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동통신사가 주도하는 결합상품 시장은 방송 상품을 미끼상품으로 전락시켜 향후 방송 생태계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언론학회가 19일 제주국제대학에서 개최한 ‘2017 봄철 정기학술대회’ 관련 현수막 모습. / 이진 기자
한국언론학회가 19일 제주국제대학에서 개최한 ‘2017 봄철 정기학술대회’ 관련 현수막 모습. / 이진 기자
한국언론학회는 19일 제주국제대학에서 '2017 봄철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에서는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지만, 특히 통신방송 시장의 핫이슈로 평가받는 '결합상품' 관련 논의가 눈길을 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자료를 보면, 국내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수는 2013년 969명에서 2014년 1133만명, 2015년 6월 1199만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유료방송 전체 이용자 중 결합상품 이용자 비중은 2013년 34.1%에서 2014년 38.2%, 2015년 6월 42.3%로 늘었다.

이상식 계명대학교 교수는 "방송통신 결합상품 중 이동통신 포함 결합의 영향력은 크지만, 이동전화 포함 결합상품 제공에 불리한 케이블TV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하지 않다"라며 "방송통신 시장 전체가 장기적으로 과도한 현금 지원금을 제공하는 통신3사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통사는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가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등 결합상품에 가입할 때 20만원 이상의 현금·유가증권·할인권 등을 제공한다.

고액의 경품 지급은 유료 방송 관련 운영비를 낮추게 되는데, 이는 방송의 가치를 낮추게 결과를 낳는다. 유료방송 플랫폼·PP가 가져가는 수익을 줄이고,결과적으로 콘텐츠 질 저하는 물론 유료방송 시장 생태계 붕괴를 초래한다.

왼쪽부터 이상식 계명대 교수, 최현철 고려대 교수, 정인숙 가천대 교수,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 이진 기자
왼쪽부터 이상식 계명대 교수, 최현철 고려대 교수, 정인숙 가천대 교수,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 이진 기자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통신사가 주도하는 방송통신 시장에서는 방송이 부가서비스로 전락하며, 이는 방송이 가져야 할 공익성·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 정책을 통해 발표한 동등결합 상품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동등결합 상품은 케이블TV 방송사의 초고속인터넷 상품과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상품을 결합한 상품이지만, 당사자인 케이블TV 업계도 적극적이지 않다. 1월부터 동등결합 가입자 모집을 시작했지만, 상품 출시 넉 달이 지난 현재 가입자 수는 500명 이하다.

케이블TV 업체가 적극적으로 가입자를 모집하지 않는 것은 SK텔레콤의 역마케팅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상식 교수는 "케이블TV 업계는 SK텔레콤 대리점이 동등결합 가입자 대상 자사 유선상품 가입 유도를 할 수 있고, 동등결합 가입자의 약정이 끝난 후 타겟 마케팅 등을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동등결합 상품을 내놓으며 케이블TV 가입자의 이탈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인숙 가천대학교 교수는 결합상품 부당 지원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사업자간 자율 합의를 주문했다.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KT는 2005년 PCS를 재판매할 당시 SK텔레콤과 자율적으로 합의한 통해 재판매 점유율을 6%로 동결한 경우가 있었다"라며 "현재 이슈가 되는 결합상품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대신 사업자 간 자율적인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