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산업혁명, 새로운 변화의 시작, 노동 수요가 감소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지식정보사회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시작된 1차산업혁명은 '기계 혁명'의 시대로 가내수공업 중심의 생산체제가 공장생산체제로 변화되었다. 19~20세기에 걸친 제2차산업혁명에서는 전기동력의 등장으로 효율적인 대량생산체제가 가능해졌고, 가전, 자동차 등이 대중화된 '에너지 혁명'의 시대였다.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는 3차산업혁명의 시대로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인한 지식정보산업의 성장 및 정보화-자동화 체제가 구축되었다. 디지털혁명이라고도 불리는 3차산업혁명은 이제 4차산업혁명으로 진화 중에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를 기반 기술로 하는 4차산업혁명은 사람, 사물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인공지능으로 자동화, 최적화되는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혁명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4차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기반한 자동화의 발달로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이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적인 일뿐 아니라 비반복적인 일 또한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이 점점 더 잘 처리해 나가고 있다. 사라지고 있는 단순·반복적인 사무행정직이나 저숙련(Low-Skills) 업무는 물론이고, 그동안 자동화가 어려웠던 재무관리자, 의사, 고위간부 등 고숙련 전문직 업무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Oxford University)의 마틴 스쿨(Martin School)은 유럽 노동시장이 '글로벌화'와 '기술적 혁신'으로 텔레마케터, 도서관 사서, 회계사 및 택시기사 등 현재 직업의 47%가 20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도출하였다(Oxford Univ., 2015). 호주 노동시장의 미래 변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CEDA는 호주는 노동시장의 39.6%(약 5만명의 노동노동력)가 수십 년 내 컴퓨터에 의해 대체 될 것이고, 그 중 18.4%는 업무에서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CEDA, 2015). Mckinsey는 미국의 경우, 구체적으로는 저숙련 및 저임금 노동노동력이 수행하는 단순 업무와 더불어 재무관리자, 의사, 고위간부 등 고숙련 고임금 직업의 상당수도 자동화되어, 인간이 하는 업무의 45%가 자동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McKinsey, 2016).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 노동 인구의 약 49%가 10~20년 후에 기술적으로 대체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 노동의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

4차산업혁명에 의한 노동수요 감소 전망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도 있다. 지금까지 몇 차례의 산업혁명이 초기에는 기존 일자리의 감소를 불러왔지만, 새로운 산업 분야의 등장과 간접 일자리 등의 증가로 전체적인 일자리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에 4차산업혁명도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는 일자리 감소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1차산업혁명은 수공업에서 근대적 산업으로 전환, 시장의 확대로 일자리 증가가 나타났으며, 2차산업혁명도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 이동, 새로운 직업, 일자리 증가로 이어졌다.

그러나 디지털혁명의 시작이라고 하는 3차산업혁명은 이전 산업혁명과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1·2차산업혁명이 생산력 증대의 측면이 강했다면, 3차산업혁명부터는 산업의 효율성 강화로 이동하고 있고, 이에 따라 많은 노동 수요, 일자리가 제조에서 감소하고, 서비스업(3차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전문직 영역이었던 서비스업의 일자리도 4차산업혁명으로 자동화되면서, 이 분야의 일자리가 어디로 갈 것인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분명 감소된 일자리를 대신하는 일자리가 '생산'에서 발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동 수요 감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노동생산성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질임금의 상승률이다. 미국 노동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11년 사이 미국의 민간 비농업부문 노동생산성은 2.2% 증가하였고, 이중 총요소생산성 상승과 자본집약도 상승의 기여분은 각각 0.9%이고, 나머지 0.4%만이 노동구성 증가에 기인하였다. 즉 노동생산성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부분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상승률의 간극이 더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는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추세. / ILO(2012)
세계적인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추세. / ILO(2012)
노동생산성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실질임금이 상대적으로 줄게 되면 자본과 노동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게 된다.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줄어들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글로벌화에 따른 높은 수익성을 쫓는 자본이동의 증가와 3차산업혁명 이후 자동화에 대한 시설 투자(자본 투자)에 따른 노동 수요의 감소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생산성의 증가에 반비례하는 노동 수요의 감소는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결국 소비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의 변화/ 김낙년-김종일(2014)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의 변화/ 김낙년-김종일(2014)
◆ 생산가능인구와 노동력 수요의 감소 문제: 적정인구를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2050년~60년까지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4차산업혁명이 노동력 수요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은 또 다시 전 세계적인 인구 부조화의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2·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계속해서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이상의 인구가 총인구의 7% 이상인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65세 이상의 인구가 총인구의 14% 이상인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은 4차산업혁명으로 노동력 부족의 문제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진국들의 기술과 산업 시스템이 개도국에 전파되어 정착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과 사회 시스템의 불균형 발전은 아시아 지역의 인구 폭발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또 다시,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 이후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구 과다로 인한 노동력의 과잉 공급, 일자리 부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차원의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면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한국의 입장에서 저출산, 고령화와 4차산업혁명에 의한 노동 수요 감소의 문제를 검토해 봐야 한다. 저출산에 따른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이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구성비는 2012년 73.1%로 정점에 도달 후, 2060년에는 49.7%로 감소될 전망이다. 세계에서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구성비는 2015년 10번째였으나 2060년에는 199번째로 낮아질 전망이다. 고령인구(65세 이상) 구성비 또한 2015년 13.1%에서 2060년 40.1%까지 계속 증가될 전망이다. 세계에서 한국의 고령인구 구성비도 2015년 51번째에서 2060년 2번째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즉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양대 트랩으로 인해 2020년에는 총 노동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노동력 부족이 발생하고, 이는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전망이 최근 대두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에 의한 노동의 수요 감소 추세가 반영이 안된 전망이라는 것이다. 자동화의 진전은 계속에서 생산에서 노동의 수요를 감소시켜 나갈 것이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의 하락 추세와 맞게 조응관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평균 수명의 계속적인 증가, 의학과 사람의 노화된 기능을 보강해 주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나이가 늘어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가 필요하다. 현재 선진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의 생존 연령이 120~142세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생산가능인구의 연령인 15~64세의 범위는 수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생존 연령 중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에 대한 비중이 줄어드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 가능 연령에 대한 재 정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적정인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구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시각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 성장이 정체되거나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한편으로는 고령화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부양할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일차적인 해법은 은퇴를 늦추고 생산가능인구의 범위를 늘리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1965년부터 2005년 사이에 법적 은퇴연령의 연장 기간이 평균 6개월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같은 기간동안 남성의 기대수명은 9년 증가하였다. 즉 기대수명의 증가 추세를 반영한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전체 생존 연령 중에서 경제활동 가능 연령을 늘리는 의료와 작업 방식의 개선 등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책과 인구 정책의 조율이 필요하다. 한편에서는 노동 수요의 부족을 이야기하고 한편에서는 노동 공급의 부족을 이야기 한다. 기본은 생산의 측면에서 노동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노동 공급 측면의 인구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이 노동 수요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기존 시각에서의 노동 공급의 감소를 우려하는 시각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노동력을 늘리는 것보다는 기존의 노동력을 4차산업혁명에 맞는 노동력으로 어떻게 교육, 재편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기존 산업의 고도화로 수익성이 높은 일자리로 전환, 4차산업혁명에 맞는 산업구조의 재편으로 일자리 부족 대비, 4차산업의 직업구조에 대비한 노동자 재교육과 교육 체계 개편 등에 대한 논의가 시급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구 감소가 경제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넘을 수 있는 사회경제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인구 감소 ⇨ 소비 감소 ⇨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면 소비 감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의 갈등에서 공급과 수요의 상생질서로 사회경제구조를 전환하는 과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인구 문제를 지구 생태계와 인류공동체의 건강한, 조화로운 관계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하고, 이에 따른 적정 인구를 고민해야 한다. 적정 인구는 생태계와 균형을 맞추는 인류의 노력이라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명호는 연세대 공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IT MBA, 기술경영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삼성SDS 미국지사(실리콘밸리)의 컨설턴트, 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충남도립청양대학 산학협력교수 등 기업, 공공, 학계에서 IT와 관련된 일을 하였다. 현재는 민간 싱크탱크인 (사)창조경제연구회 상임이사를 거쳐 (재)여시재 선임연구위원으로 디지털사회, 과학기술, 미래산업, 미래도시, 벤처, 혁신생태계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미래학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