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첫 친환경 전용 모델로 선보인 '아이오닉(IONIQ)'이 판매 부진의 늪에 빠졌다. 아이오닉은 출시 초반부터 파격적인 할인 정책에도 올해 1~2월에 생산된 재고 차량 일부를 아직 소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판매부문 한 관계자는 16일 "아이오닉은 올해 1~2월 생산 물량 일부가 남아있다. 1~2월 생산분의 경우 11월 판매 조건 50만원 할인에 추가로 100만원을 더해 150만원을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며 "3~4월 생산분은 70만원, 5~6월 생산분은 50만원을 추가로 할인해준다"고 밝혔다.

올해를 한 달 반가량 남겨놓은 시점에서 아직도 1~2월에 생산한 재고 물량을 털어내지 못한 것은 올해 아이오닉의 판매가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신통치 않은 판매량에 현대차가 제시했던 아이오닉의 올해 판매 목표 달성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 현대자동차 제공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 현대자동차 제공
◆ 지속된 판매 부진…올해 판매목표 '미달' 유력

아이오닉은 출시 이후 줄곧 판매 부진에 시달려 왔다. 출시 첫 달이었던 올해 1월 493대로 신차효과가 무색게 한 성적을 낸 아이오닉은 2월 1311대, 3월 1250대로 실적이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2~3월 판매는 현대차 임직원 30% 파격 할인 판매 영향으로 인한 깜짝 실적에 불과했다.

아이오닉 판매는 4월부터 755대로 떨어지더니 5월 765대, 6월 761대, 7월 945대, 8월 667대, 9월 384대, 10월 725대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판매는 8056대(전기차 포함)로 월평균 800여대가 팔린 셈이다.

이는 현대차가 제시한 올해 목표치에 한참 미달하는 수치다. 현대차는 올해 1월 14일 아이오닉 신차 발표 당시 "국내에 1만5000대(하이브리드차 기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월평균 1250대를 팔아야 하지만, 올해 2월과 3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은 모두 판매 목표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시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영국 등 유럽 수출길에 오른 아이오닉은 10월까지 3500여대가 선적됐으나, 이 가운데 실제 판매량은 3분의 2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판매가 원활치 않자 해외 재고 물량도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왼쪽부터 아이오닉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 현대자동차 제공
왼쪽부터 아이오닉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 현대자동차 제공
◆ 아이오닉 실패에 '현대차 친환경차 로드맵' 수정 불가피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대차가 제시했던 아이오닉의 내년 판매목표 달성도 불투명하다. 현대차는 올해 1월 "해외 판매가 본격화될 2017년 국내 1만5000대, 해외 6만2000대 등 7만7000대의 아이오닉(하이브리드)을 세계 시장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애초 설정한 판매목표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오닉의 상품성과 무관하게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점과 국내외 친환경차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세계 친환경차 시장 공략의 첫 신호탄과 같았던 아이오닉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현대차의 미래 친환경차 로드맵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문식 현대·기아차 부회장(연구개발본부장)은 지난 6월 1일 부산모터쇼 미디어 초청행사에서 "2020년까지 28개의 친환경 모델을 개발해 세계 친환경차 시장 2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이오닉의 부진한 판매 실적 탓에 올해 목표했던 아이오닉 브랜드의 풀라인업 구축은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는 애초 "연내 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아이오닉 삼총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출시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출시는 내년 3분기로 미뤄진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위해 개발된 친환경 전용 모델"이라며 "아직 세계 친환경차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이 남은 만큼 결과는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