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스캐너 의무 도입 제도에 집단 반발하던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이하 유통협회)가 최근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소송을 자진 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분증 스캐너 제도 도입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유통협회는 제도를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 소송을 취하했다.

◆ 이동통신유통협회, 미래부·방통위의 '신분증 스캐너 제도' 도입에 '도입 금지 가처분 소송'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016년 12월 1일 신분증 스캐너 제도를 도입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시 신분증 스캐너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대포폰 개통 등 개인정보 무단 도용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2016년 11월 17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SK텔레콤 대리점을 방문해 신분증 스캐너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 이진 기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2016년 11월 17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SK텔레콤 대리점을 방문해 신분증 스캐너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 이진 기자
하지만 유통협회는 스캐너 도입 대상 업체 선정, 스캐너 보급 가격 결정 등의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통협회는 법원에 '스캐너 전면 도입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며 집단 반발했다.

정부는 신분증 스캐너 제도 도입 대상으로 일반 대리점·판매점은 물론 알뜰폰·다단계·텔레마케팅 등을 추가하는 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검토 단계에서 판매점·대리점만 대상이 됐다.

유통협회 측은 알뜰폰·텔레마케팅 등도 불법 영업 가능성이 있는데 이들을 대상에서 제외한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개인정보 무단 도용'을 막으려면 모든 휴대폰 판매 채널을 대상으로 신분증 스캐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휴대폰 판매점 대상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신분증 스캐너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신분증 스캐너용 단말기 보급 가격도 문제로 부상했다. 신분증 스캐너 보급을 담당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제품 공급 가격을 처음 20만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가격을 44만원, 30만원, 10만원이라고 말바꾸기를 반복했다.

당시 유통협회 한 관계자는 "신분증 스캐너 가격이 원래 얼마길래 고무줄 줄 당기듯 늘어나고 줄어들 수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 유통협회, 가처분 소송 '자진 취하'…그 배경은?

하지만 유통협회는 최근 법원에 낸 '스캐너 전면 도입 금지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다.

유통협회는 2월 초 법원의 가처분 소송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했던 승소 판결 대신 '보정(미비한 자료를 정정·보충하는 일)' 결정이 나오자 이사회를 열어 '소송 취하'로 내부 방침을 변경했다.

유통협회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은 정부와 이통사간 줄다리기 속에서 실리를 챙기는 쪽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제도가 도입된 만큼 소송에 매달리는 대신 시장에 제도를 빨리 안착시킴으로써 알뜰폰·텔레마케팅 등 판매 업체 대상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앞당기자는 것이다.

이번에 휴대폰 유통시장 관련 주요 정책을 펼치는 정부의 의견을 들어주고 차기 휴대폰 유통 관련 협상을 할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양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통협회 한 관계자는 "이통시장에는 신분증 스캐너 도입 외에도 다양한 정책 현안이 있다"며 "실리 중심의 전략적 검토를 하자는 입장에 따라 소송을 취하했다"고 말했다.

KAIT 한 관계자는 "유통협회가 소송을 취하하기도 했지만, KAIT는 신분증 스캐너 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기존 스캐너 제도 도입 대상에서 빠졌던 알뜰폰 사업자와 현재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