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공공정보 접근 권리를 보장하고, 정책 참여의 수단이 돼야 할 중앙부처의 홈페이지가 외관에 치중한 나머지 과도하게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 홈페이지가 국민과의 소통의 창구가 아닌, 부처 홍보를 위한 창구로 전락한 탓이다.

13일 웹과 애플리케이션 평가 전문 기관인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가 45개 중앙부처 홈페이지의 메인 페이지 용량을 측정한 결과를 보면, 가장 무거운 홈페이지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첫 화면을 보는데 필요한 용량이 15.4메가바이트(MB)에 달했다. 반대로 홈페이지가 가장 가벼운 곳은 국민권익위원회(1MB)였다. 두 부처의 홈페이지 용량은 15.4배 차이가 난다.


45개 중앙부처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 용량 측정 결과 / 웹발전연구소 제공
45개 중앙부처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 용량 측정 결과 / 웹발전연구소 제공
미래창조과학부에 이어 국가보훈처(13.4MB), 외교부(11.2MB), 고용노동부(11.2MB)가 홈페이지를 보기 위해 10MB 이상의 데이터 전송량을 요구했다. 5MB 이상 10MB 이하 홈페이지도 14곳(새만금개발청,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무조정실, 교육부, 조달청, 법제처,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국세청, 문화재청, 경찰청)으로 집계됐다.

홈페이지 용량이 크면 사용자가 접속을 시도하는 기기에서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내려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도 길어진다.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을 시도하면 해당 부처의 서버에도 부하가 걸린다. 9월 12일과 19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연이어 먹통이 된 것도 갑자기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과도한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IT조선도 구글의 웹사이트 분석 툴 페이지스피드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데스크톱 홈페이지는 100점 만점에 5점, 모바일 홈페이지는 2점을 기록한 것을 확인했다. (관련기사: '걸핏하면 먹통'...국민안전처 홈페이지 페이지 스피드 100점만점에 2점) 당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이미지 최적화나 압축 사용 등 웹 사이트 제작 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전혀 지키지 않아 4.7MB의 용량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국민안전처는 홈페이지 최적화 작업을 수행해 첫 화면을 보는데 필요한 용량을 1.4MB 수준으로 줄였다.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위)와 한국 기상청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 / 각국 기상청 홈페이지 캡쳐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위)와 한국 기상청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 / 각국 기상청 홈페이지 캡쳐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는 첫 화면을 보는데 필요한 용량이 0.2MB밖에 되지 않는다. 불필요한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텍스트 위주로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예다. 실제 접속 속도도 매우 빠르다. 반대로 국내 부처 홈페이지는 대체로 국정 홍보에 초점을 두고 있어 많은 이미지를 배치해 용량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지적에 우리 기상청도 최근 홈페이지 전면 개편에 나섰다. 이번 조사에서 기상청의 홈페이지 용량은 국민권익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1.1MB를 기록했다. 여전히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보다는 약 5.5배 용량이 크지만, 이전보다 쾌적한 접속 환경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물론 홈페이지 용량을 줄인다고 해서 해당 사이트가 무조건 빨리 열리는 것은 아니다. IT 인프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최적화 여부에 따라 성능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정설이다. 아무리 가벼운 홈페이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서버에서 운영된다면 수시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하물며 용량이 몇 배 이상 큰 홈페이지라면 제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문형남 웹발전연구소 대표(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지진 발생 당시 기상청과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다운되면서 뭇매를 맞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부처 홈페이지가 기상청과 국민안전처보다 용량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다양하고 종합적인 성능 테스트는 물론, 중앙부처 홈페이지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