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뇌물 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게되면서 삼성의 승계구도의 변화를 점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매체는 이재용 부회장의 법적 처벌을 예상하고, 이 부회장을 대신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 경영을 맡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조선일보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조선일보 DB
1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그룹 경영을 총괄한 이 부회장의 승계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점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부회장에 대한 당국의 관심은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을 승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것에 집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은 수개월 동안 박근혜 대통령 스캔들을 겪으며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왔고, 삼성과 다른 재벌 기업이 정치적 대가를 기대하고 최순실에게 뇌물을 줬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정경유착을 더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에서 이번 스캔들은 이전의 것들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삼성의 성장 낙관론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리콜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13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 부회장이 피의자로 지목되면서 삼성전자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블룸버그 통신은 이 부회장이 수사 결과에 따라 수년동안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 매체는 미국의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책임자 트로이 스타가론(Troy Stangarone)의 입을 빌어 "이 부회장이 기소될 경우 수년 동안 법적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며 "리더십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가론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의 승계구도의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재벌 총수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혈연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경영권을 넘겼다는 점을 들며 "이건희 회장과 비슷한 비즈니스 감각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이 회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