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20개국쯤의 정상급 인사가 참여하는 유엔 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변화된 입장을 발표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 결정을 번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즉각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17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잔류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내 생각엔 올바른 조건에서라면 가능하다"고 답해 미국 정부 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 / 트위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 / 트위터 갈무리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 번복 논란은 WSJ이 미구엘 아리아스 카네테 유럽연합(EU) 기후변화 및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의 말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카네테 집행위원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재협상하지 않고 일부 조건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미국이 6월 탈퇴를 선언한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잔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WSJ 보도 직후 백악관은 16일 관련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미국에 유리한 조건이 아니라면 파리 기후협약에 재가입하지 않고 탈퇴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17일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WSJ의 보도는 오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미국인에게 나쁜 협상이기 때문에 탈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와 함께 파리 기후협약에 남을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탈퇴 선언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제거하고 청정에너지를 채택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 세계 차원에서 감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국제협약으로 2015년 11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 합의로 발효됐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은 2016년 9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서 이 협약을 비준했다.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탈퇴하면 협약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선언했고, 8월 4일 UN에 탈퇴 의사를 통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