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PC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게이밍 PC'의 본격적인 대두였다. 일반적인 용도의 PC 수요는 지속해서 줄어드는 반면 고성능 게이밍 PC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밍 PC의 판매량이 늘면서 관련 주변기기 시장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에는 기능성 게이밍 모니터 시장이 특히 활발하다. ▲일반 모니터에 비해 더욱 빠른 응답속도와 ▲높은 화면 재생률로 인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영상 ▲게임 환경에 특화된 각종 부가 기능을 갖춘 게이밍 모니터들은 더욱 나은 게임 환경을 추구하는 게이머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리싱크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퀀텀닷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왼쪽, 모델명 C27FG70 )와 LG전자의 울트라와이드 게이밍 모니터(모델명 34UC79G) / 출처=삼성전자, LG 전자
프리싱크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퀀텀닷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왼쪽, 모델명 C27FG70 )와 LG전자의 울트라와이드 게이밍 모니터(모델명 34UC79G) / 출처=삼성전자, LG 전자
◆ 게이밍 모니터 시장을 먼저 선점한 '지싱크' 기술

본격적인 게이밍 모니터는 하드웨어 스펙부터 일반 모니터와 다르다. 1초에 몇 장의 화면을 표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화면 재생률(refresh rate, 혹은 주사율)'은 일반 모니터(60Hz)의 2배인 120Hz(초당 120장) 이상이며, 화면이 다음 장면으로 전환되는데 걸리는 시간인 '응답속도'는 빠르면 1ms~3ms(밀리세컨) 수준이다. 느린 제품도 5ms 정도다.

화면 재생률이 높을수록 1초에 더 많은 이미지를 표시할 수 있어 게임 화면이 더욱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지며, 응답속도가 빠를수록 잔상이 적고 매끄러운 화면 표현이 가능하다.

고급형 게이밍 모니터는 게임 화질 개선을 위한 추가 기능이 들어간다. '지싱크(G-Sync)' 또는 '프리싱크(Free Sync)'라는 이름의 기술이 대표적이다.

'지싱크' 기술은 게임용 그래픽카드 '지포스' 시리즈로 유명한 엔비디아가 개발했다. 모니터와 그래픽카드(GPU)의 영상 신호 전송 타이밍을 동기화해 게임 화면에서 종종 발쟁하는 화면 깨짐이나 찢어짐(티어링) 끊김 등의 현상을 억제함으로써 부드러우면서 깨끗한 게임 영상을 제공한다.

경쟁사인 AMD와 비디오 전자공학 표준위원회(Video Electronics Standards Association, VESA)가 함께 공개 기술로 개발한 '프리싱크(VESA명 어댑티브 싱크)'도 구현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기본 원리는 비슷한 기술이다.

시장에 먼저 도입된 것은 2013년 처음 발표한 엔비디아의 지싱크 기술이다. 기존의 각종 화면 동기화 기술에 비해 확실히 구분되는 부드러운 '지싱크' 기반 게임 영상은 게임 및 그래픽카드 업계의 화제가 됐으며, 고급형 게이밍 모니터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싱크 기술은 본격적인 대중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이밍 모니터의 차별화 기술로 강조했지만 당시만 해도 '게이밍 모니터'라는 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데다, 초기 지싱크 기능 탑재 모니터는 200만원이 넘을 정도로 너무 비싼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모니터에 지싱크 기능을 넣으려면 엔비디아의 사전 검수와 인증(유료)을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와 비용 부담도 확산의 걸림돌이었다. 즉, 지싱크 기술이 탑재된 모니터는 일반적으로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런 제품이 된 셈이다.

지싱크 기능을 탑재한 에이수스(위)와 알파스캔(왼쪽 아래), 에이서의 최신 게이밍 모니터. / 에이수스, 알파스캔, 에이서 각사 제공
지싱크 기능을 탑재한 에이수스(위)와 알파스캔(왼쪽 아래), 에이서의 최신 게이밍 모니터. / 에이수스, 알파스캔, 에이서 각사 제공
◆ 공개 무료 기술로 대중화 노리는 '프리싱크' 기술

2015년 공개된 '프리싱크' 기술은 게임 화질 개선 기능으로서는 후발주자지만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프리싱크(어댑티브 싱크) 기술 자체가 VESA의 표준으로 지정된 공개 기술이기 때문이다.

VESA가 제시한 표준에 맞춰 모니터를 만들고 인증만 받으면 어느 제조사든 자사 제품에 프리싱크(어댑티브 싱크) 기술을 탑재할 수 있다. 공개 기술인 만큼 인증이나 라이선스 비용도 없어 동급의 지싱크 지원 모니터에 비해 20%~50%가량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비싼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지싱크 지원 모니터의 점유율은 프리싱크(어댑티브 싱크) 모니터의 점유율에 비해 앞서있다. 게이밍 모니터 시장을 먼저 선점한 만큼 이미 출시된 모니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싱크 기능을 지원하는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의 시장 점유율이 프리싱크를 지원하는 AMD의 라데온 그래픽카드에 비해 8:2 수준으로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게임 화질도 우위에 있다는 평가로 인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싱크 기술이 탑재된 모니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아직은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AMD와 VESA가 밀고 있는 프리싱크(어댑티브 싱크) 진영의 시장확대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과 LG 등 모니터 분야의 선두기업들이 출시한 게이밍 모니터는 프리싱크 기술만 지원하고 있다. 또한 에이서와 에이수스, AOC 등의 글로벌 모니터 제조사들과 국내 중소 모니터 브랜드에서도 프리싱크 지원 모니터들을 이미 출시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CPU 내장 그래픽으로 전체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 역시 차세대 내장 그래픽에서 프리싱크를 지원할 예정인 것도 프리싱크 진영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