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2017년 초 출시할 신차 K8(가칭·프로젝트명 CK)이 판매 부진의 늪에 빠진 K시리즈를 부활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K8이 대중차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급차 시장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아차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아차 K8(프로젝트명 CK)의 콘셉트 모델인 GT. /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차 K8(프로젝트명 CK)의 콘셉트 모델인 GT. / 기아자동차 제공
◆ 부진의 늪 빠진 K시리즈, 시장서 존재감 잃어

기아차의 승용 모델 라인업인 K시리즈는 준중형 세단 K3, 중형 세단 K5, 준대형 세단 K7, 대형 세단 K9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K시리즈는 동급 모델들과 판매 경쟁에서 뒤지며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K시리즈의 대표 모델인 K5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4만1245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동급 국산 중형 세단인 현대차 쏘나타(7만4946대)는 물론 지난 3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르노삼성차 SM6(5만904대)보다 저조한 실적이다.

플래그십 모델인 K9는 올해 월평균 판매량은 200여대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이끌어 나가는 모델임에도 2012년 출시 이후 지속적인 판매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업계는 K9의 부진이 기아차가 지닌 대중차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 K8(프로젝트명 CK)의 콘셉트 모델인 GT. /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차 K8(프로젝트명 CK)의 콘셉트 모델인 GT. / 기아자동차 제공
◆ 첫 스포츠 세단 K8, 대중차 브랜드 이미지 극복이 관건

K9이 극복하지 못한 대중차 이미지는 K8에게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준대형 세단 K7과 대형 세단 K9 사이에 자리하는 고급차인 K8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제네시스 G80는 물론 다양한 수입차들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대중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K8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기존 K9이 플래그십 모델로서 제대로 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면서 기아차는 K8이 고급차 이미지보다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프리미엄 세단 대신 스포츠 세단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아차가 최근 공개한 K8의 두 가지 에피소드 영상에서 이러한 브랜드 전략이 잘 드러난다. 서킷을 배경으로 순식간에 시속 244km에 도달하는 영상과 정지상태에서 5.1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하는 영상을 통해 기아차는 K8이 고성능 모델임을 강조했다.

K8(프로젝트명 CK) 두 번째 에피소드 영상. / 기아자동차 유튜브 채널 캡처
K8(프로젝트명 CK) 두 번째 에피소드 영상. / 기아자동차 유튜브 채널 캡처
업계는 기아차가 프리미엄 세단 대신 스포츠 세단 이미지만 강조할 경우 판매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급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차량의 상품성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주요 구매 요소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세단을 원하는 고객층을 흡수하기도 어렵다.

양지우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폴크스바겐 페이톤 단종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대중적인 이미지를 지닌 자동차 브랜드가 4000~5000만원대 이상의 고급차를 시장에서 성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며 "현대차 제네시스처럼 기아차도 고급차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별도의 브랜드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