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디벨로퍼 커넥트(IBM DeveloperConnect + play.node 2016)가 11월 23일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IBM이 한국에서 개발자를 위해 처음으로 연 행사 입니다.

이 행사는 크게 3개의 큰 주제로 구성됐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로서의 왓슨에 관한 트랙, node.js에 관한 트랙, 그리고 IoT관련 트랙 입니다.

내년 초 복간을 앞둔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입장에서는 복간 첫 주제가 인공지능이라 '왓슨'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컸습니다. 그래서 편집장인 저는 주로 완슨에 대한 트랙을 중심으로 참여했습니다.

IBM은 개인용 컴퓨터 대중화라는 점에서 신화적이고, 상징적인 회사입니다. IBM 호환 PC와 마이크로소프트의 OS는 위협적인 경쟁자 없이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영역에 오랜 기간 군림해왔지요. 그러나 환경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IBM은 주요한 두 가지 영역의 사업, 즉 PC 사업과 기업용 서버 사업을 차례로 매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IBM은 일반 개발자들과 더더욱 멀어졌습니다.

사실 IBM은 경쟁력 있는 휴대용 단말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OS나 생태계라고도 불리는 독점적인 어플리케이션이나 컨텐츠 마켓을 갖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IBM은 개발자에게 그늘에 숨은 그림자였지요.

IBM은 2014년 왓슨 그룹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왓슨 기술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상용화를 전담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IBM은 여기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 코그너티브 비지니스를 위한 서비스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파트너사와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서 코그너티브 컴퓨팅 앱 개발에 1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습니다.

그간의 왓슨의 실적은 구체적이고, 화려합니다.

로스 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 Inc.) 는 인지 기술 및 자연어 학습 능력을 이용해서 간편한 법률 자문 앱 '로스'를 개발해서 변호사나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주고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힐튼 호텔에는 투숙객들에게 근처의 레스토랑과 관광지에 대한 정보 및 여타 서비스 정보를 대화로 주고 받는 로봇 '코니'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가정용 로봇 페퍼 역시 왓슨을 탑재했는데, 이를 통해서 교육, 은행, 보험, 상거래, 의료 등의 분야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를 왓슨의 에코시스템이라고 하며, 파트너와 개발자, 기업, 연구소등과의 협업을 의도하는 것이지요.

폭발적인 정보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정보의 분석이 필요한 고객 응대를 위해 제공되는 '왓슨에게 물어봐'는 간단한 클릭으로 고객의 질문을 분석하고, 고객의 구매결정에 도움이 되는 조언과 신속한 문제해결을 제공합니다. ANZ은행, 닐슨컴퍼니, 캐나다 로얄 은행, 셀콤, HIS에서 도입했습니다.

비슷하지만 재미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텍의 질 왓슨 조교는 빠르고 친절한 답변으로 유명한 조교였습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질 왓슨이 인공지능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심지어 조교들을 대상으로 한 인기 투표에서 1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수백만 건의 과학 및 의학 논문을 분석해서 헬스케어, 제약, 과학 연구 등에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베일러 의과대학, 존슨앤존슨, 뉴욕 유전자센터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백혈병에 걸려 환자가 병원에서 암진단을 받았는데, 의료진들이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 못해서 병세가 악화되어 가다가, 왓슨을 이용한 10분만의 진단에서 치료가 가능한 종류의 백혈병인 것으로 판명이 되서 백혈병을 완치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국내에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왓슨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왓슨 요리사앱은 단순하게 요리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인지 기술과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식재료를 새로운 결합을 통한 완전히 새로운 요리법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는 뉴욕 타임즈의 쿠킹 서비스보다 더 앞서 나간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왓슨 익스플로어는 컨셉 태깅을 이용해서 정교한 비정형 텍스트 분석을 실시합니다. 컨셉을 찾기 위해서 다수의 인력이 며칠이 걸리던 작업을 단 몇 분만에 처리합니다.

왓슨 애널라이저는 기상정보, 핀터레스트 트렌드, 트위터 데이터, 회사 매출 정도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수집된 수많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고객 경험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스포츠의 스카우터는 화이트보드에 붙인 자료와 통계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가며 어떤 선수를 영입할 것인지를 결정해 왔는데, 왓슨의 스포츠 인사이트 센트럴 솔루션에 의해서 훨씬 효율적인 판단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왓슨은 통계, 동영상, 소셜 네트워크 심리 분석, 건강, 경기 수행능력, 협동 능력을 비교 분석하지요. NBA 토론토 랩터스 구단이 왓슨을 도입해서 선수역량을 평가하는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왓슨은 대규모 헬스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있는데, 의사, 연구원, 의료보험회사, 의료 서비스 관련 기업들이 구체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입니다.

왓슨은 2016년 5월 SK C&C 주식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 현재 한국어를 학습시키고 있으며, 조만간 한국어로 된 API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형태소 분석, 자연어 의미 분석, 머신러닝 기반의 데이터 검색, 대화, 문서 변환 등의 API가 예상됩니다. SK C&C 에서 국내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서 판교 클라우드 센터를 통해서 왓슨 서비스를 호스팅 할 예정입니다.

왓슨은 다양한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계적인 영역을 넘어선 것이지요. 바둑에서 이세돌을 격파한 알파고의 활약은 충격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 정도라면, 왓슨은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다가올 현실태에 가깝습니다. 환의와 위협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왓슨을 보면서 우리는 멀지 않은 미래를 고민해야 하고, 후세대의 미래와 직업에 대해 보다 현명한 고려와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왓슨이 인간의 직업을 빼앗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왓슨이 품고 있는 생태계 내의 산업군, 이를테면 개발자군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함께 하는 개발자는 예전 개발자와는 다른 식의 방법론을 가져야 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API를 이용한 개발자에게는 심화되고 축적되는 개발 경험의 요소가 적습니다. 게다가 할 수 있는 영역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모바일 개발자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물론 개인간의 편차가 적어지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경험이 모이고 쌓여서 미래의 기술과 연결되는 일종의 통찰력이 생기지 못하게 되기 쉽습니다. 개발과 관련하여 수많은 기술들이 나왔고, 이제 이 모든 것들은 극소수의 개발자들에게만 요구될지도 모릅니다. 이젠 RFC 문서와 IEEE문서를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지난 17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설명회가 있었다. 몇 명의 기자들 대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 구현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에 대한 소개를 받았습니다. 마치 사무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듯이 인공지능의 기술들을 조합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고 가시화 했습니다.

이 플랫폼을 보니 데이터 분석가, 마켓터, 과학자가 프로그래머의 도움 없이 원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마치 워드프레스가 웹시장에서 개발자와 에이전시를 빠르게 몰아냈듯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는 전통적인 개발자들로부터 끊기로부터 얻은 노련함과 시행착오가 알려준 경험을 퇴색시킬게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의 IT르네상스를 만들고, 부흥시켰던 노후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프로그래머들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다른 시대를 열어줄 자기희생적 디딤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자기긍정이 부재한 그늘진 퇴로 없는 습지로 빠져들어갈지 이것조차도 본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