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이 '세기의 개기일식'으로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개기일식은 21일 오전 10시 15분(미 태평양시각) 미 서부 태평양 연안 오리건 주부터 시작됐다.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은 1918년 이후 99년 만에 있는 일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포착한 개기일식 장면. / NASA 제공
미 항공우주국(NASA)이 포착한 개기일식 장면. / NASA 제공
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며 태양을 가리는 현상으로, 달이 태양 전체를 가리는 것을 개기일식이라고 한다. 일식은 지구가 달, 태양이 일직선으로 놓일 때 발생한다. 태양의 지름은 달의 지름보다 400배쯤 크지만 달보다 400배 멀리 떨어져 있어 달이 태양 전체를 가리는 개기일식이 가능하다.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온다고 해서 매번 개기일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와 달의 공전 궤도면이 5도쯤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개기일식은 보통 4년에 3번 비율로 발생하는데, 지구상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지역이 한정돼 있어 관측이 쉽지 않다. 21일 있었던 개기일식은 북미와 중미, 남미 북부지역, 유럽 서부, 아프리카 서부 지역 등에서만 볼 수 있었다.

AP통신은 "99년 만에 일어난 이번 개기일식은 미 대륙 96∼113㎞ 넓이에서 이뤄졌다"며 "21일 개기일식은 역사상 가장 많이 관측되고, 가장 많이 촬영된 천체 현상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개기일식은 미국 14개 주를 관통하며 4200㎞에 걸쳐 1시간 33분 동안 이어졌다.

미 대륙을 관통하는 개기일식 경로. / NASA 제공
미 대륙을 관통하는 개기일식 경로. / NASA 제공
오리건 주 링컨시티부터 와이오밍 주 캐스퍼, 일리노이 주 카본데일, 테네시 주 내슈빌을 거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는 2시 47분(미 동부 시각)에 개기일식이 관측됐다. 사우스일리노이 주의 쇼니 국유림에서는 가장 긴 2분 44초 동안 개기일식이 펼쳐졌다.

미국에서는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백만명의 인파로 '민족 대이동'에 비견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상주인구 6200명의 시골 마을 마드리스에는 10만명의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CNN·ABC·NBC·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생중계로 세기의 일식을 전했다.

개기일식을 볼 때 눈을 보호해주는 특수안경도 날개 돋친 듯 판매됐다. NASA는 공공도서관 등에 특수안경을 제공했는데 수량이 금세 동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영부인과 함께 특수안경을 쓰고 일식을 관측했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D.C에서는 달이 태양의 90%쯤을 가리는 부분일식만 볼 수 있었다.

한편, 개기일식은 지상에서 태양의 대기층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 평소 태양의 밝은 빛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했던 대기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지구에 영향을 주는 태양 우주환경 연구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NASA는 이번 개기일식에 맞춰 총 11대의 위성과 3대의 비행기를 동원해 연구 관측을 수행했다. 하늘에 50개 이상의 풍선 관측기를 띄우고 지구뿐 아니라 국제우주정거장, 달 궤도에서 개기일식을 지켜봤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와이오밍주 잭슨시에 개기일식 원정 관측단을 파견했다.

한편, 다음 개기일식은 2019년 7월 2일 태평양, 칠레, 아르헨티나 지역에서 관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다음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쯤 북한 평양과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가장 최근 발생한 개기일식은 2009년 7월로, 당시 한국에서는 부분일식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