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서 언어 번역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려는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구글이 전체 번역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국내 포털 사업자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가 도전장을 던졌고, 현시점에도 규모가 작은 후발 주자의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언어 번역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IT업계의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 조선일보 DB
인공지능을 활용한 언어 번역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IT업계의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 조선일보 DB
IT시장 분석 업체 ID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공지능 시스템 시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55.1%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시장 규모도 2016년 80억달러(9조1480억원)에서 2020년 470억달러(53조7445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번역 서비스 개발에 가장 앞서가는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코리아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진행한 '구글 AI 포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한 단계 진화한 번역 서비스 지원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구글은 지난해 9월 '구글신경망기계번역(GNMT)' 기술을 처음 공개했고, 11월에는 한국어를 포함한 8개 언어 등 총 16개 조합의 다국어 번역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글이 제공하는 신경망 기계번역이란 단어를 인식하는 기존 기계번역(PBMT) 방식과 달리 문장을 통째로 인식해 보다 자연스러운 번역이 가능케 한다.

신경망기계번역은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서 시간이 흐를 수록 번역 품질이 개선되는 특징이 있다. 구글 측에 따르면 신경망기계번역 방식을 도입한 후 약 5개월 만에 구글 번역 서비스의 오류 발생률이 최대 85%쯤 줄었다.

구글의 번역 서비스는 다중 언어 번역도 가능하다. 영어와 한국어 번역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한국어와 일본어의 번역이 개선되면, 영어와 일본어 번역도 덩달아 개선되는 구조다. 구글이 '제로샷' 번역이라고 칭한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전세계 언어의 번역 서비스 품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글은 번역 서비스를 활용해서 전세계 번역 서비스 하루 이용자 수 5억명으로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또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단순히 문장을 번역하는 서비스를 넘어 각 국가의 언어와 정서를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가 신경망기계번역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네이버랩스는 2016년 8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 번역앱 '파파고(papago)'를 선보였다. 또한 작년 10월에는 '한국어-영어' 번역에 이어 '한국어-중국어' 번역에 신경망기계 번역을 적용했다.

파파고에서 한국어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4개월 동안 160%쯤 품질이 개선됐고, 중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서비스는 233%가 향상됐다. 네이버 측은 올해 안에 파파고 앱에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중국어(번체), 베트남어 등 6개 언어 번역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네이버에 이어 국내 모바일 서비스 선두 기업인 카카오도 인공지능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카카오는 2월 9일 진행된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2분기쯤 관련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톡의 월간 모바일 이용자 수(MAU)는 420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어, 카카오가 인공지능 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이번 서비스 론칭을 위해 음성인식과 이미지인식, 자연어처리 등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다.

국내 중견 기업중에서는 한컴과 소프트파워 등이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고 시장에 진출했다. 한컴은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하나로 음성인식 번역 서비스를 선정하고,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왔다.

지난해말 진행한 미래전략발표회에서 공개한 음성인식통번역 앱인 '지니톡'은 인터넷이 접속되지 않는 환경에서도 통역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 현재 지니톡은 6월 평창동계올림픽의 자동통번역 소프트웨어 공식 후원 서비스로 선정되는 등 음성인식 번역 성능을 인정받았다.

소프트파워는 한국어로 말하면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총 10개국 언어로 동시 통역해 주는 '만통(ManTong)' 앱 개발을 완료하고,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 앱은 신경망 머신러닝 방식의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긴 문장이나 전문 용어가 포함된 대화도 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한 전문 통역사 수준으로 매끄럽게 번역할 수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알파고 충격으로 시작된 인공지능 기술이 생활 서비스와 접목해 이용자의 실생활로 빠르게 파고 들고 있다"며 "구글이 전세계 번역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