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산업은 수많은 정보통신산업(ICT)의 기반이 되는 영역으로, 벤처 기업 형태로 창업하기에 최적화된 분야 중 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겸 한국 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 비트컴퓨터 제공
조현정 비트컴퓨터 겸 한국 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 비트컴퓨터 제공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3일 IT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젊은이의 벤처 창업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해 관련 분야의 인력을 육성하고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트컴퓨터는 국내 벤처 1호 기업으로 조 회장이 대학교 3학년 재직 시절 벤처기업 형태로 설립해 올해로 34주년을 맞았다. 과거에는 솔루션 판매 위주의 사업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IT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해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반의 의료 솔루션 판매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조 회장은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을 창업해서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움직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트렌드이다"며 "기존 산업을 육성해도 더 이상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것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검증을 마쳤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연일 국내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벤처 창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조 회장은 벤처 창업은 창의력이 접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회사를 설립하는 개업 수준의 벤처 창업을 지양하고, 기존에는 없던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창조적인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사고와 논리력을 갖춘 인재를 다수 보유해야 한다. 조 회장은 바로 젊은이의 창의력과 논리력을 키워주는 가장 효율적인 지름길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 강하게 믿고 있다.

조 회장은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방법 밖에 없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듯이 국내 대학생도 창의적인 기업을 창업해서 글로벌 대기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도전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젊은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도전할 때 비로소 글로벌 성공사례도 나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소프트웨어 코딩을 배우면 아이들의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이미 검증될 사실이다"며 "천재가 코딩을 잘하는게 아니라 코딩을 잘해서 천재가 되는 것이다. 창의력과 논리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올해부터 정부가 전국 초중고에서 시행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라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글로벌 선진 사례를 보면 이스라엘은 학생에게 450시간 이상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인도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8학년까지 8년간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교과로 채택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은 고등학교 교과에 네트워크 기술이나, 인공지능 등의 고급 소프트웨어 교육시켜서 20대 초반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반면 국내 소프트웨어 교육은 중학교 방과후 학습 형태로 진행 돼 소프트웨어 교과를 선택한 학생만 교육을 받는 구조다. 게다가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수준도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조 회장은 "한국 정부가 소프트웨어 교육과 창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 20년 동안 국내에서 창업한 벤처기업 수가 3만3000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2014년 중국의 벤처 창업 기업 수는 360만개에 달하고, 2016년에는 510만개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설립된 벤처 기업 수가 한국에서 지난 20년 동안 설립된 벤처기업 수보다 많다"며 "현재 보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 수록 이들 국가와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조 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교육과 벤처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본인이 몸담고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또한 2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협회장 연임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이 협회장으로 재직한 지난 4년간 협회 회원 수는 1123개에서 1450여개로 늘었다. 2012년 9개 내부 조직 25개 활동을 했던데 반해, 지난해에는 20여개의 조직으로 늘려 85건의 대외 활동을 진행하는 등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최근 조 회장은 2월 말경 4년의 재임 연기를 마치고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 협회 내부에서는 조 회장이 연임해 줄 것을 강하게 요청하고 나섰다. 어지러운 대선 정국과 엇갈린 신임 협회장 인선이 자칫 힘들게 키워온 소트프웨어 업계의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 회장은 "임기가 끝나고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비트컴퓨터 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협회장을 연임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 주고 나오는 게 좋을 지, 연임해서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기여하는 것이 좋을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