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카페·블로그에 콘텐츠를 자동으로 게시하는 이른바 '광고용 자동프로그램'을 악성프로그램이라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28일 광고용 자동프로그램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 유포)로 기소된 이모(3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프리랜서 개발자인 이 씨는 포털의 카페·블로그 등에 ▲글·이미지·동영상을 자동으로 등록하는 프로그램 ▲메시지나 쪽지를 자동으로 발송하는 프로그램 ▲카페·블로그에 자동으로 댓글을 달아주는 프로그램 ▲공개된 이용자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프로그램 등 광고용 자동프로그램 15종을 개발·판매해왔다.

검찰은 이씨의 광고용 자동프로그램 판매·유포가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2014년 9월 기소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을 보면, 악성프로그램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악성프로그램을 전달·유포하는 것은 안된다.

검찰은 1심에서 "피고인 이씨가 개발한 광고용 자동프로그램은 포털 등에서 정보통신망을 운용하기 방해될 정도의 트래픽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원심 재판부는 이씨가 직접 개발한 광고용 자동프로그램을 판매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운용을 방해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악성프로그램을 전달‧유포한 행위라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유포한 프로그램은 통상 사용자가 이용하는 방식이 아닌 단시간 내에 대량으로 정보통신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인 만큼통상의 이용보다 필요 이상의 부하를 일으킨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민후는 1심 재판 후 "이씨의 광고용 자동프로그램은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이 금지하는 운용을 방해하는 프로그램인 악성프로그램이라 볼 수 없다"고 반박하며 항소했다.

민후 측은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이 규정한 운용 방해에 필요 이상의 부하 발생을 포함해 해석할 수 없는 점 ▲검찰측이 주장한 정보통신망의 운용이 방해될 정도의 부하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나 정작 운용 방해의 기준이 되는 부하 발생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 ▲필요 이상의 부하 발생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필요 이상의 부하발생이 운용 방해에 포함된다고 보아 이 사건 프로그램들을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게 된다면 이는 형벌 규정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며 "피고인 이씨의 항소는 이유가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김경환 민후 대표변호사는 "최근 자동프로그램을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으로 간주하고 자동프로그램 판매를 악성프로그램의 전달, 유포로 처벌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자동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악성프로그램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판결은 해킹과 관련한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의 범위에 단순한 자동 프로그램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