볼트 3 기반 노트북용 외장 그래픽 솔루션인 '레이저 블레이드(Razer Blade)'를 출시한 것이다. GPU 제조사인 AMD도 썬더볼트 3 기술에 기반을 둔 외장 그래픽 기술 'X커넥트(XConnect)'를 발표하면서 노트북에 '외장형 그래픽'의 도입은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썬더볼트 3을 활용한 외장형 그래픽 기술이 보편화하면 노트북에 전기를 많이 먹고 발열도 많은 GPU를 따로 달 필요가 없어진다. 평소에는 일반 울트라북처럼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각종 PC 업무를 처리하다가 게임을 할 때만 외장형 그래픽 모듈을 연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 어디서나 3D 그래픽 게임을 즐긴다'라는 게이밍 노트북의 장점은 없어지지만, 실제로 이동하면서 노트북 배터리만으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아니다.

이미 일부 제조사에서 썬더볼트 3 기반 외장 그래픽 어댑터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에이수스의 썬더볼트 3 기반 외장형 그래픽카드 어댑터 제품. / 최용석 기자
이미 일부 제조사에서 썬더볼트 3 기반 외장 그래픽 어댑터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에이수스의 썬더볼트 3 기반 외장형 그래픽카드 어댑터 제품. / 최용석 기자
다만 썬더볼트 3에 기반을 둔 '외장형 그래픽' 기술이 보편화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외장형 그래픽 어댑터를 선보인 제조사가 현재 몇 안 되는 데다, 가격도 게이밍 노트북을 구입하는 것에 비해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외장형 그래픽 어댑터 제품의 수와 종류가 늘어나고 가격도 낮아지면 기존 게이밍 노트북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다. 특히 ▲즐기는 게임에 따라 그래픽카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그래픽 성능을 더욱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한 번 외장형 그래픽카드 어댑터를 장만하면 썬더볼트 3을 지원하는 다른 노트북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